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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무중

‘솔봉’ 끝자락 곁으로 보이는 들판에 여느 때보다 두툼한 안개가 깔렸습니다.
요즘은 계절이 바뀌는 철이라 일교차도 크고, 섬진강이 가까이 있어 새벽녘에 안개가 잦습니다.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생각보다 들판의 안개는 두꺼웠습니다. 챙겨 입은 옷보다 더 쌀쌀한 추위에 몸을 오싹거리며 걸었습니다.
불쑥 무엇인가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합니다. 안개로 뒤덮인 들판은 내가 가든, 그것들이 오든
‘휙휙’ 지나치는 시간의 흐름을 보는 듯합니다. 무엇이든 빨아들이는 ‘블랙홀’을 걷는 듯했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어딘지 가늠되지 않는 곳에서 겨울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놀란 날갯짓 소리와 함께 ‘우르르’ 나타났다가 사라집니다.
나 때문이기는 하지만 자기네나 나나 그 순간에 서로 놀라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철새들은 깃털의 매무새를 가다듬고 먼 길 떠날 채비를 할 때입니다.
어쩌면 오늘이 그들을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일 수도 있습니다.
들판의 봄은 그들이 떠난 쓸쓸한 자리에 채워질 거고, 멀리 있는 어느 곳은 그들이 다다라야 봄이 채워질 겁니다.
겨울새들이 날아오른 들판에 혹시 이미 와 있는지 모를 봄의 흔적을 찾아 걷고 또 걸었습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 깊은 물' '월간중앙' 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중정다원'을 운영하며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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