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들이 단순해서일까, 이해가지 않는 여자들의 모습이 꽤 있다. 이를테면 뻔한 멜로드라마에 빠지는 게 그렇다. 이런 드라마를 보면 새파랗게 어린 실장님이 등장하고, 그런 ‘차도남’의 뺨을 후려치는 여자가 나온다. 잘난 남자 주인공은 당돌한 여주인공에게 빠져든다. 이해할 수 없는 여자들의 판타지다. 요샌 그런 설정이 다소 식상했는지 ‘나쁜 남자’가 여자의 뺨을 치기도 한다. 물론 시크한 사랑으로 미화된다. 그래 봤자 남자 시청자의 입장에선 어이없긴 마찬가지다.
솔직히 팜므 파탈에 빠지거나 어느 날 문득 신데렐라, 아니 개구리 왕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남자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이렇게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낯간지러운 스토리는 절대 사양이다. 어쩌다 직장에서의 티타임 같은 때 여자들의 대화에 청일점으로 낄라치면 남자는 괴롭다. 드물게 멜로드라마 애호가인 남자라 하더라도 어젯밤 방영분에 대한 분석이 주인공의 명품백이나 구두 같은 패션에 이른다면, 꿔다놓은 보릿자루가 될 수밖에 없다.
사실 남자도 드라마를 원한다. 그러나 남자는 이런 황당한 멜로 말고 다양한 드라마가 보고 싶다. 인생에는 ‘차도남’과 ‘차도녀’가 서로의 뺨을 때리며 사랑에 빠지는 것 말고도 다른 방식으로 감동스러운 순간이 얼마든지 있을 텐데…. 세상의 모든 남자는 ‘차도남’이 아니고, 될 수도 없다. 그저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여자에게 고백하는 소심한 남자가 절대다수다. 꼭 알아두시길.
조현 소설가· 『누구에게나 아무것도 아닌 햄버거의 역사』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