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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시라 "남편 김태욱 충격발언 때문에…"

어떤 드라마든 일단 시작하면 완벽하게 한다고 소문나서일까. 깐깐한 ‘공주’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채시라(43)와의 인터뷰는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았다.



[j Special] JTBC ‘인수대비’로 돌아온 연기의 여왕 채시라
20대 반짝, 30대면 끝 ? 아뇨, 늘 기다려지는 배우 될 겁니다

그녀의 말투나 행동이 과장됐었다는 얘기가 아니다. 어떤 주제를 꺼내도 그 얘기에만 집중해 빠져드는 모습이 때로는 소녀 같고, 가끔은 여장부 같았다. 1984년 ‘가나초코렛’ CF로 데뷔해 지금까지 톱스타의 자리를 지켜온 여배우. ‘여명의 눈동자’의 여옥으로 우뚝 선 이후 ‘아파트’ ‘파일럿’ 등 트렌디 드라마부터 ‘아들과 딸’ ‘서울의 달’ ‘해신’ ‘천추태후’ 등 굵직굵직한 작품까지 두루 해 왔다. 그녀가 2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JTBC 주말드라마 ‘인수대비’에서 주역을 맡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채시라를 만났다. 20대 여배우 못지않은 화사한 옷차림, 길고 풍성한 헤어스타일과 오렌지색 립스틱. 무엇보다 밝은 표정이 그녀의 ‘지금’을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글=임주리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





첫 촬영날 ‘눈물’, 나도 인수대비도 시작



●‘천추태후’ 이후 2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다.




 “느낌이 좋다. 배우가 한 번 맡은 역할을 다시 하게 될 기회는 거의 없다. 그런데 1998년 ‘왕과 비’에서 했던 인수대비 역을 다시 하게 됐다. 굉장히 설렜다. 처음 맡는 역을 공부할 때면 항상 두려움이 있는데, 이번에는 ‘어떤 모습을 부각시킬까’ 하는 설렘이 앞섰다.”



●‘왕과 비’에서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있나.



 “당시 드라마 속 인수대비는 처음부터 눈에 띄는 존재는 아니었다. 세조의 며느리로 들어와서 고요한 태풍 같은 그런 느낌으로 있다가 점점 욕망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인물이었다. 남편인 의경세자의 죽음으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었지만 그 위기를 잘 극복해내며 결국 왕(성종)의 어머니가 된다. 그래서 노년 시절의 카리스마가 중요했다. 아이라인·마스카라 다 포기하고 검버섯 가득한 할머니 모습으로 분장했던 게 기억에 많이 남는다. 꼭 한 번 해 보고 싶었던 게 할머니 분장이기도 했고.(웃음) 예전 우리 할머니 표정을 떠올리며 연기했다. 입도 좀 오그라들고 그런 모습. 그렇게 한 여자의 일생을 다 표현하고 나니 실제로 부쩍 성숙해진 느낌이었다.”



●지금의 ‘인수대비’는 어떻게 다른가.



 “그땐 남성 시청자를 염두에 뒀기 때문에 남자들의 정치적인 야망에 포커스를 맞췄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인수대비에 초점을 맞춰 정희왕후(김미숙), 폐비 윤씨(전혜빈)의 이야기를 함께 풀어낸다. 좀 아기자기하다고나 할까. 25회 정도를 인수대비의 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것도 그렇고. 여성 시청자들이 좋아할 부분이 많다.”



●여성 시청자들이 좋아할 부분이라면.



 “여성의 사랑과 욕망을 드러낼 뿐 아니라 흥미로운 볼거리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사가에서는 쪽머리를 하고, 궁으로 들어갈 땐 격식을 갖춘 트레머리를 한다. 쪽머리가 주는 섹시함, 트레머리가 주는 우아함을 보여 주기 위해서다. 한복도 그렇다. 여성스럽고 화려하게 입으려 한다. 화려한 꽃무늬의 장삼을 입고, 장신구도 한다. 점점 중후해지겠지만.”



●아역 분량이 20회가량 됐다. 시청자들이 함은정(아역)의 인수대비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부담스럽진 않았나.



 “연기를 이만큼 해 왔으면 부담감은 별로.(웃음)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 줄 때 시청자들이 반가워하고 좋아할까, 어떻게 해야 ‘이야!’라는 감탄사가 나올까 하는 고민은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 그간 드라마를 정말 열심히 챙겨 봤다. 나도 어린 인수대비 속으로 들어가서 같이 슬퍼하고 마음 아파했다. 의경세자를 사랑하고 마음 아파했던 게 다 내 안으로 들어온 거다. 끝날 때 은정이는 ‘언니가 복수 잘해 주세요’라고 하더라.(웃음)”



●그렇게 첫 장면을 촬영했을 땐 어떤 기분이었나(‘인수대비’ 23회에서 인수대비가 의경세자 사당에 앉아 독백하는 모습으로 채시라가 처음 등장했다).



 “대사가 ‘10년 만에 (궁에) 들어갑니다’였다. 그간 어린 인수대비에게 감정이입을 해 두고 있었던 터라 눈물이 올라왔다. 감독님이랑 스태프들은 촬영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나 혼자 그 사당에 앉아서 위패를 바라보며 눈물을 삼켰다. 이제부터 인수대비도, 나도 시작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더 치열하게 살고 싶다



 드라마 속 인수대비는 본격적으로 시어머니인 정희왕후(김미숙)와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두 여자에게는 자신의 아들을 왕에 앉히려는 욕망이 있다. 여기에 며느리인 폐비 윤씨(전혜빈)와도 싸움이 벌어진다. 남자들과의 기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아버님이 김종서를 치듯이 제가 아버님을 칠 것입니다”고 독백을 뱉어 내기도 하고, 한명회가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자 “그 길을 찾는 게 정치가 아니겠느냐”며 따끔한 일침을 놓기도 한다. 때로는 독하고, 무섭기까지 한 인물이다.



●솔직히 너무 독한 여자 아닌가.



 “어떻게 그 시대에 그랬을까 싶을 정도로 멋진 부분이 더 많다. 대범하고 자신만만하고 통도 크다. 자기 할 말을 절대 참지 않으면서도 때를 기다릴 줄 안다. 자신을 아껴 주는 시아버지 세조 앞에서 눈물도 흘리고, 애교도 부린다. 물론 독하다 싶은 부분도 많다. 이를테면 죽임을 당할지 모른다며 공포에 떠는 아이들 앞에서 ‘엄마가 이번엔 지켜 주지 못할지도 몰라’라고 조용히 말하는 장면, 큰아들인 월산군이 천둥·번개가 무섭다며 방으로 들어오자 내쫓아 버리는 장면 같은 것. 나 같으면 절대로 못 그런다.(웃음) 그런데 남편 없이 두 아들을 키우려면 그럴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대단한 거고.”



●요즘 김희애·고현정·김남주 등 40대 동료 여배우들의 활약이 크다.



 “예전 같으면 결혼한 40대 여배우들은 이모 역할, 주변인 역할만 했을 텐데. 참 좋은 시대에 내가 배우를 하고 있는 것 같다.(웃음) 솔직히 한편으로는 지금 활동하고 있는 또래 여배우들이 참 열심히 살아왔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잡지모델 시절부터 함께했던 희애 언니도 그렇고 현정이나 남주도 각자 내공을 그만큼 쌓아 온 거다. 그 내공은 절대로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다. 데뷔한 이후 늘 철저히 자기관리를 해 온 덕이다. 20대 때 반짝 예쁘고 30대 지나면 끝인 배우는 되기 싫었다. 후배들에게 롤모델이 돼야겠다는 사명감, 내가 잘해 놔야 후배들이 갈 길도 많아진다는 부담감도 있다. 내가 지금 바라보는 고두심·김해숙·윤여정 선배들이 너무 멋지게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자기가 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더 치열하게 살고 싶다.”



“후회하는 게 제일 싫다”



●채시라의 자기관리라면.




 “‘천추태후’에서 말 타고 활 쏘고 액션 장면이 정말 많았다. 그렇게 무술을 해서 그런지 그 드라마가 끝나고 정말 체력적으로 바닥인 상태였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와, 왜 다들 운동하는지 알겠더라. 그냥 살 빼기 위해 헬스를 하는 줄 알았는데 다 체력과 탄력을 기르기 위해 하는 거였다. 확실히 달라진 걸 느낀다. 무엇보다 엄청난 자신감이 생긴다. 지금은 또 ‘인수대비’ 촬영 때문에 한 달째 못 가고 있지만.”



●무술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대한민국에서 말을 제일 잘 타는 여배우라고 하더라.



 “맡겨진 걸 뭐든 잘하고 싶은, 좀 완벽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런 말이 나온 것 같다.(웃음) 성격상 NG 내는 걸 정말 싫어한다. 웬만하면 완벽하게 외워 가서 한번에 촬영을 쫙 끝낼 때 느껴지는 희열이 크기도 하고. ‘인수대비’에서는 대사가 엄청 많은데 그래서 머리가 좀 아프다.”



●집에서도 완벽한 아내, 엄마일 것 같다(채시라에게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된 딸, 여섯 살 된 아들이 있다).



 “노력은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적어도 최선을 다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나는 후회하는 게 제일 싫다. 그래서 후회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늘 깊이 생각하게 된다. 두 번 세 번 생각하고, 일단 마음을 먹으면 그걸 어떻게든 실천하려는 강박관념이 있다. 그래도 그렇게 했을 때 후회가 좀 덜하다. 그게 옳든 그르든 그 순간에는 최선을 다했으니까.”



●특별한 교육철학이 있나.



 “사실 교육에 있어서는 남편 김태욱씨가 다 나에게 맡기는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게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를 때가 많다. 점점 갈수록 자신이 없어진다. 일단 학원을 보내는 대신 학교 생활을 알차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큰아이랑 둘째아이랑 함께 태권도 보내면서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가까이하게 하는 것도 있고.”



●배우로서든 엄마로서든 채시라의 지향점이 있다면.



 “당연히 좋은 엄마, 아내가 되려 노력하고 있다. 배우로서 롤모델이 있다면 메릴 스트립을 참 좋아한다. 여배우가 분장을 통해 외모에 큰 변화를 주는 건 사실 쉽지 않은 일인데, 메릴 스트립은 영화 ‘철의 여인’에서도 그랬듯이 주저하지 않고 한다.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나도 그렇게 해 보고 싶다. 무엇보다 언제나 기다려지고 사랑하고 싶은 배우가 되는 게 목표다. 이번에 ‘인수대비’로 돌아왔을 때 사람들이 정말 많이 반겨 줬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이런 느낌을 잃고 싶지 않다. 어떤 역할이든 도전할 거다.”



j 칵테일 >> 천추태후 끝나고 여드름과의 전쟁



여배우를 만나면 사실 가장 궁금한 게 ‘미모 관리 비법’이다. 40대에도 20대 못지않은 미모를 유지하는 스타라면 말할 것도 없다. 채시라의 하얗고 매끈한 피부를 보며 물었다. 대체, 그 피부 어떻게 관리하는 거냐고. 소녀처럼 깔깔대고 웃던 그녀가 풀어놓은 이야기는 꽤 솔직했다.



 “사실 ‘천추태후’ 끝나고 여드름과의 전쟁을 벌였어요. 하긴 그럴 만도 했지. 매일 밤새우고, 갑옷 입고 활 쏘고 말을 탔거든요. 1주일에 3~4일씩 집에 못 들어가면서 땀 흘린 얼굴 위에 계속 화장을 덧칠하니까 피부가 상할 수밖에 없었어요. 제 얼굴에 그렇게 많은 여드름이 올라올 줄은 상상을 못 했어요. 드라마 끝나고도 1년 가까이 시달렸는데 어느 날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피부 원래대로 돌려놔’.”



 그는 여배우치고는 피부 관리를 잘 안 받는 편이었다고 한다. 2~3주에 한 번 받았을까 말까. 그러나 남편으로부터 ‘충격 발언’을 듣고 난 이후로는 1주일에 두 번씩 관리를 받았다고 했다. “확실히 달라지더라고요. 그리고 수분크림을 밤에 팩하듯 듬뿍 바르고 잤어요. 그러니까 노력한 만큼 돌아오더라고요. ‘인수대비’는 그래도 액션 장면이 없어서 다행이에요. 하하.”



아내·엄마로서의 채시라

2년간 휴식기,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채시라는 최근 출연한 한 TV 토크쇼에서 “찜질방에 한 번도 못 가 봤다”는 고백을 했다. 어렸을 때부터 연예인으로 활동하느라 그런 평범한 일상을 즐기지 못했다는 거다. 그래서일까. 쉬는 동안 무엇보다 남들처럼 평범한 아내, 평범한 엄마로서 살려고 노력했단다. 평범한 채시라는 어떤 모습일까.



●활동하지 않은 2년 동안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을 것 같다.



 “사실 첫째 때는 욕심이 많다 보니까 과자 같은 것도 ‘단건 먹으면 안 된다’고 못 먹게 했는데, 둘째 때부터는 나도 여유가 많이 생겼다. ‘그래, 조금만 먹어. 이 닦으면 되지’ 하는 식이다.(웃음) 그런 여유를 가지고 집에서 곁에 있어 주니까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다. 특히 큰딸은 은근히 내가 일하지 않기를 바랐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동안 책을 많이 읽어 줬다. 그래서 책을 싫어하지 않는 아이들로 자라고 있어 그거 하나만큼은 잘한 것 같다.”



●아이들에게 운동을 열심히 시킨다고 하던데.



 “큰애가 딸이어서 발레를 시키고 싶었는데, 동생과 태권도를 배우고 싶다고 하더라. 마침 친정아버지가 적극적으로 ‘태권도는 배워 두면 좋을 것 같다’고 하시는 바람에 얼떨결에 시켰는데 애들 하는 걸 보니 나도 하고 싶더라. 정신없이 뛰고 발차기하는 걸 보면서 아이들에게도 나름의 스트레스가 있고, 그걸 풀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걸 느꼈다.”



●남편 김태욱씨에게 해 주는 특별한 내조라면.



 “일이 있다 보니 생각만큼 살갑게 챙겨 주지는 못한다. 이런 걸 내조라고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침에 물 한 그릇 꼭 떠다 주고 넥타이 매 주고 하는 그런 기본적인 것들은 잘해 주려고 한다. 오늘 아침에도 그렇다. 나도 나가야 하는데 넥타이 매 주는 건 잊지 않았다. 일하는 엄마들이 힘들다는 걸 새삼 느꼈다.(웃음) 사실 남편에게 내가 외조받는 게 더 큰 것 같다.”



●남편의 외조라면.



 “김태욱씨는 나를 그저 지켜봐 주면서도 내 일에 관심이 정말 많다. 차려입고 나갈 때면 어디 가느냐, 누구랑 인터뷰하느냐 꼭 물어봐 주고. 옷은 어떻게 입을 건지도 같이 의논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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