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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온 '럭셔리' 요트, 피자 배달시켜 먹으며…

포코에빔 알렉산델(50) 선장이 길이 19.8m짜리 러시아 대형 요트 ‘2nd Edition’호 위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26일 부산 수영만 요트 계류장 1번 게이트 3번 선석. 흰색·파란색·빨간색으로 3등분 된 러시아 국기가 펄럭이는 길이 19.8m(65피트)짜리 대형 요트 ‘2nd Edition’호 안으로 들어가니 러시아 선원 3명이 전기난로를 켜놓고 피자를 먹고 있다. 이 피자는 조금 전 오토바이를 타고 온 배달원이 날라준 것이다.

 피자를 다 먹은 선원 레자넙 베냐(35)는 제법 추운데도 추운 지역 출신임을 광고라도 하듯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외출을 한다. 러시아 해군에서 10여 년 근무한 베냐는 요트 수리 기술자다. 지난해 10월 수영만에 들어 온 뒤 5개월째 요트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요트에는 침대와 주방, 화장실이 있어 불편함이 전혀 없다.

 포코에빔 알렉산델(50) 선장은 “병원·약국·편의점이 가까운 데다 음식과 생필품을 요트까지 배달해주기 때문에 편리하다”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부산 수영만 요트 계류장에서 겨울을 나는 러시아 호화 요트들이 많다.

 해상에 계류된 요트 293척 가운데 약 10%인 30여 척이 러시아 요트다. 모두 길이 20m가 넘는 대양(大洋) 항해용이다. 주로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 연해주(沿海州) 지방 항구에 선적을 둔 것으로 지난해 9, 10월에 와서 오는 5, 6월쯤 떠난다.

 겨울 동안 연해주 앞바다는 사람이 걸어 다닐 정도로 꽁꽁 얼어붙는다. 이런 항구에 수억원짜리 호화 요트를 묶어 두면 선체가 찌그러지거나 항해 장비들이 손상을 입는다.

 러시아 요트들이 수영만을 찾는 이유는 싼 계류비와 편리한 교통 때문이다. 수영만에선 길이 9m 이상 대형 요트의 계류비가 월 37만원으로 똑같다. 일본·대만은 요트가 길수록 비싸다. 또 계류장에 머물 동안 사용하는 전기·수도료가 수영만에선 무료지만 다른 나라는 사용량에 따라 징수한다.

 요트의 러시아~부산 항해 거리는 평균 1100㎞에 달한다. 엔진으로 움직이는 파워요트로는 이틀, 돛 달린 세일요트로는 4∼6일쯤 걸린다. 이 요트들은 울릉도에 들러 비상급유를 하고 부산까지 온다. 파워요트의 경우 연료비만 3000만원쯤 든다.

 러시아 요트가 처음 부산을 찾은 것은 한국·소련 수교 3년 뒤인 1993년으로 당시 1척이 들어왔다. 이후 점차 늘기 시작해 해마다 20∼40여 척이 찾고 있다. 이 요트들은 부산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주고 있다. 부산∼블라디보스토크 간 항공편이 주 1회 있어 요트 선주들인 러시아 부호 가족들이 부산을 자주 찾는다. 부산의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고 호텔에서 묵으며 관광을 한다. 이들의 1회 쇼핑 금액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오르내린다.

 러시아 요트들이 수영만에 머물면서 수리를 하기 때문에 요트 관리업체들도 바쁘다. 파워마린㈜ 김학철(53) 사장은 “더 많은 러시아 요트 주인들이 수영만에 머물고 싶어하지만 빈 자리가 없어 필리핀·대만으로 가버린다”며 “체계적인 요트 유치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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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