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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땅서 낙담해 바라본 하늘, 그 붉은 틈새

브란덴부르크문은 한때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의 경계였다. 화가 오정근이 올려다 본 이 문은 또한 하늘을 세모꼴로 구획지었다. 인공의 건축 틈새로 보이는 하늘, 오씨가 수 년째 탐구하는 대상이다. [더페이지갤러리]

2005년, 베를린 독일문화원 앞마당. 서른다섯 살의 한국 남자가 쉬는 시간마다 앞마당에 나와 담배를 피우며 서성였다. ‘이 나이에 말 안 통하는 먼 곳에 가족까지 데려와서 왜?’ 그는 끝없이 자문하며 하늘을 쳐다봤다.

 그게 시작이었다. 화가 오정근(42)은 그때부터 고색 창연한 건물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그렸다.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을 옆에서 봤을 때 세모꼴로 보이는 하늘도, 유대인박물관 돌기둥 사이로 보이는 하늘도 그렸다. 가장 적당한 각도로 하늘이 보일 때까지 서성였다. 그린 하늘은 가장 채도가 높은 빨강색으로 칠했다. “저는 인공미에 관심이 있어요. 그것은 제가 신이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이죠. 자연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니까요.”

 오씨는 도인처럼 말을 이어갔다. “석양이나 꽃은 무얼 어떻게 해서 아름답게 하는지 알고 할까요. 인간에겐 ‘회의’가 있습니다. 실수·불완전이 있지만 계속해서 하고자 하는 게 바로 그 때문이죠. 벽과 천장으로 막힌 건축 공간을 통해 보는 하늘이란 것, 그 틈새에 저는 관심이 있어요.” 서울대 서양화과와 같은 대학원 졸업 후 선화예고 교사로 8년, 대학 강사로 있다가 독일로 건너가 전업화가로 자리를 잡은 그다.

 오씨가 유럽 화단에 이름을 알린 것은 2007년 ‘생존 현대미술가 중 최고’로 꼽히는 게르하르트 리히터(80)와 2인전을 하면서다. 리히터는 ‘회화의 종말’ 운운하던 20세기 후반, 회화의 한계로 지적되던 평면성이야말로 회화만의 고유한 특징이라 주장하며 그린다는 행위의 본질에 천착한 인물이다. 오씨가 전속으로 있는 한국계 화랑 대표가 리히터 쪽에 편지를 보내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리히터는 미공개 작품 두 점을 보내며 그걸 보고 오씨가 같은 크기의 신작 두 점을 그릴 것, 그 네 점만으로 ‘대화(dialog)’라는 주제의 전시를 단 이틀간 열라는 조건을 달았다. 전시 기간 내내 세미나를 열라고도 덧붙였다. 오씨는 당시 쾰른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복원 중이던 리히터와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 리히터는 나중에 “이국 땅에 와서 잠깐 반짝하는 미술가는 드물게 있지만, 그렇게 잠시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격려 편지를 보내왔다.

 오정근씨 개인전이 서울 서초동 더페이지갤러리에서 17일까지 열린다. 02-3447-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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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