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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짜리 ‘마늘 링거’ 5000원에 보험 처리

어깨가 결려 최근 서울 양천구의 한 의원을 찾은 직장인 김모(29)씨는 의사로부터 생각지 않았던 ‘특수 물리치료’를 권유받았다. 의사는 “물리치료사가 어깨 근육을 풀어주는 스포츠 마사지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1회 비용이 10만원이지만 의사는 “실손의료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공짜나 마찬가지”라며 “나이 드신 분 중엔 마사지숍 대신 매주 오는 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내 실손의료보험료 왜 오르나 했더니 … 일상화된 모럴 해저드
손해 나면 고객에게 떠넘기는 보험사도 문제

 전문직에 종사하는 박모(33·여)씨는 가끔 동네 병원에서 ‘마늘 링거’를 맞는다. 포도당 수액에 마늘에서 추출한 피로해소 성분을 넣은 링거다. 한 병에 4만~5만원이지만 실손의료보험에 청구하면 자기 부담금 5000원만 내면 된다. 박씨는 “잦은 야근으로 피곤할 때 효과가 있는데 보험 덕분에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실손의료보험을 둘러싼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도덕적 해이)’가 일상화하고 있다. 병원 영수증을 내면 보험금을 내주는 구조를 이용해 질병 치료보다 컨디션 조절 목적으로 병원에 다니는 사람까지 생겨날 정도다. 병원을 자주 가는 사람에겐 이익이지만 대다수 보험 가입자에겐 보험료 인상이라는 피해를 준다. 보험금 지급으로 손해가 늘어난 보험사는 갱신이 돌아온 상품의 보험료를 많게는 두 배 이상으로 올리고 있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실손의료보험 관련 손해율(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중)이 110%를 넘어섰다. 연초부터 9개월간 거둔 보험료가 1조2300여억원인데 내준 보험금은 1조3700억원이다. 실손보험 관련 손해율은 2007년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모럴 해저드를 막기 위해 금융감독원이 2009년 10월 전체 진료비의 10%는 가입자가 부담하도록 바꿨지만 추세를 바꾸기엔 역부족이다.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부회장은 “경기가 안 좋아지면 줄어들게 마련인 의료비 지출이 오히려 연간 30~40%씩 늘고 있다”며 “실손 의료보험 가입이 크게 늘면서 덩달아 늘어난 모럴 해저드성 의료 지출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병원도 모럴 해저드를 부추기는 데 열심이다. 손해보험협회 이인표 대리는 “한번에 찍으면 될 자기공명영상촬영(MRI)을 세 번에 나눠 찍는 정형외과, 2만5000원 상당의 물리치료를 수십만원이라 속이고 보험사에 떠넘긴 한방병원 같은 경우가 적지 않다”며 “오죽하면 한 해 보험 사기로 인한 피해액이 2조원이 넘는다고 추산되겠느냐”고 말했다.



 피해는 보험 가입자들에게 돌아온다. 보험금 지출이 늘면 보험사들은 보험료 갱신 시점에 이를 반영해 의료비 관련 보험료를 인상한다.



직장인 임모(32·여)씨는 최근 갱신 시점이 된 실손의료보험료가 담보(보장 내역)에 따라 17.2~107.2% 인상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의료비 보장에 따른 전체 보험료는 8260원에서 1만4440원으로 74.8% 올랐다. 보험사 측에 “3년 만에 이렇게 보험료가 많이 오를 수가 있느냐”고 항의해봤지만 “또래 여성들이 그만큼 병원을 많이 이용했기 때문”이라는 답만 돌아왔다.



 전문가들은 “일단 보장 내역을 늘려 가입자를 유치해놓고, 손해가 나면 이를 다시 고객들에게 떠넘기는 보험사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2008~2009년 치열한 영업 경쟁이 벌어지며 실제보다 낮은 위험도를 반영해 실손의료보험을 판 회사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 놓고 손해율이 올라가면 이를 고객에게 떠넘긴다는 것. 조연행 부회장은 “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 필요도 없는 마취나 입원을 하는 경우도 많다. 보험사들이 마취나 입원을 해야 치료비를 지급한다고 하니 쓸데없는 비용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며 보험사가 상품 보장 내역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험연구원 조용운 연구위원은 “손해율에 관계없이 동일 연령·위험도의 가입자는 동일한 보험료를 내게끔 하는 현행 의료보험 제도가 모럴 해저드를 부추기는 면이 적지 않다”며 “이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혜미 기자





실손의료보험



보험 가입자가 의료비로 실제 부담한 금액을 보장해 주는 건강보험. 실제 손실을 보장한다 해서 이렇게 불린다. 일부 비갱신 보험과 달리 질병에 걸릴 위험률과 보험금 지급 실적 등을 반영해 보험료가 3~5년마다 바뀐다. 과거엔 의료비를 전액 보장하는 상품이 많았지만 2009년 10월 이후엔 표준화 작업을 통해 의료비의 90%만 보장하는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최근 일부 회사는 모럴 해저드를 줄이기 위해 가입자가 3년간 보험금을 타가지 않았을 경우 갱신 보험료의 10%를 깎아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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