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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맞춤 치료’ … 사용처 몰랐던 원자재 8% → 0.4%로 뚝

서울 가산동 성호전자 본사에서 박환우 사장과 직원들이 원가관리 프로그램 화면을 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성재 상무, 박 사장, 해외영업부 가와하라 다다히로(川原正弘) 사원, QA부 이상원 대리. [안성식 기자]


전자부품 업체인 성호전자 손용구(43) 기획이사의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장부를 들여다봤더니 사용처가 ‘기타’로 잡혀 있는 원자재가 전체의 8%나 됐다. 분명히 쓰긴 썼는데 연구개발에 썼는지, 샘플 제작에 사용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강소기업 맞춤 컨설팅 ① 성호전자



 1973년 설립된 성호전자는 최근 10년 새 부쩍 성장한 회사다. 2001년 143억원이던 매출이 2010년 1350억원으로 아홉 배가 됐다. 다소 줄었다곤 하지만 지난해에도 거의 1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간 서울 가산동 본사 외에 중국 웨이하이·주하이에 현지법인 두 곳을 세우기도 했다. 현재 한국·중국을 합쳐 147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이 회사가 만드는 콘덴서 등 전자부품은 연간 6억 개에 이른다.



 하지만 덩치가 너무 빨리 커지면서 각종 ‘성장통’이 찾아왔다. 회사의 제품·자재 출납은 갈수록 복잡해졌고, 명확한 원가계산과 재고자산 파악은 점점 어려워졌다. 2010년 말 재고조사에서 전체 원자재의 8%가 ‘사용처 불명’으로 나타난 것이 대표적이다. 본사와 중국법인을 합친 회사 전체의 월간 결산에 40일 정도가 걸리기도 했다. 개별 제품의 원가계산을 감각에 의존하다 보니 물건을 하나 팔 때 돈이 얼마나 남는지도 아리송했다.



 박환우(57) 사장은 “연 매출 300억원 때는 복잡한 원가계산을 하지 않아도 제품별 수익구조가 눈에 보였지만 매출이 연 1000억원을 넘어서자 그게 잘 안 되더라”고 말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뭔가 수를 내야만 했다는 얘기다. 대기업 간부 출신을 데려와 봤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지시만 하면 일이 척척 이뤄지던 분위기에 익숙해 대부분의 일을 스스로 틀어쥐고 처리해야 하는 환경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회계사를 비롯한 전문인력을 뽑자니 비용 부담이 너무 컸다.



 박 사장은 거래 은행인 IBK기업은행의 문을 두드렸다. 기업은행이 중소기업에 무료로 해주는 컨설팅을 신청했다. 회사의 주요 정보를 은행에 다 넘겨주는 게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출 부서에는 컨설팅 결과를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믿기로 했다.



 6주간의 컨설팅은 생각보다 깐깐했다. 은행에서 파견된 회계사는 회사의 재무·회계 담당자들과 함께 원가계산 방법, 재고자산 관리 등을 샅샅이 점검했다. 문제점도 여럿 발견됐다. 우선 1년에 두 번만 하던 재고 실사는 매달 해야 한다는 충고를 들었다. 사업부별 담당자가 재고실사를 하던 방식도 여러 부서 팀원을 묶은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는 쪽으로 바꾸는 게 좋겠다는 조언이 나왔다.



 지난해 하반기 이뤄진 컨설팅 이후 회사의 회계·재고관리는 완전히 달라졌다. 자재·제품이 들고 나는 것을 철저히 관리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사용처가 불분명한 원자재 비율은 0.455%로 뚝 떨어졌다. 한 해 전과 비교하면 18분의 1 수준이다. 월간 결산에 걸리던 기간도 확 줄었다. 과거엔 본사 기준으로 20일 정도가 걸렸지만 이제는 약 10일이면 가능하다. 중국법인을 합친 회사 전체 기준으로도 약 40일에서 약 20일로 단축됐다. 제품별 원가 계산을 할 때 그동안엔 공통 비용으로 뭉뚱그린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인건비와 판매관리비를 사업부별로 철저히 나눠 비용처리하기 시작했다. 박성재(28) 상무는 “그간 몰랐던 문제라기보다 알면서도 쉽게 손을 대지 못했던 것들”이라며 “외부 컨설팅을 통해 자극을 받다 보니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다”고 말했다.



 가장 큰 변화는 임직원의 마음가짐이다. ‘내가 맡은 일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회사 전체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쪽으로 달라졌다. 영업부 고병훈(35) 대리는 “처음에 컨설팅을 받는다고 했을 때는 내 일이 아니란 생각이 강했지만, 회사 전반이 효율적으로 변하자 영업에도 도움이 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나현철·김선하·임미진·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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