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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예스맨 역할 않겠다 … 날 세운 푸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를 소련의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공산당 서기장에 빗대 그린 포스터가 25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반푸틴 시위에 등장했다. 브레즈네프는 스탈린 이후 18년 동안 소련을 철권통치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AP=연합뉴스]
다음 달 4일의 대선을 통해 4년 만에 러시아 대통령으로 복귀할 것이 확실시되는 블라디미르 푸틴(60) 총리가 대서방 강경정책을 예고했다. 선거를 앞두고 미국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푸틴은 24일(현지시간) 핵센터가 있는 중부 니제고로드주(州) 사로프시(市)에서 열린 국가안보 문제 전문가들과의 면담에서 대외정책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이란 핵개발 문제와 시리아 사태 등을 놓고 서방에 강경자세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푸틴은 세계 문제에 대한 서방의 주장에 ‘예스맨(yes man)’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푸틴은 이 면담에서 “일부 국가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선전하면서 이를 이란의 정권교체를 위한 구실로 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러시아는 (이란 같은) 새로운 핵 강국이 출현하는 것을 바라지 않지만 서방과는 다른 독립적이고 독자적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냉전 시절부터 이란과 밀접한 군사·무역 관계를 맺어 오고 있으며 이란 핵개발에 대한 추가제재를 반대하고 있다.

 푸틴은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미국의 ‘예스 맨’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의 해군 기지가 있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정부를 강력히 지원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러시아는 알아사드 정부에 무기를 공급해 왔다.

 푸틴은 미국이 유럽에 미사일방어(MD) 체제를 구축하려는 것과 관련, “전략적 균형을 파괴하고 독점적 방어력을 구축하겠다는 의도가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미국 MD 시스템을 극복할 수 있는 미사일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진지한 고려 없이 추가로 무기감축 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위력이 있는 재래식 무기의 정확도가 높아질 때까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푸틴이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미국이 추진해온 러시아와의 화해·협력 노선인 ‘리셋(재설정) 외교’에 변화가 올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1차 투표서 승리 예상=푸틴은 대선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해 당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지 여론조사 전문기관 ‘레바다-첸트르’는 최근 조사에서 푸틴이 66%의 지지를 얻었다고 24일 공개했다. 이는 두 달 전보다 3%포인트 높은 것이다. 공산당의 겐나디 주가노프가 15%, 극우민족주의 성향 ‘자유민주당’ 후보 블라디미르 지리놉스키가 8%, 재벌 출신의 무소속 후보 미하일 프로호로프가 6%, 중도 좌파 ‘정의 러시아당’ 후보 세르게이 미로노프가 5%의 지지를 얻었다.

 푸틴은 지난해 12월 총선 이후 야권이 부정 선거 의혹을 규탄하고 자신의 크렘린 복귀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면서 한때 1차 투표 승리가 위태해 보였으나 최근 지지율을 회복해 승리를 굳혀가고 있다.

26일 모스크바에서는 수천 명의 반푸틴 시위대가 16㎞의 인간 체인을 만들어 중심부를 에워싸고 시위를 벌였다. 푸틴 지지자들도 이에 맞서 “푸틴은 모두를 사랑한다”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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