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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농업은 정치가 아니라 경제다”

돼지고기는 우리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을 때마다 ‘특정 농림축산물’로 분류할 만큼 민감한 품목이다. 국내 양돈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일정한 물량 이상의 돼지고기가 수입되면, 그 초과 물량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는다. 하지만 정부가 아무리 돼지고기에 신경을 써도 결국은 양돈 농가 스스로가 체질을 강화하는 게 근본적인 대책이다. 이런 점에서 9일자 중앙일보에 보도된 하림그룹의 새로운 실험은 눈길을 끌고 있다.



 하림그룹은 숱한 실패를 딛고 충남 논산에 봉동농장을 만들었다. 냄새와 폐수, 그리고 오염이 없는 3무(無)의 첨단 시설을 갖추고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도전에 나선 것이다. 현재 한국의 돼지 한 마리가 1년간 낳는 고기용 돼지 수(MSY)는 평균 15마리다. 미국의 19마리, 유럽의 26마리에 비해 생산성이 턱없이 낮다. 이대로 가면 국내 양돈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첨단 친환경 기술로 FTA 파고를 뚫고 나가야 한다. 이미 지난해 말 경북 안동의 한 농장이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친환경 시설을 갖추고 최적의 사육 환경을 제공하자 배란이 활발해져 어미돼지가 한꺼번에 24마리의 새끼를 낳은 것이다. 이 농장은 올해 MSY를 29마리로 끌어올리는 도전에 나섰다. 이뿐 아니다. 삼겹살보다 값싼 돼지 뒷다리 등으로 발효·가공식품을 만드는 실험도 전국 곳곳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림그룹의 김홍국 회장은 “지금까지 농업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였다”며 “경제성을 도외시한 채 농촌에 대한 향수(鄕愁)와 농민에 대한 감성적 호소에만 매달리면 미래가 없다”고 했다. 귀담아 들을 대목이다. 돌아보면 2004년 한· 칠레 FTA 때도 포도농가와 축산업계가 공포에 떨었지만 실제로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국산 돼지와 쇠고기의 품질이 높아지고, 가격이 오르면서 사육도 늘어났다. 한·EU와 한·미 FTA도 마찬가지다. 우리 농가들이 하기 나름이다. 김 회장의 주문처럼 농업에도 ‘첫 펭귄(선구자)’이 많이 나와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한국 농업의 저력(底力)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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