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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나가지 않고 국제교류 하는 고교생들

“여성들이 인권을 회복하려면 교육을 통해 재정적·정치적인 권리를 가져야 합니다.”(싱 쉬라자니·인도·메이요걸스칼리지 9)

 “여성들이 정치에 적극 참여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야 권리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문재현·서울 휘문중 2)

 21일 오후 경기도 가평 청심국제고 강당. 우리나라를 비롯해 방글라데시·홍콩·대만·인도에서 온 외국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구촌 현안에 대해 열띤 영어 토론을 벌였다.

 외국 학생들과 실력을 겨루며 우물 안 개구리 시각을 벗어나려는 학생들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로 유학을 가지 않고도 지구촌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서로의 문화와 관점의 차이를 배울 수 있어 글로벌 리더십을 익히는 산 경험이 되고 있다.

지구공동체 해법 모색하며 문화장벽 넘어

제4회 청심모의유엔대회에서 사무총장을 맡은 박지홍(오른쪽)양이 의장들의 발표를 듣고 있다. [사진=청심국제중고교 제공]

청심국제고에서 열린 ‘제4회 청심모의유엔(이하 CSIAMUN)’ 총회도 그중 하나. CSIAMUN은 각국 청소년들이 모여 국제적 관심사를 토론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다. 대회는 기획부터 운영까지 모두 학생들이 손수 진행한다. 외국인 학생들과 정서적 거리를 좁히고 문화적 교류를 하기 위해서다. 의사소통은 영어로만 이뤄진다. 대회엔 방글라데시·홍콩·대만·인도에서 온 75명의 외국인 학생이 참가했다. 올해는 여성의 권리보호, 중동 국가의 정치적 억압 등을 의제로 논의했다.

 사지원(청심국제고 3)양은 “인도 학생들이 여성차별이 만연한 자국의 문화를 설명하며 여성의 권리를 당당히 주장해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주고받으며 토의하니 외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넓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학생들은 수상 가능성을 보고 참여하는 경향이 있는데 해외 학생들은 수상보다 외국 친구들과의 교류에 더 초점을 두고 활동해 모범이 됐다”고 덧붙였다.

 한국 학생끼리 토론했다면 나올 수 없는 내용도 다채롭게 제기됐다. 본회의에서 결의안을 발표할 대표를 뽑을 땐 인도 학생들이 자신들을 홍보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 다른 외국 학생들의 주목을 받았다.

쉬라자니는 “교류를 통해 전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나라별 입장과 문화의 장벽을 알게 됐고, 이를 깨는 경험을 터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한 논문 영어로 발표하며 지식 소통

외국 학생들과의 학문 경쟁은 지적 자극의 계기가 된다. 김주영(경기북과학고 2)군은 자매결연을 한 대만 국립신죽고급중학교와의 학술 교류활동에 참여했다. 두 학교의 학생들은 4~5명씩 팀을 이뤄 수학·컴퓨터과학·화학·지구과학·생물학 분야별로 ‘R&E(Research and Education)‘ 결과를 발표하는 학술대회를 열었다. 생물 분야에 참가한 김군은 ‘소화 효소와 면역 시스템의 연관성’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다. 지구과학 분야에서는 대만 신죽고 학생들이 외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대만의 토종 식물·어류를 설명해 지식을 전파했다. 김군은 “외국 논문을 읽거나 공부한 내용을 영어 발표로 바꾸는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한국 학생들은 영어 사용을 주저하는 데 비해 대만 학생들은 문법이나 어순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있게 발표해 배울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외국 친구들 앞에서 연구한 지식을 영어로 발표하고 함께 논의하는 과정이 훗날 국제 무대에서 일할 때 밑거름이 될 것 같다”고 자랑했다.

다른 나라 문화를 내 것처럼 이해하고 포용

지난해 9월 인터내셔널 영 리더스 포럼(International Young Leaders Forum·이하 IYLF)을 개최한 충남 천안 북일고는 ‘문화 외교(Cultural Diplomacy)’를 대주제로 정했다. IYLF는 매년 9월 한국·호주·싱가포르·인도네시아·중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5개국 고교가 모이는 행사로 학생들이 행사 계획부터 진행까지 직접 운영한다. 5일 동안 ‘전통과 가치’ ‘행동하는 문화외교’와 같은 소주제를 만들고, 이에 맞춰 국가별 문화의 차이점과 문화외교에 필요한 소프트파워(강제적인 힘이 아닌 구성원들의 자발적 동의로 얻어지는 힘)의 방법에 대해 논했다. 박성준(북일고 2)군은 “대회 전날까지만 해도 각국이 가진 문화만 다를 뿐 문화외교를 생각하는 방법은 비슷할 거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학생들은 문화외교를 정부나 기업이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데 반해, 외국 학생들은 유튜브와 같은 웹 사이트를 활용하자고 주장해 차이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를 계기로 박군은 사회적 쟁점을 한 가지 관점에서만 바라보던 자신을 반성하게 됐다.

참가 학생들은 포럼 외에도 스피드 퀴즈, 공연 등을 통해 문화를 교류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북일고 국제과 이영준 교사는 “과거엔 단순히 수상을 목적으로 국제대회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해외에 나가도 우물 안 개구리식 시각을 고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외국 학생들과 지구촌 문제 해법을 모색하는 지적·정서적 교류는 청소년들이 훗날 세계무대에 진출할 때 필요한 국제 문제에 대한 이해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길러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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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