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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고이" 한국 보통남에 푹 빠진 日여성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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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해 6월 3일 도쿄 시부야의 빌딩
파르코 파트1.


월간중앙 이 건물 7층과 8층에 한류스타 장근석의 일본 공식숍이 문을 열었다. 장근석의 작품과 기념품 등을 판매하는 곳이다. 특설회장으로 꾸며진 ‘장근석의 방’에는 목욕가운 등 장씨가 사용하는 용품들로 꾸며졌다. 24일간 한시적으로 문을 연 이 가게에 먼저 입장하려고 일본 여성 팬들이 이른 아침부터 장사진을 쳤다. 계단으로 이어진 줄은 지하 2층까지 이어졌다. 당시 이 가게에는 총 5만여 명의 장근석 팬이 방문해 주최측을 놀라게 했다. 한 여성팬은 “근짱(일본에서 장씨의 애칭)의 미소는 최고다. 육식계[肉食系·내성적인 초식남(草食男)에 상반되는 남성적인 이미지]의 분위기도 좋다. 근짱을 보면서 생활의 활력을 얻는다”고 했다.

지난해 11월26일 도쿄돔에서 열린 ‘장근석 2011 더 크라이 쇼 인 도쿄 돔 더 비기닝’에도 4만5000여명의 팬이 몰려들었다. 지난해 4월 일본 시장에 내놓은 첫 싱글앨범 <렛 미 크라이>가 발매 첫 주에 11만9000장 팔려나가 일본 음반판매 차트인 오리콘 차트 1위에 올랐다. 남자 솔로 아티스트의 데뷔곡으로는 80년대 일본 최고의 아이돌 가수로 꼽히는 곤도 마사히코(近藤?彦) 이후 30년 만에 세운 기록이다. 역시 같은 해 7월에 출판된 공식 사진집은 오리콘 사진집 부문에서 남성 최초로 주간 1, 2위를 독점했다. 일본 언론들은 2000년대 한류붐을 이끌어온 욘사마(배용준)를 능가하는 한류스타로 장씨를 꼽는다.

#2 최근 도쿄 코리아타운인 신주쿠의 신오쿠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게로 꼽힌 카페 ‘커피프린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으로 수출돼 열풍을 일으켰던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과 같은 이름의 이 가게는 현재 3호점까지 운영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카페 내부 인테리어나 판매하고 있는 메뉴 등은 드라마와 별로 관계가 없다. 실제로 카페와 드라마의 공통점이 있다면 소위 말하는 ‘꽃미남’ 점원들이 가게를 지키고 있다는 것. 차를 마시기보다는 점원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 이 카페를 찾는 고객이 적지 않다고 소문이 났다. 카페에서는 팬들을 위한 토크쇼를 열거나 한류스타의 작은 콘서트를 열기도 한다. 같은 건물 위층에는 K팝 전용 라이브홀이 자리 잡았다. 일본으로 유학 온 청년 다섯 명으로 구성된 그룹 키노(KINO·K-pop in Okubo)가 하루 세 번씩 라이브 콘서트를 연다. 여고생부터 50대 중년 여성까지 팬들이 연일 북새통을 이룬다. 일본의 장기적인 경기불황과 3·11 동일본 대지진으로 움츠려든 소비심리도 신오쿠보에선 예외다. 한류스타 관련 상품과 한국 음식점이 즐비한 이곳은 한류의 메카이자 ‘도쿄 속의 명동’이다.

한국 남성도 ‘초식남’ 되는 건 시간 문제?
일본의 한류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욘사마가 드라마 <겨울연가>로 한류붐을 이끌었다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1970~80년대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일본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가수 조용필이 한류 1세대다. 그에 이어 김연자·계은숙 등이 일본 트로트 가요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50~60대 중년 남성들에서 시작한 한류붐이 <겨울연가>를 계기로 여성들에게 이어진 셈이다.

욘사마에 이어 이병헌·송승헌·원빈·장동건 등 남성스타가 한류의 맥을 이어갔다. 최근 한류스타 중에서도 독보적인 존재인 근짱을 일본 시장에 소개한 것은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다. 처음 위성채널을 통해 소개된 이 드라마는 폭발적인 호응에 힘입어 지상파 후지TV에서 재방송되었다. 일본방송 TBS는 지난해 7월 일본판 <미남이시네요>를 방영하기도 했다. 근짱이 광고출연하는 제품은 물론, 그가 자주 간다는 음식점도 대박을 터뜨렸다.

유독 걸그룹을 제외하고는 남성 한류스타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끈 이유는 전후부터 80년대에 이르는 쇼와(昭和)시대 일본 남성 스타들이 갖췄던 순수함과 품위 있는 미소였다. 극중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군대를 다녀온 한국 남성들의 강인한 체력(몸짱)과 헌신적인 사랑, 가족을 지키는 책임감까지 갖췄으니 쇼와시대 청춘기를 보낸 50~60대 중년 여성들을 공략할만한 요소를 두루 갖춘 셈이다.

그렇다면 일본 한류팬들의 세대교체를 이룬 근짱의 매력은 뭘까? 욘사마와 같은 스타들이 한결같이 판에 박은 듯한 완벽남으로 묘사된데 비해 근짱은 자연스럽다. 절대미모와 친진난만한 미소로 할머니와 어머니 세대는 물론, 10대 청소년들까지 두루 팬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는 또 기분 내키는 대로 말하고 행동할 줄 안다. 지금까지 한류 스타 중 누구도 팬들에게 반말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기존의 한류스타들이 “사랑한다. 감사하다”고 말했다면 근짱은 “나만 바라봐. 내게 오는 걸 허락하겠어!”라며 당당하다.

“당신은 초식남인가, 육식남인가”라는 질문에는 “낮에는 초식, 밤에는 육식”이라고 답했다는 인터뷰가 일본에서 큰 화제가 된 것만 봐도 그렇다. 30대 팬인 고지마 나오코는 “당당하다 못해 건방진 모습이 남성미를 풍긴다. 귀여우면서도 든든한 이미지”라고 말한다.

한국에서 꽃미남에 이어 짐승돌이 유행하는 현상 역시 일본으로 건너갔다. 아름다운 외모와 육감적인 몸매를 지닌 짐승돌의 매력은 일본 여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국 관광을 다녀온 사람들 사이에서 시작된 한국남성에 대한 관심이 확산돼 일본 내에서는 ‘한국 남자 신드롬’까지 생겨났다.

여성잡지 등에 따르면 한국남성 신드롬의 배경을 보면 이렇다. 순수하고 뜨거운 사랑은 한류 드라마 영화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인줄 알았더니, 보통 한국인 남성들도 “사랑한다” “네 생각뿐이야” 같은 닭살 멘트를 날린다. 문자나 메일에 인색한 일본 남성에 비해 수시로 문자를 날려주는 것은 기본이요, 만난 지 100일, 200일 같은 기념일까지 챙긴다. 일본에선 더치페이인 데이트 비용도 한국의 경우 남성 몫이다. 선물을 사주면서 “네가 기뻐하는 모습을 모는 것만도 내겐 행복”이라는 오글거리는 말도 예사다. 일본 남성에 비해 큰 키에 넓은 가슴도 인기에 한몫한다. 보수적이지만 가족사랑이 극진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한다. 이렇다 보니 일부 잡지에서는 ‘한국인 남성 공략법’ 이나 ‘한국인 남성을 만나기 위한 한국어 강좌’ 등을 소개하기도 한다.

이런 일본인들의 의식변화는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2010년 한일병합 100년을 맞아 두 나라 국영방송인 NHK와 KBS가 실시한 국민의식 공동조사 결과 한국인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일본인이 일제 초대 총통인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인데 비해 일본인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한국인은 배용준이었다. 한국인들이 한일관계 개선의 중요한 과제로 독도문제와 역사인식 문제, 식민지배 보상문제 등을 꼽았는데, 일본인은 정치적 대화·경제교류 ·문화스포츠 교류를 꼽았다. 지금의 한일관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답변도 한국인은 39.2%인데 비해 일본인은 62.1%에 달했다.

관광수입과 함께 문화산업으로 벌어들이는 금액도 크게 늘어났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문화산업으로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은 8억 달러(약 8900억원)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류열풍 덕이다. 한국이 영화와 라디오·TV프로그램·음악·교육 등으로 외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국내 대중가요가 해외에서 ‘K팝’으로 불리며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이나 미국·남미 등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관련 수입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2년 1월 26일, 도쿄 신주쿠의 신오쿠보역 앞에서는 의인 이수현의 11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공식행사는 10주기인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중단됐지만 그의 넋을 기리는 일본인들이 모였다. 2001년1월26일 오후 7시15분. 일본에 유학 중이던 이씨(당시 26세)는 일본인 카메라맨과 함께 지하철 신오쿠보역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구하려다 비운의 사고를 당했다. 당시 이씨의 의로운 희생은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줬다.

일본 언론은 이씨의 의로운 죽음을 앞다퉈 소개했는데, 젊은 유학생의 의로운 행동에 많은 일본인이 감동했다. 이씨의 행동은 일본인들의 한국인에 대한 배타심과 경계를 무너뜨리는 계기가 됐다. 살신성인의 현장인 신오쿠보역 일대가 한류 열풍의 메카라는 사실이 결코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이다.

박소영 중앙일보 정치국제부분 차장 oliv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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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