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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식량 먼저, 미국선 비핵화 앞세워…동시 공개한 양국 발표문에 미묘한 차이

지난달 29일 미국과 북한이 동시에 내놓은 ‘베이징회담’ 발표문은 곳곳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우선 발표문에 담긴 내용의 순서다. 미국은 비핵화 사전조치인 ▶핵실험·장거리미사일 모라토리엄(유예)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가동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팀 복귀 등을 맨 앞에 담았다. 반면에 북한은 북·미 관계 개선과 식량지원 등을 앞에 세우고 ‘사전조치는 맨 뒤로 넘겼다. 양측의 우선순위가 다르다는 얘기다.



 식량 지원에 관한 문구에서 북한은 ‘미국의 영양 식품 24만t 제공’을 언급하며 “미국은 추가적인 식량 지원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미국은 “최초 24만t의 영양 지원을 하고, 지속적인 필요에 기초해 추가 지원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발표했다. ‘노력’과 ‘가능성’이란 다른 표현을 쓴 것이다.





 IAEA의 사찰 복귀에 대해서도 미국은 “우라늄 핵시설 활동 중단의 검증·감시를 위해”라고 했지만 북한은 ‘검증’이란 단어는 담지 않고 ‘감시’라는 말만 썼다. 미국은 또 “5㎿ 원자로 및 관련 시설 불능화도 확인한다”고 했지만, 북한은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이 “6자회담이 재개되면 우리에 대한 제재 해제와 경수로 제공 문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한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북한은 이 문장의 주어를 명시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과거 6자회담을 통해 주장해 온 ‘제재 해제’와 ‘경수로 건설’ 요구를 담았다. 정부 당국자는 “‘주어’를 생략하면서 합의 정신을 깨지 않고 자신들의 바람과 의견을 담았다”고 분석했다.



 ‘정전협정 인정’ 부문과 관련해선 미측이 발표문에 “미국은 정전협정을 한반도 평화·안정의 기초로서 인정한다”고 했다. 반면에 북측은 “조·미(북·미) 쌍방은 평화협정이 체결되기 전까지…인정한다”고 했다. ‘쌍방’을 강조하며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한 것이다. 향후 합의 이행 과정이나 6자회담 재개 시엔 이런 ‘미세한 차이’가 첨예한 쟁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발표문에 담긴 양측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이 주목된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동북아정책센터 소장은 “이번 합의는 진지한 협상으로 나아가는 실질적인 첫 조치가 될 수도 있지만 영양 지원을 받아 내고 한국 정치에 개입하려는 북한의 술책일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정전협정을 빌미로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할 수도 있어 후속 합의 이행 과정에서 세부 사항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며 “북한과 협상할 때 악마는 항상 디테일에 숨어 있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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