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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할 줄 아는 아버지 세대, 우리보다 젊은 것 아닌지 …

‘마이 백페이지’(15일 개봉)는 196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까지 일본 대학가를 뜨겁게 달궜던 학생운동(전공투·全共<95D8>)을 소재로 한 영화다. 그렇다고 화면에 최루탄과 화염병이 날아다니거나 과격한 구호가 메아리 치지 않는다. 당시 현장을 취재했던 한 기자의 시선으로 시대에 휩쓸려간 청춘들의 고뇌와 좌절을 차분하게 묘사한다. 화면을 짓누르는 무거운 공기는 그들이 떠안아야 했던 시대의 아픔을 상징한다. 신입기자 사와다(츠마부키 사토시)는 학생운동을 취재하던 중 무장혁명단체 간부로 자처하는 대학생 우메야마(마츠야마 겐이치)를 만난다.


사와다는 무장봉기를 선언하는 우메야마의 의도와 정체를 의심하면서도 묘한 끌림과 특종에 대한 욕심 때문에 그를 믿게 된다. 자위대원 한 명이 소총을 탈취당한 뒤 살해된 사건은 혁명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던 둘의 운명을 바꿔놓는다.

 영화는 실제로 전공투를 취재했던 전직 신문기자 가와모토 사부로의 기록을 토대로 약간의 픽션을 섞었다. ‘린다 린다 린다’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등의 작품으로 ‘젊은 귀재(鬼材)’라 불리는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36·사진)이 4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6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작품활동의 자양분이 된 1960~70년대 문화와 시대정신에 대한 경의를 담았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기자로 나오는 츠마부키 사토시가 시위 장면을 취재하는 모습.
 -사와다와 우메야마의 좌절감은 어디서 비롯되나.

 “사와다는 권력과 특종에 대한 욕구, 우메야마는 자신의 이름을 떨치려는 욕구가 앞섰기 때문에 둘 다 순수한 의도에서 혁명을 꿈꿨다고 할 수 없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난 순간부터 실패는 예견됐다. 혁명이 뭔지도 모르면서 혁명에 집착했던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사와다와 자주 대화하는 여고생 모델 마코(쿠츠나 시오리)는 어떤 존재인가.

 “자위대원 살해사건에 당혹해 하는 사와다에게 마코가 ‘학생운동을 찬성하지만, 사람을 죽이는 건 잘못됐다’고 말하는데 그건 나의 생각이자 우리 세대의 생각이기도 하다. 그는 우리 세대의 대변인이다.”

 -태어나기도 전의 일을 영화화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당시를 체험한 사람들도 많고, 관련 영화도 많아서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도전해보고 싶었다. 매우 특별했던 그 시대를 우리들의 시선으로 재현해보고 싶었다.”

 -당시 시대의 아픔은 어디서 비롯됐다고 보나.

 “권력에 맞섰던 시대였기 때문에 다들 의욕이 너무 앞섰다. 이념을 위해 살인까지 합리화했다. 지나친 뜨거움이 망상을 낳았고, 결국 비극을 초래했다.”

 -전작들과 달리 인물에 매우 밀착한 느낌이다.

 “혁명을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면 당시의 열정이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아 인물에 최대한 가깝게 다가갔다. 격동의 시대를 담아내기 위해 16㎜카메라로 거칠고 희미한 느낌의 화면을 만들었다.”

 -‘남자는 울면 안 된다’고 믿던 사와다가 눈물 흘리는 엔딩 장면이 인상적이다.

 “잘못된 선택에 대한 후회, 자기연민 등 복합적인 이유 때문이다. ‘제대로 우는 남자가 좋다’는 마코의 대사처럼 사와다는 마지막에 순수한 눈물을 흘린다.”

 -뜨거운 시대를 살았던 아버지 세대를 평가한다면.

 “아버지 세대는 과격한 면도 있지만 분노할 줄 안다. 감정표현에 무딘 세대로서 그들이 부럽다. 아버지 세대가 우리보다 더 젊은 것 같다.”

 -한국에서도 아버지의 시대를 돌아본 영화 ‘범죄와의 전쟁’이 흥행하고 있다.

 “그런가? 전공투 영화가 아니라 그 시대에 휩쓸려갔던 인간들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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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