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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희의 시시각각] 뚱뚱해지는 사회

양선희
논설위원
퀴즈 하나. 다음 질환은 무엇일까요? 연 1700만 명을 사망케 하는 세계 사망률 1위 질환. 저개발국과 저소득층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유아·청소년이 걸리면 집단 따돌림 증세까지 동반하는 병. 세계보건기구(WHO)가 ‘21세기 신종 전염병’으로 지목한 질병.



 정답은 비만이다. 바야흐로 살찌는 문제가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세계 각국은 비만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2005년 세계 비만인구가 10억 명에 이르자 이듬해 유럽 53개국 각료들이 터키에 모여 ‘비만퇴치헌장’을 채택했다. 미국에선 오바마 대통령 부인이 아동비만퇴치 캠페인을 이끈다. 지난해 유럽 몇 나라에선 ‘비만세’를 도입해 소금·설탕·지방이 많이 든 음식에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비만인구는 꾸준히 늘어 2015년엔 세계 인구 4분의 1에 가까운 15억 명에 달할 거란다.



 이거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발표한 전국 초·중·고등학생 학교건강조사를 보면, 우리 아이들의 건강상태가 중년층을 닮아가고 있다. 주적은 비만. 특히 고3은 대략 여섯 명 중 한 명꼴로 비만인데, 이들 중 혈압 상승에 지방간·고지혈증까지 성인병에 노출된 아이들이 늘고 있단다. 또 남자들의 비만도 간단찮다. 1998년만 해도 비만 남자(25.1%)가 여자(26.2%)보다 적었지만 2010년엔 남자 세 명에 한 명꼴(36.3%), 여자는 네 명에 한 명꼴(24.8%)로 비만이다. 지난해엔 비만으로 인한 직간접적 사회비용이 3조4000억원에 달했단다. 요즘은 살 빼기를 ‘비만치료’라고 부른다. 이쯤 되면 우리도 범국가적 차원의 전쟁을 선포해야 할 단계다.



 그런데 문제는 전쟁의 기술도 무기도 마땅찮다는 거다. 물론 다이어트 방법은 무지하게 많다. 지금까지 나온 방법만도 2만6000여 종이나 된단다. 비만산업도 수직상승세를 구가한다. 그런데 진짜 살 뺐다는 사람, 비만 예방에 성공한 사례를 만나는 건 쉽지 않다. 온갖 묘책과 비법을 동원하고 돈 써가며 겨우 살 빼놨는데 2년도 못 가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경우는 수두룩하다. 몸무게가 표준이어도 근육량이 부족하고 지방은 넘치니 이도 역시 비만이란다.



 처방으로 늘 권장되는 게 적당한 운동과 식사 조절이다. 몇 년 전 week& 팀장 시절, 우리 팀 기자들과 함께 정말 이것만으로 살이 빠지는지 실험하는 프로젝트를 했다. 기자 4명이 한 달 동안 각각 걷기, 자전거 타기, 필라테스, 피트니스 등을 하고 먹는 양을 줄였다. 당시 폭염 속에서 하루 1만5000~2만 보를 죽자 하고 걸었다. 그 결과 몸무게는 그대로, 근육은 1㎏ 늘고, 지방은 0.8㎏ 줄었다. 다른 기자들은 2~4㎏ 정도 빠졌다.



 효과가 있다는 가능성은 확인했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그 뒤 한 달을 더 걸었는데 근육량 변화는 별로 없다. 이 마당에 바로 옆에 버스 지나가고, 엘리베이터 있는데 걸을 흥이 나지 않는다. “서울서 그렇게 걷다간 살은 빠져도 폐가 나빠져 수명이 줄 것”이라는 혹자의 소곤거림에도 솔깃해진다. 먹고 싶은 것 참아가며 필사적으로 몸무게는 표준에 맞춰도 근육과 지방량의 불균형은 나날이 ‘흉악’해진다.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처럼 비만을 예방하고 관리하고 살 빼는 건 생각이 없어서가 아니라 방법을 몰라서 못한다. ‘적당한 운동’. 말이 쉽지 그게 어느 정도인지 매뉴얼도 없고 실전에 응용하는 방법도 못 배웠으니 알 턱이 없다. 이런 비만에 대한 ‘총체적 무식’ 때문에 단번에 살 빼준다는 온갖 묘책에 몰려들어 건강을 해치는 인구들이 나날이 느는 것인지도 모른다. 전 지구적으로 비만과 전쟁을 치르는 시대다. 이젠 우리 사회도 비만 예방과 관리를 위한 정석 매뉴얼을 만들기 위해 고시 공부하듯 파고들 때가 됐다. 그리고 이를 전 국민에게 덧셈·뺄셈 가르치듯 어릴 때부터 가르쳐서 무지 때문에 관리 못하는 사례는 줄이는 게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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