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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버뮤다 섬에 숨긴 돈도 회장님, 다 보인대요

지난해 1600억원대의 세금을 부과받았지만 과세 전 적부심사에서 이겨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게 된 ‘구리왕’ 차용규씨, 지난해 2200여억원을 탈세한 혐의로 기소된 ‘선박왕’ 권혁 시도상선 회장…. 이들의 공통점은 ‘조세피난처(Tax haven)’를 사업에 활용했다는 점이다.



비밀주의 깨지는 조세피난처

 이런 조세피난처에 각국 정부가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조세피난처는 법인세·개인소득세를 전혀 물리지 않거나 매우 낮은 세율을 부과하고, 회사 설립과 외국환 업무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는 지역을 말한다. 엄격한 비밀주의와 불투명성으로 세금을 덜 내려는 자산가나 글로벌 기업을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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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국 부자의 역외 조세피난처를 활용한 ‘절세 줄타기’ 행태를 못 본 척하던 각국 정부가 국제공조를 통해 조세피난처 압박에 나섰다. 세금을 한 푼이라도 더 거둬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시민단체인 ‘조세정의네트워크’를 인용해 조세 회피로 인해 각국 정부가 거두지 못하는 세금이 매년 3조1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각국 정부는 ▶조세조약을 맺어 정보교환을 강화하고 ▶조세조약 미체결 국가와는 정보교환협정을 체결하며 ▶다자간 조세행정 공조협약에 가입해 조세정보 교환을 위한 국제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검은돈이 의지했던 조세피난처의 비밀주의가 한 꺼풀씩 벗겨지는 추세다. 류광준 기획재정부 국제조세협력과장은 “이제는 조세피난처라고 하면 세금이 없거나 낮다는 의미만 있을 뿐”이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2004년부터 ‘조세피난처’라는 용어를 아예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역외탈세 규제를 위한 국제공조 필요성이 더 커지면서 OECD 정보교환 기준이 국제규범으로 승격됐다. 한국도 2009년부터 국제사회와 정보교환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2009년 이후 전 세계 20개국과 조세조약을 제·개정해 정보교환을 강화했다. 파나마·스위스와의 조세조약은 이미 국회 비준 동의까지 마쳤다. 특히 스위스와의 조세조약이 지난 2월 말 한국 국회에서 비준되면서 스위스 측의 국내 절차가 마무리되는 올 하반기에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부 국제조세협력과 황인웅 서기관은 “스위스와의 조세조약이 하반기 발효되더라도 양국이 조세조약에 서명한 직후인 2011년도 관련 정보부터 교환할 수 있다”며 “은행계좌번호 등 최소한의 정보만 있어도 정보 요청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는 1934년 이래 은행의 비밀주의를 고수해 왔고, 고객 정보를 누설할 경우 형사범으로 처벌해 왔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이 덕분에 스위스 은행이 전 세계 역외재산의 27%인 2조1000억 달러를 끌어들였다고 분석했다. 이런 스위스의 고객 비밀주의가 미국의 압박에 밀려 깨지는 과정에도 국력을 바탕으로 하는 ‘힘의 논리’가 지배했다. 스위스를 가장 거칠게 몰아붙인 미국은 2009년 조세회피를 도운 혐의로 스위스 UBS은행에 7억80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4400명 이상의 미국 고객 명단을 넘겨받았다. 더 센 조치도 내놨다. 미국은 내년부터 외국 금융기관에 미국인 계좌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이들 금융기관 미국 투자액의 30%를 원천징수하는 법을 만들었다. 스위스 은행권에선 “이거 제국주의 아니냐”는 불만까지 터져나온다. 영국·독일 정부는 스위스와의 개별 협상에서 스위스의 비밀주의를 존중해주는 대신 스위스 당국이 영국·독일인 소유 계좌에 세금을 더 매긴 뒤 이를 영국·독일에 보내주도록 합의했다. 한국 정부의 조세협정이 이에 못 미치는 것은 물론이다.



 한국 정부는 조세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와는 정보교환협정을 맺고 있다. 2009년 이후 14개국과 정보교환협정을 체결하고 현재 비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쿡아일랜드·마셜군도와의 협정은 국회 비준동의를 마쳤다. 바하마·버뮤다와는 서명을, 케이맨제도·사모아·세인트루시아 등 10개국과는 가서명을 해둔 상태다.



 이와 함께 한국과 OECD 회원국 등 34개 국가가 참여한 다자간 조세행정공조협약도 6월 중 발효될 전망이다. 다자간 조세행정공조협약은 조세행정에 관한 정보교환과 징수 협조를 목적으로 한 다자간 협약이다. 협약에 가입한 국가끼리는 별도 조세조약이나 정보교환 협정을 맺지 않더라도 금융정보 등을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게 된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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