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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짚신 장수 망할까봐 고무신 장사 말라고?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세계 인구 3명 중 1명이 고용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 1월 말 국제노동기구(ILO) 발표에 따르면 지구촌의 노동 인구 33억 명 가운데 실업자가 2억 명이고, 하루 소득이 2달러 미만인 근로빈곤층(working poor)이 9억 명이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 올해 미국과 프랑스를 포함한 60여 개 국가에서 대선이나 총선을 치른다. 각국에서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열망이 분출하고 있지만 핵심은 결국 경제 문제로 모아지는 듯하다. 유럽 재정위기의 여파가 끝나지 않은 가운데 누가 경제를 제대로 살리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가가 선거전의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양대 선거를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정치권이 여러 가지 정책 비전을 제시하며 민심을 모으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서민이나 근로자를 보호한다며 새로운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좋은 취지에서 만들어졌을 이런 정책이 기업을 죄인 취급하거나 옥죄어 오히려 일자리마저 없애게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 경우가 많다.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면서 실은 기업 ‘팔 비틀기’만 하는 게 아닌지 답답하다.



 예를 들어보자. 얼마 전 정치권은 중소상인을 보호한다며 대형마트와 기업형 수퍼마켓(SSM)의 영업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이미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조례를 만들기 시작했다. 대형마트가 지난 10년간 2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든 공로는 깡그리 무시됐다. 대형마트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생긴 일자리에 이런 규제가 앞으로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를 제대로 분석했는지 의문스럽다.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는 대기업 때리기도 기업 의욕을 꺾어 일자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재벌세를 도입한다느니,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한다느니 하는 주장이 거리낌 없이 나오고 있고, 중소기업 적합업종 법제화와 이익공유제 도입이 구체화되고 있다. 대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들어 주기를 기대하면서 기업 활동은 얽어매겠다고 하니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도입됐거나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되는 다른 제도들 역시 기업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기업을 과녁 삼아 준법지원인제도가 새로 만들어졌고,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소송제도는 적용 범위를 넓히려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제도가 글로벌 스탠더드도 아니라는 점이다. 극소수 나라의 제도를 우리나라가 앞장서 받아들여 기업 경영을 어렵게 하면 결국 국내 기업을 밖으로 내쫓고 외국인의 투자를 막아 일자리만 줄어들게 될 뿐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근로시간 줄이기 역시 그렇다. 목적은 좋다지만 산업현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급하게 서두르고 있다. 현행법이 정하는 근로기준은 지켜야 하겠지만 근로제도의 틀을 새로 짜는 문제라면 먼저 기업의 경쟁력과 근로자의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검토해야 마땅하다.



 비정규직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정치권의 장밋빛 약속은 노동시장에서 의도대로 작동하기 어려워 보인다. 최근 사내하도급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 역시 법리에는 맞을지 몰라도 노동유연성이 거의 없다시피 한 우리 기업의 경영환경에는 눈 감지 않았나 한다.



 정책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양극화를 해소하고 서민경제를 살린다는 등 좋은 의도에서 이런저런 처방을 고안할 것이다. 그러나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속담처럼 부작용이나 역효과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없는 정책은 기업과 경제를 어렵게 하고 일자리마저 줄어들게 할 뿐이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약자라고 무조건 보호하거나 강자라고 억누르는 방식은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과거 산업화를 통해 이 땅에 없던 새로운 일자리를 창조해냈듯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야 좋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짚신 장수 망하니 고무신 장수에게 장사하지 말라고 할 것이 아니라 구두든 운동화든 고무신보다 더 잘 팔리는 물건을 만들게 해야 한다.



 노자는 나라 다스리기를 ‘작은 생선 굽듯 하라(若烹小鮮)’고 했다. 생선을 자꾸 뒤집으면 살이 떨어져 먹을 게 없어지듯, 제도를 자꾸 바꾸면 백성이 불안해하고 혼란만 생긴다는 의미다. 기업에 대한 정책도 다르지 않다. 정책의 향방을 예측하기 어렵고 시장 원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기업은 투자와 고용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게 된다. 한 마리의 생선을 이리저리 뒤집기보다 더 많은 생선을 잡아야 먹을 것도 많아지는 법이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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