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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공포의 ‘코니 2012’

이상언
런던 특파원
섬뜩하다. 내용이 아니라 전파 속도가 두려움의 대상이다. 전 세계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달구고 있는 ‘코니(Kony) 2012’라는 동영상에 대한 얘기다. 어제 이맘땐 유튜브 조회 수가 800만 건가량이었다. 24시간이 지난 지금은 4000만 건이 넘었다. 게시된 지 3일 만의 일이다. 곧 한국 인구보다 많은 수가 기록될 것이다.



 30분짜리 영상은 애당초 SNS 여론 몰이를 작정하고 만들었음을 밝힌다. 자신들의 활동을 지지하는 20명의 세계적 스타들에게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영상을 전파토록 하면 그 다음에는 일반인들이 자발적으로 앞다퉈 지인들과 공유할 것이라는 계산을 깔고 기획했다는 것이다.



 동영상을 만든 미국 단체 ‘보이지 않는 어린이들(Invisible Children)’의 의도는 적중했다. 각국에서 이 영상의 확산이 주요 뉴스가 됐다. 물론 상당수 젊은이들에게는 이미 ‘뉴스’가 아니었다. SNS 네트워크가 부실하거나 아예 없는 사람들에게만 새로운 일이었다.



 우간다 게릴라 조직 ‘신의 저항군’의 수장 조세프 코니가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자는 게 영상의 골자다. 올해 안에 체포가 이뤄지도록 12명의 세계 지도자들에게 군사력 투입 압력을 넣자는 것이다. 다음달 20일 각국에서 ‘Kony 2012’라는 문구가 쓰인 포스터를 거리마다 붙이는 집단 행동을 하자는 제안도 담겨 있다. 코니는 납치한 어린이들을 소년병으로 부리고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인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돼 있다.



 이 영상은 “이제 게임의 규칙은 변했다”고 선언한다. “종전에는 돈과 권력을 쥔 자들이 미디어를 좌우하며 여론을 조성해 원하는 일들을 해왔으나 이제는 SNS로 연결된 일반 사람들이 미디어와 지도층을 움직인다”고 설명한다. SNS로 대중을 모아 세상을 이끈다는 얘기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조사에 따르면 SNS를 통해 이 영상을 열심히 ‘공유’한 집단은 10대 중반의 청소년들이었다.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이 영화처럼 세련되게 만들어진 영상을 보고 마음이 움직였던 것이다. ‘코니 2012’는 사람을 ‘악인’과 ‘선인’으로 분류하고 은연 중 너는 어느 편에 서겠느냐고 묻는다. 이 감각적인 영상에는 우간다 내전의 복잡한 배경이나 서방 군대 투입의 역효과 같은 이성적 사고가 끼어들 틈이 없다.



 한국에서도 벌써 이 영상의 한글 자막 본이 만들어져 전파됐다. 인터넷에서는 다음 달 20일의 포스터 붙이기 행사에 동참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SNS의 힘으로 반인륜 피의자 코니가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분명 나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 여론의 폭주는 불안감을 준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쥐 대신 아이들을 강물로 이끌 수도 있는 ‘피리 부는 사나이’가 떠오른다. 게임의 규칙과 방법에 능통하면 게임의 목적을 잊는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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