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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하면서 '쌍마 대피소'로…죽일놈의 사랑

지난해 6월 7일 서울 잠실구장 한화전에서 4-0으로 승리한 뒤 LG 팬들이 ‘LG 덕분에 행복’이라는 응원문구를 내걸고 있다. 당시 LG는 공동 2위를 달리며 9년 만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꿈꿨지만 후반기 들어 무너지면서 가을잔치에 나가지 못했다. [이호형 기자]


“팀 세탁(응원팀을 바꾸는 것)을 하느니 차라리 야구를 안 보고 만다. 극성스럽다고? 죽일 놈의 LG를 사랑해서 그렇다.”

프로야구 LG트윈스 팬들은 지금



 프로야구 LG트윈스 팬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쌍마 대피소(이하 쌍대)’를 만든 신모(28)씨는 LG를 그렇게 욕하면서도 ‘대피소’까지 만들어 LG를 응원하는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성적에 울고, 경기조작에 속고, 갈 데도 없어 대피소에 모인 LG 팬들은 9년(정규시즌 순위 6, 6, 6, 8, 5, 7, 8, 6, 6위) 동안 쌓인 울분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승화시켰다. 열광적인 응원으로 유명한 롯데나 KIA 팬들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LG 팬덤(특정한 팀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팬들의 응원문화)을 만들었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나눈 의견을 오프라인에서 실현시킨다. LG 구단이 팬들과 소통하길 요구하며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유명 팟캐스트 방송을 패러디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지난해 11월에는 ‘소통’을 주제로 축제를 열고 ‘LG의 레전드’ 김용수(52·중앙대 감독)에게 팬들이 마련한 은퇴식을 열어주기도 했다.



네이버에 있는 LG 팬 커뮤니티 ‘쌍마 대피소’의 화면.
 ◆릴레이 1인 시위 50명 이상 참가=지난해 10월 7일 자정, LG 구단의 공식 홈페이지 게시판 ‘쌍둥이 마당(이하 쌍마)’의 접속이 일시 중단됐다. 김기태(43) 감독의 선임 소식이 전해진 지 9시간 만의 일이었다. 팬들은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LG에 검증되고 연륜 있는 감독이 오길 원했다. 젊고 경험이 적은 김 감독의 선임 소식에 팬들은 분노했고, 쌍마에는 LG 구단의 결정에 대한 비판의 글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그러다 쌍마 접속이 중단됐다. LG 구단은 ‘서버에 과부하가 걸려 다운됐다’고 이유를 설명했지만 팬들은 믿지 않았다.



 그들은 신씨가 만든 쌍대에 모여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 쌍마가 복구됐지만 팬들은 여전히 쌍대에 모여 의견을 나눴다. 신씨는 “구단이 마음대로 폐쇄하고 팬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게시판은 존재 가치가 없다”고 했다. 7일 현재 쌍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팬은 1만 명이 넘는다. 그들은 순식간에 활동 무대를 잃고 ‘대피소’ 신세를 지게 됐지만 이후 오프라인에서의 활동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10월 중순 ‘1인 시위 준비대’가 발족했고 지금까지 5개월 넘게 잠실구장·구리(LG 2군 훈련장)·광화문·인사동 등에서 주말마다 ‘팬들과의 소통’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신씨는 “50명 이상의 팬들이 이어가며 거의 매주 시위를 했다”고 말했다.



 구단의 반응이 시원치 않자 그들은 지난해 11월 13일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소통을 요구하는 축제 ‘더 페스티벌’을 열었다.



 ◆LG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 나도 몰라=쌍대의 활동에는 유명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를 패러디한 ‘너도 꼼수지?(이하 너꼼수)’도 있다. 그들은 잠실구장 인근 호프집에 모여 ‘너꼼수’를 녹음해 쌍대에 올린다. 방송 내용은 조인성·이택근 등 주전 선수들이 팀을 떠난 배경과 뒷얘기, 구단 프런트를 향한 불만, 올 시즌에 대한 희망 등이다. 팬들은 쌍대에 모여 ‘너꼼수’를 듣고 의견을 나눈다. 12차례 방송이 나갔고 11일에는 제13화를 녹음한다.



 9년 동안 쌓인 울분을 창의적인 팬덤으로 승화시키고 있던 팬들은 지난달 불거진 박현준·김성현의 경기조작 파문에 패닉 상태가 됐다. 7일 쌍대 대문에는 ‘얘야, 미안하다. 널 LG 팬 만들어서’라는 자조 섞인 문구가 걸려 있다. 하지만 이들은 성적 부진과 소통 부재와 경기조작에도 굴하지 않고 ‘대피소’에 모여 LG를 응원한다. 제1대 대피소장 신씨는 “LG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뭔지 나도 모르겠다. 그동안 실망도 많이 하고 지쳤지만 여전히 LG 때문에 야구를 보고 있다. 쌍대 사람들 마음이 다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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