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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중국은 탈북자들을 북송하지 말라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2006년 3월 30일 미국 백악관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워싱턴 방문을 불과 몇 주 앞두고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은 중국이 김춘희씨를 다루는 문제에 대해 중대한 관심이 있다. 미국과 한국, 그리고 유엔난민기구(UNHCR)가 이와 관련해 중국에 문제를 제기하는 중임에도 30대 망명 희망자로 전년도 12월 중국의 2개 국제학교에서 피난처를 구하려 했던 김씨는 중국 당국에 체포돼 북한으로 송환됐다. 우리는 김씨의 안전을 깊이 우려한다…. 우리는 중국 정부가 UNHCR의 접근조차 허용하지 않은 채 이렇게 어려운 처지의 개인들을 북한으로 송환하지 않도록 호소한다.”

 이는 어떤 국가가 중국 정부에 특정 ‘르풀망(강제송환)’ 사례를 지적하면서 시정을 요구한 최초의 사례였다. 르풀망이란 프랑스어에서 비롯한 외교용어로 정치적 망명자를 강제로 추방하는 것을 가리킨다. 한국의 이명박 정부가 이번 주 베이징 당국에 탈북자들을 북한으로 송환하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요청한 것에서 분명히 드러나듯 중국은 그동안 자국에 입국한 북한 난민들을 무더기로 체포해 강제송환하는 작업을 적극적으로 벌여왔다. 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유엔난민협약)’과 이를 승계한 67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의정서(유엔난민의정서)’ 가입국으로서 중국은 당연히 정치적 박해를 피해 자국으로 피난한 정치적 난민들을 인정해야 한다. UNHCR은 난민으로 간주한 개인들의 권리를 지켜주고 생계수단을 제공하며 신변을 보호해주는 기관이다.


 중국을 포함한 의정서 가입국은 그 외에도 송환 금지의 원칙을 준수해야 하는데 이는 “어떠한 가입국도 난민을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단체나 정치적 의견에 의해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는 곳으로 국경 넘어 추방하거나 송환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중국은 86년 평양과의 양자협약에 따라 시종일관 북한 출신자를 난민으로 인정하길 거부해왔으며 송환자 대부분을 수감하고 고문하고 처형하는 북한으로 강제추방해왔다.

 나는 한국 정부가 지난주 탈북자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에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사실 중국의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런 점에서 이들 탈북자 개인의 용기와 불굴의 정신에 대해 세계가 침묵한 것은 비극적이다. 지난주 서울을 방문한 양제츠(楊潔<7BEA>) 중국 외교부장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더 많은 국제적 주목을 받을까 봐 더 이상 이 문제를 거론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맞는 말이다. 양제츠는 조용한 대화를 원한다. 왜? 중국과 북한에 비인도적인 강제송환 협정의 최대 지원자는 ‘익명성’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익명의 인물을 도울 수 없다. 아웅산 수치나 넬슨 만델라같이 구체적인 이름이 있어야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중국은 강제송환을 할 때 창문에 커튼을 친 버스에 탈북자들을 태워 익명성을 더욱 강화한다. 그 때문에 단 하나의 이름이나 얼굴, 강제송환과 관련한 사연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백악관이 2006년 당시 김춘희씨와 관련한 성명을 낸 것은 구체적인 이름과 사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탈북자들의 북송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고 중국의 비인도적인 행위에 주목할 수 있게 하려면 개개인들의 이름과 사연을 밝혀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이것이야말로 UNHCR이 탈북자들과 접촉해 이들이 정치적 망명 희망자인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에 압력을 넣는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우리는 김춘희씨 같은 경우를 더 많이 거론해야 한다. 알려지지 않은 다른 사람들의 사연을 알려주는 창이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탈북자의 사연을 발굴하고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해 이 문제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을 촉구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용감한 탈북자들은 이름도 얼굴도 없이 통계로만 남아 결국 어두운 밤 커튼 친 버스에 실려 강제송환 당한 뒤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중국 내 탈북자 북송 사태 일지

▶ 3월 5일(이하 현지시간) : 미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 중국 탈북자 강제송환 청문회 개최
▶ 2일 : 미 LA 시내 중국영사관 앞에서 북한 인권단체 링크 주관으로 대학생 40여 명 탈북자 북송 반대 시위
▶ 2일 : 마리아 오테로 미 국무부 차관,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제3국에서 이뤄지는 북한 난민·망명자 처리와 관련해 한국의 깊은 우려를 공유”
▶ 1일 : 미 워싱턴 주미 중국대사관 앞에서 북송 반대 시위
▶ 2월 24일 : 유엔난민기구, 중국 정부에 탈북자 송환 중단 촉구
▶ 13일 : 탈북자들, 국가인권위에 긴급구제 요청
▶ 8일 : 중국 선양에서 탈북자 10명이 버스 탑승 직후 공안에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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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