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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부 예리한 지적 제품에 반영했더니…





필립스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부문 총괄 행크 시브렌 드 종
“먼지 쌓여 불편” 한국 주부 지적에 뚜껑 달린 토스터 만들어

한국 여성 소비자의 눈치를 보는 외국 기업이 많아졌다. 특히 화장품과 주방가전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들에서 한국 여성의 취향과 조언은 마케팅 전략과 신제품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 뱅크’로 통한다. 한국 여성 소비자의 사용후기가 워낙 꼼꼼한 데다 개선점을 지적하는 수준 또한 높기 때문이다. 외국 기업이 한국 여성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제품을 개발하고 외국에서도 판매에 성공한 케이스가 여럿 있다. 필립스 전자의 주방가전 제품들도 그중 하나다.



 지난달 17일 서울 남산에 있는 필립스코리아 본사에서 필립스 전자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총괄 책임자 행크 시브렌 드 종(49) 사장을 만났다.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부문은 주방가전제품·구강건강용품 등이 포함된 영역이다. 종 사장은 1990년 필립스에 입사한 후 브라질·중국 등에서 성공적으로 마케팅을 진행시킨 인물이다. 특히 해당 지역의 생활 문화를 기반으로 한 ‘로컬 마케팅 전략’에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인터뷰 당일에도 그는 “오후에 한국의 가정을 몇 곳 방문할 예정인데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에게서 필립스가 한국 주부들과 함께한 ‘신제품 개발 스토리’를 직접 들어봤다.



1 기름 없이 고속 공기 순환만으로 튀김 요리를 하는 ‘에어 프라이어’. 아이들 간식을 준비하면서 지나친 지방 섭취와 비만을 걱정하는 주부들에게 인기다.
2 2002년 한국 주부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개발한 ‘뚜껑 달린 토스터’.
3 대부분의 사람이 양치 컵에 칫솔을 보관한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은 전동 칫솔. 이렇게 컵에 담아 두기만 해도 충전이 된다.




 -한국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제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10년 전 출시된 ‘뚜껑 달린 토스터’가 대표적이다. 당시 한국의 소비자들로부터 “입구가 뻥 뚫려 있어서 토스터 안쪽에 먼지가 쌓이기 쉽고 빵에도 묻을 것 같아 불편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본사 개발팀에서 고민 끝에 뚜껑 달린 토스터를 만들었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판매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1년 뒤 빵 부스러기 받침을 추가한 것도 한국 소비자들의 의견 때문이었다. 한국 소비자들의 지적은 언제나 세련되고 예리하다.”



 -한국의 생활 문화는 유럽과 많이 다르다. 한국 시장만을 위해 특별히 개발된 제품은. “최근 출시된 ‘한국형 그릴’은 국물 요리를 즐기는 한국인의 취향을 고려해 개발된 것이다. 고기를 굽는 일반 그릴에 깊이 8cm의 전골 팬이 추가돼 있다. 한국 소비자 조사를 통해 색깔부터 기능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한국 시장의 기호와 필요도를 반영했다. 최근 5년간 한국 시장의 성장세는 세계 5위 안에 든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 시장은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4월에 출시되는 ‘스테인리스 스틸 블렌더’ 역시 한국의 식문화와 영향이 깊다. 한국 주부들이 김장철에 블렌더를 많이 사용하는데 강도가 좀 더 세면서 위생적인 제품을 원한다는 것을 알고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를 떠올렸다. 한국의 주방 크기에 맞게 제품 크기도 소형으로 제작했다.”



 -소비자의 의견은 어떤 방법으로 체크하나. “시제품을 먼저 만든 다음 소비자들에게 사용하게 한 후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실제 제품을 만들고 공식 출시한다. 수시로 소비자의 집을 직접 방문하는 것도 우리가 즐겨 하는 방법이다.”



  -생활문화가 다른 여러 나라의 의견을 취합하는 방법은. “필립스는 네덜란드·영국·독일·미국·인도·중국에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연구소를 두고 있다. 나라마다 생활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현지 시장의 요구를 효과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대표적인 지역에 연구소를 운영하는 것이다. 또한 필립스는 전 세계 마케팅 전략과 시장 동향 보고서를 서로 공유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2012년 한국의 중점 판매 부문을 주방가전·커피머신·면도기·구강건강제품으로 정했다. “10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와 가장 달라진 점은 ‘커피 문화’다. 많은 소비자들이 카페에서 즐기던 최고의 커피를 가정에서도 맛보기를 원한다. 이 때문에 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에 대한 수요가 계속 늘 것이라고 판단했다. 일반 칫솔 대신 전동 칫솔을 선호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전동 칫솔을 사용하면 일반 칫솔보다 플라그 제거 효과가 4배나 크다. 치아 건강을 지키는 게 우리 몸의 건강 전체를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늘고 있는 것 같다.”



  -필립스가 추구하는 중요 전략들은. “현대인의 감각에 맞게 보기에 깔끔하면서도 사용하기 쉬운 제품을 만들겠다는 게 우리의 전략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전략은 ‘의미 있는 혁신으로 소비자들의 삶을 개선시킨다’는 것이다. 튀김 음식은 맛있다. 하지만 지나친 지방 섭취는 비만을 부르고 폐유의 재활용은 주부들의 단골 고민거리다. 우리가 개발한 ‘에어프라이어’는 기름 없이 공기의 순환만으로 바삭한 튀김을 만들어내는 제품이다. 소비자들의 식생활과 친환경 문제를 개선시킨 좋은 사례 아니겠는가.”



 -주방가전 제품을 직접 사용하는가. “좋은 요리사는 아니지만(웃음) 집에서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핸드 블렌더, 전기 주전자를 특히 많이 이용한다. 식탁 중앙에 전골이나 바비큐 기구를 놓고 조리도 하면서 음식도 먹는 한국 식문화를 좋아해서 따라 해 볼 때가 종종 있다. 주방에서 요리하는 사람은 가족들 간의 대화에서 종종 소외될 때가 많은데 이런 단점을 해결할 수 있는 멋진 식문화라고 생각한다.”



 -오후에 한국의 가정들을 방문한다고 들었다. 어떤 것을 관찰하나. “주방의 공간 크기와 어떤 가전제품들을 주로 사용하는지 혹시 빠진 듯한 느낌이 드는 제품은 어떤 것인지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또 한국 주부들은 어떤 가사 노동을 가장 힘들어 하는지 등에 관한 대화도 나눌 예정이다. 날카로운 한국 주부들이 어떤 의견들을 제시할지 긴장되고 기대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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