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분수대] 안방과 거실까지 CCTV 설치하는 이 숨 막히는 세상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일. 모처럼 집안일 거든다고 쓰레기통을 들고 내려간 게 화근이었다. 잠시 한눈판 사이에 비우고 난 쓰레기통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버린 물건인 줄 알고 누가 들고 간 게 분명해 보였다. 쏟아질 잔소리에 앞이 캄캄했다. 궁즉통(窮則通)이라고 불현듯 떠오른 게 아파트 단지 통합방재실의 CCTV. 방재실 직원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사태의 전말을 귀신같이 밝혀냈다. 차를 몰고 지나가던 주민이 폐기물인 줄 알고 집어간 것이다. CCTV에 찍힌 차량번호를 통해 주민의 소재를 파악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부주의를 정중하게 사과하고 쓰레기통을 돌려받음으로써 사건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무서운 세상이다. 아파트 단지 곳곳에 설치된 수십 대의 CCTV가 주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고 있다. 입주민의 합의로 설치하긴 했지만 감시당하는 것 같은 기분은 좋을 리 없다. 범죄를 예방하는 긍정적 효과가 사생활 침해라는 부정적 효과보다 크다는 걸 모르지 않지만 그래도 찜찜한 건 찜찜한 것이다. 경비 인력을 줄이는 경제적 효과도 있다고 하지만 멀쩡하게 일하던 사람들을 내보냈으니 그것도 마음에 걸린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서울 등 수도권에 사는 주민은 하루 평균 83회 CCTV에 찍히고, 큰길을 지날 때는 9초에 한 번꼴로 CCTV에 노출된다고 한다. 전국에는 사설(私設) CCTV를 포함해 총 35만 개의 CCTV가 돌아가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CCTV 통합관제센터에는 약 9200명의 전문 관제요원이 전국에 설치된 약 10만 개의 공용 CCTV를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조지 오웰이 말한 ‘빅브러더’의 세상이 따로 없다.



 집 밖에 설치됐던 CCTV가 이제는 안방과 거실까지 ‘침투(?)’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베이비시터가 아이를 제대로 돌보고 있는지 감시하기 위해 맞벌이 부부를 중심으로 집 안에 CCTV를 설치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인기 드라마 작가의 남편이 자살하는 과정이 거실에 설치된 CCTV에 찍혀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주인이 집에 있을 때는 카메라를 돌려놓거나 꺼놓으면 되기 때문에 사생활 노출 걱정은 안 해도 된다지만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CCTV만이 아니다. 계좌 추적하고, 통화기록 조회하고, 신용카드 결제 내용 확인하고, e-메일과 SNS 사용 기록을 확인하면 언제 어디서 누구와 무얼 했는지 다 나온다. 빅브러더가 작심하고 달려들면 사람 하나 요절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개인의 사생활 보호나 행복추구권은 점점 딴 세상 얘기가 되어 가고 있다. 털어도 먼지 안 나게,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사는 수밖에 없다지만 이거 어디 불안하고 숨이 막혀 살겠나. 참으로 겁나는 세상이다.



배명복 논설위원·순회특파원



▶ [분수대] 더 보기

▶ [한·영 대역] 보기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