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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금융권 돈줄도 죈다 … 돈 급한 서민은 어디로

경기도 부천에서 파이프 장사를 하는 이모(58)씨는 지난해 9월 보험사에서 900만원을 빌렸다. 거래하던 은행에서 “대출이 어렵다”며 거절했기 때문이다. 서울 가양동의 마트에서 일하는 서모(31)씨는 지난해 말 연 33%의 고금리로 저축은행에서 생활비 200만원을 꿨다. 그는 “기존에 800만원을 빌린 은행에 물어봤더니 더는 못 꿔준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정부가 은행 돈줄 죄기에 나선 뒤 생긴 현상이다. 앞으론 제2금융권까지 이런 현상이 확대될 전망이다. 은행은 물론 농·수·신협과 보험사에서도 돈 빌리기가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최근 은행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가계대출을 늘린 상호금융사(농·수·신협 등)와 보험사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한다고 밝혔다. 은행 빚을 얻기 힘들어진 사람들이 제2금융권으로 몰려가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 은행 가계대출은 5.7%(24조4000억원) 늘었지만 제2금융권은 증가율이 9.9%(36조2000억원)로 훨씬 높았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402조원, 잔액기준)은 이미 은행(456조원)과 맞먹는 수준으로 커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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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위는 우선 상호금융사의 비조합원 대출 비중을 연간 신규 대출의 3분의 1 이내로 묶기로 했다. 단위농협은 올해부터, 단위수협은 2015년부터 적용된다. ‘조합원 대출’의 인정 범위도 좁아진다. 다른 조합의 조합원에게 꿔준 돈이 대상에서 빠진다. 이렇게 되면 농협은 당장 올해부터 3928억원, 수협은 2015년부터 3219억원의 대출을 줄여야 할 거란 게 금융위의 계산이다. 예대율(대출금을 예수금으로 나눈 비율)을 규제해 대출을 조이는 방법도 동원했다. 예금이 늘지 않을 경우 상호금융사들은 2년간 약 3109억원의 대출을 줄여야 한다. 제2금융권에서 가계대출이 가장 많은 상호금융 업계의 가계대출을 1조원 이상 억제하는 효과가 생긴다는 뜻이다.

 제2금융권에서 두 번째로 가계대출이 많은 보험사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금융위는 우선 보험설계사가 모집·상담 과정에서 자사 대출을 알선하지 못하게 할 계획이다. 대출 광고를 담은 전단지·문자메시지 배포에 대한 감독도 강화된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율이 높은 보험사에 대해선 집중 검사를 할 방침이다. 대출 건전성 규제도 강화한다. 고위험 대출 등에 대해 충당금을 더 쌓게 하는 게 핵심이다. 금융위의 각종 충당금 규정 강화로 상호금융(1856억원)·보험사(1827억원) 모두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에게 돈을 빌려줄 여력은 그만큼 줄어든다는 얘기다.

 업계와 소비자단체는 “결국 서민만 골탕을 먹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시중은행에서 거절당한 사람이 단위농협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비조합원 대출을 묶으면 이들은 대부업체나 사채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연맹 조연행 부회장도 “근본적 해결책 없이 서민의 돈줄만 조이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생각은 다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913조원으로 불어난 가계 빚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 관리 강화에 나서지 않으면 금융사의 건전성이 떨어져 결국 서민에게 더 큰 피해가 돌아간다”며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서서히 가계 빚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수긍하는 반응이다. 연세대 경제학과 성태윤 교수는 “은행에 이어 제2금융권도 규제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정책의 일관성이라는 면에서 바람직하다”며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비쳤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이규복 연구위원은 “가계가 너무 쉽게 빚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문제”라며 “대출을 억제하는 대신 가계의 소득·저축이 늘어날 수 있도록 각종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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