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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중국과 한마음” … 외교의 축 아시아로 이동 예고

러시아 경찰이 5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대선 부정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가한 야권 지지자들을 연행하고 있다. 시내 푸슈킨 광장 인근에 집결한 2만 명의 시위대는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선거가 불공정하게 치러졌다고 주장하며 푸틴의 퇴진을 요구했다. [모스크바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당선자가 대선 기간 중 내건 ‘강력한 러시아 건설’은 대외정책에도 그대로 투영될 전망이다. 그런 만큼 시리아의 반정부세력 대학살과 이란의 핵개발, 미국의 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 등 민감한 이슈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 간 대립은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푸틴의 크렘린 복귀로 강력한 러시아 건설을 축으로 하는 ‘푸틴주의(Putinism)’가 강화되면 국제사회에 새로운 냉전 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푸틴의 3선이 확정된 이후 미국·영국·독일 등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대선 과정에서의 부정을 거론하면서 조심스럽게 그의 당선을 축하했다. 건설적인 협력관계를 강조하는 한편 푸틴이 시리아 문제 등에 전향적으로 나오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전하기도 했다. 새벽 3시에 후진타오(胡錦濤 ) 국가주석이 축전을 보낸 중국, 푸틴의 복귀를 쌍수를 들어 환영한 시리아·이란과는 대조적이다. 푸틴 당선을 계기로 세계가 다시 2개 진영으로 나눠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푸틴은 지난달 말 ‘모스콥스키예 노보스티’에 실린 기고문을 통해 대외정책의 기조를 밝혔다. 푸틴은 “시리아에 ‘리비아 시나리오’를 들이대는 것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이란을 공격한다면 상상할 수 없는 파국이 닥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그 서방 동맹국들이 인도주의라는 명목으로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개입하는 ‘폭탄 민주주의’를 수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리아와 이란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의 ‘예스 맨(yes man)’이 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는 자국 해군기지가 있는 시리아와 군사·무역 관계가 돈독한 이란을 두둔해왔다.

 기고문에서 푸틴은 또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 인근 동유럽에 구축하려는 MD 시스템에도 불만을 표시하며 “이는 러시아의 핵억지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가짜 시민단체나 기관이 외부 세력의 지원을 받아 사회 안정을 해하려 한다”며 미국을 겨냥하기도 했다. 푸틴은 대선 전의 반정부 시위 배후 세력으로 미국을 지목하며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을 비난한 바 있다.

 미 언론들은 특히 푸틴이 기고문에서 ‘말한 것’보다는 ‘말하지 않은 것’이 더 충격적이었다고 지적한다. 미·러 협조 노선을 상징하는 ‘관계 재설정(reset)’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2009년 4월 정상회담에서 ‘리셋’관계에 합의했다. 미 폭스뉴스는 “이제 ‘리셋’을 다시 리셋하게 됐다”고 전했다.

 반면 푸틴은 중국에 대해 매우 큰 신뢰를 보냈다. 푸틴은 “중국이 세계 무대에서 더욱 자신감 있는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을 환영한다”며 “우리는 세계의 질서 유지에 대해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푸틴이 서방과 대립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쪽으로 외교의 축을 옮기겠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푸틴의 대외정책은 이전 집권기(2000~2008년)보다 더 공격적이겠지만 기본 틀에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푸틴 2.0(2012~2018년)은 현대적 개혁이라는 과제를 달성해야 성공할 수 있지만, 지금 푸틴의 비전은 10여 년 전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른 시각도 있다. 포린 어페어스는 “과거 푸틴의 반미 정책이 공격적이었다면, 지금 푸틴은 방어적이라는 차이가 있다”며 “국내 여론을 생각하면 마냥 강공만 펼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유럽발 글로벌 재정위기가 아직 돌파구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에 압도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러시아도 잘 알고 있다”며 “푸틴이 미국에 대해 예전과 같은 적대적인 태도에서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푸틴의 강력한 러시아 건설 비전은 내정 안정과 경제 발전의 뒷받침 없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경제는 푸틴이 처음 대통령이 된 2000년부터 9년 연속 평균 7%대 고도성장을 이룩했다. 하지만 구조적 문제가 적잖다. 주러시아 한국대사관 이종국 경제공사는 “전체 수출에서 석유·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며 "자원 의존을 개선하는 게 러시아 경제의 최대 현안”이라고 말했다.

 푸틴이 제시한 공무원 임금 대폭 인상, 군사비 지출 확대, 복지 강화 등 공약은 지속적인 고유가를 필요로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내의 ‘반푸틴’ 정서에 기름이 부어질 수도 있다. 푸틴이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란 문제 등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서울=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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