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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3대 윤재옥·강철구 부부 집안

배가 등대를 보고 항로를 찾듯 자녀는 부모를 보며 진로를 생각한다. 자신의 일을 즐기며 보람을 느끼는 아버지와 어머니. 이런 모습을 자랑스러워하는 자녀는 부모를 본받으려 한다. 그러다 보니 한 집안에서 일하는 분야가 같은 사람이 여럿 나온다.



“하고 싶은 일 하면 밤샘해도 피곤한 줄 몰라요”
아버지 윤장섭씨의 ‘건축 DNA’ 딸·조카까지 물려받아

글=조한대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왼쪽부터 강철구 대표, 강효은씨, 윤재옥 교수, 윤장섭 명예교수, 윤재신 교수, 윤효선·황준씨.


시험 이틀 앞두고 딸들과 영화 관람



“장인어른과 저희 아버님이 서울대 동기동창입니다. 자식의 배필을 먼 데서 찾을 필요 있냐며 선 자리를 만들어주셨죠. 아내를 처음 만나고 다음날, 장인어른께 마음에 든다고 말씀 드렸어요.”



 강남구 논현동에서 건축설계사무소(동우건축)를 운영하는 강철구(65) 대표의 말이다. 당시 서른 살이었던 강 대표는 여섯 살 어린 부인을 이렇게 만났다. 장인 윤장섭(87) 서울대 건축학과 명예교수와의 인연도 이때 맺어졌다.



 강 대표는 결혼 전에도, 후에도 건축에 빠져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미술대학에 가고 싶었다. 막상 대학 입학 시기에 이르니 고민스러웠다. “어린 마음에도 미술가는 배고픈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미술과 연관된 일을 하고 싶었다. 미술과 함께 수학에도 흥미를 느꼈다. 미술과 수학을 함께할 수 있는 학문으로 ‘건축학’을 택했다.



 “스케치에 빠지면 밤샘 할 때가 많았죠. 전혀 피곤함을 못 느꼈어요. 정말 재미있었으니까요. 건축도면을 그리며 스트레스를 풀었어요.” 그는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자신의 선택에 만족해 했다.



 그의 자녀교육 방식은 한 가지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해라’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맏딸의 신랑감이 그에게 한 첫 마디다. “이 말에 바로 결혼을 허락했죠.” 그의 평소 생각과 같았기 때문이다.



 “자녀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어느 대학에 보내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면 안 되죠. 뭘 좋아하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신이 나서 하죠. 싫은 걸 억지로 할 필요가 있나요?” 학교 시험을 이틀 앞둔 딸들을 데리고 부인 몰래 영화를 보러 간 아버지다웠다.



아내도 아이 둘 낳고 늦깎이 건축 공부





“둘째가 두 돌 지나서 막 기저귀 떼고 우유 뗄 때였어요. 막내 동생이 이제부턴 졸업정원제가 돼서 학사편입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급하게 건축공학과에 원서를 냈죠. 지난 뒤 알고 보니 잘못된 정보였지만요.”



 강 대표의 부인 윤재옥(59) 호서대 건축공학과 교수가 웃으며 말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철통에는 온갖 게 있었어요. 예쁜 연필, 고무, 여러 가지 핀이 들어 있었죠. 건축 설계를 하실 때 쓰시던 도구였어요. 그걸 가지고 싶어 애를 썼던 기억이 지금도 나네요. 아버지가 집에서 작업을 많이 하셔서 자연스럽게 건축에 관심을 가졌죠.”



 고등학생 때 생물을 좋아했던 그는 대학 진학을 앞두고 생화학과와 건축공학과를 두고 고민했다. “아버지가 생화학과를 추천하셨어요. 당시 건축공학과 입학 점수가 더 높다고 생각하셨어요. 들어가서 보니 생화학과가 더 높았지만요.”



 생화학 공부도 적성에 맞았다. 그러나 건축 공부에 대한 미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유학을 가려 했지만 집안에서 반대했죠. 아무래도 여자 혼자 외국을 나가는 일이니까요. 당시 나라에서도 유학을 쉽게 허락해주지 않을 때였고요. 건축공학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진 계기였죠.”



 그는 결혼도 건축업을 하는 사람과 하게 됐다. 집안에 있는 건축도서를 읽었다. 2년여의 직장 생활, 결혼, 출산 때문에 공부계획을 접어뒀지만 그는 건축과 접해 있었다. 대학 졸업 6년 만에 건축공학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스물아홉 살에 남편의 염려를 뒤로 하고 건축공학에 뛰어들었다.



사랑의 집짓기 봉사로 건축 진로 결심



윤재옥 교수는 2남2녀 중 맏이다. 그의 형제들은 모두 대학에서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다. 이 중 남동생인 윤재신(54)씨는 건축학과 교수다. “대학 2학년 때 학과를 선택해야 했어요. 당시 아버지는 건축 관련 연구로 일본에 가셨어요. 3개월쯤 계셨던 것 같아요. 큰아버지를 찾아 뵙고 상의했던 기억이 나네요. 건축학을 해보라고 권하셨어요. 자형(강철구씨)도 건축을 공부해보면 어떠냐고 말씀하셨고요.” 재신씨가 건축학을 시작한 계기다.



 윤재옥·재신씨의 아버지이자 강 대표의 장인인 윤장섭 명예교수는 한국 현대건축 1세대다. 『한국건축사』『서양건축사』를 비롯해 30권 이상의 책(역서 포함)을 냈다. 강 대표는 “장인어른은 모든 걸 기록하신다. 지금까지 많은 책을 쓰실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즉흥적인 성격인데 반해 장인어른은 꼼꼼함과 절제력을 지니셨다.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셨다”고 덧붙였다.



 윤 명예교수의 영향은 손주들에게까지 이어졌다. 강 대표의 장녀인 지은(34)씨는 미국 버지니아대에서 건축학 학사·석사를 취득했다. 차녀 효은(32)씨는 전문학교 디지털애니메이션과 교수다. 윤재신씨의 자녀인 효선(26)씨는 대학원에서 조경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 그는 “대학에서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회사생활을 하며 조경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됐다. 아버지는 나의 선택을 환영하셨다. 친척들도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고 말했다.



 윤재옥 교수의 조카인 황준(28)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이모가 사랑의 집짓기 봉사활동을 추천하셨다. 일주일 동안 못질과 사포질만 했지만 완성된 집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다. 무조건 건축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학에서 건축학부를 전공한 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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