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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복고 열풍 속 복고의 빈곤

강기헌
문화부 기자
세계적인 ‘복고(復古)’ 바람이 거세다. 지난달 27일 미국 LA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대사 하나 없는 흑백영화 ‘아티스트’가 작품상과 감독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했다. 주인공 장 뒤자르댕은 무성영화 배우를 연기해 프랑스 배우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여우주연상은 영화 ‘철의 여인’에서 마거릿 대처 총리를 연기한 메릴 스트리프에게 돌아갔다. 영국의 대처 총리는 1979년 취임해 과다한 사회복지와 노사분규로 멍든 80년대 영국 경제를 살려낸 인물이다.



 복고 열풍은 서점가도 점령했다. 호러 작가 스티븐 킹이 지난해 11월 세상에 내놓은 소설 『11/22/63』은 석 달째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픽션 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숫자로 된 제목은 J F 케네디 전 미 대통령이 댈러스에서 저격당해 숨진 날이다.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 케네디 전 대통령의 저격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한 고등학교 교사의 얘기를 그렸다.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이 마시는 맥주의 맛처럼 알싸한 60년대 추억들과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에 대한 논란은 미국 독자들을 불러 모으며 복고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문화계도 복고가 대세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과정을 다룬 ‘뿌리 깊은 나무’는 시청률 30%를 넘는 인기를 모았다. 사극 열풍은 ‘공주의 남자’ ‘광개토대왕’ 등을 거쳐 시청률 40%를 넘어선 ‘해를 품은 달’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쎄씨봉’ ‘나는 가수다’를 통해 잊혔던 70~90년대 가수들은 다시금 대중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이돌 그룹은 디스코 댄스와 80년대 패션을 선보이며 가요 차트를 점령했다.



 지난해 40~50대의 학창 시절 추억을 담은 영화 ‘써니’에서 시작된 영화 속 복고는 ‘댄싱퀸’ ‘범죄와의 전쟁’으로 이어지며 두 영화의 누적 관객 수가 600만 명을 돌파했다. 안타깝게도 한국적 복고는 ‘사극 복고’와 ‘학창 시절 복고’를 넘어서지 못한다. 60~70년대 유신 정권을 거쳐 80년대 군사독재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복고는 음악카페의 통기타 소리와 학창 시절 미팅의 장소였던 빵집에서 멈춘다. 케네디 전 대통령이나 대처 전 총리처럼 되새김할 인물은 찾아보기 힘든, 복고 열풍 속 ‘복고의 빈곤’이 우리의 현재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지난달 27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의석 수를 사상 최대인 300석으로 늘렸다. 한국 대중의 추억 속에 정치인이 남아 있지 못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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