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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에게 “너는 냉혈녀, 불쌍한 연기 말라” 했죠

영화 ‘화차’에서 경선(김민희)은 결혼 한달 전 약혼자 문호(이선균·왼쪽)와 예비 시부모를 만나러 가던 중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사라진다. [필라멘트 픽쳐스]

다음 달 8일 개봉하는 영화 ‘화차(火車)’는 일본 소설가 미야베 미유키의 장편 『화차』를 토대로 만들었다. 지옥 같은 삶에서 벗어나고자 이름을 비롯한 자신의 모든 것을 타인의 것과 바꿔보려 발버둥치다 결국 지옥으로 추락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화차는 악행을 저지른 자가 타는 지옥행 불수레를 뜻한다.

 경선(김민희)은 빚에 시달리는 부모 때문에 자신의 인생까지 비참해지자 선영(차수연)이라는 다른 여자의 삶을 가로채 신분 세탁을 한다. 가짜 선영을 사랑한 약혼남 문호(이선균)와 전직형사 종근(조성하)이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악행을 파헤친다.

 경선을 지옥행 화차로 떠미는 것은 신용불량, 개인파산, 사채 등 하루하루 신랄한 현실이다. 2012년 우리 사회의 그늘이 드러난다. ‘낮은 목소리’(1995) 등 사회성 짙은 다큐멘터리로 유명한 변영주 감독(46·사진)의 시선이 머무른 곳은 바로 이 지점이다. ‘발레 교습소’(2004) 이후 7년 만의 작품이다. 26일 만난 그는 “내 영화를 한번도 좋아해준 적 없는 아버지가 ‘재미있게 만들었네’라고 말해줘 무척 기뻤다”고 했다.

 -소설과 달리 경선과 선영을 둘러싼 각박한 현실에 대한 묘사가 부족하다.

 “신용카드나 사채 무서운 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나. 숲 대신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의 결을 보여주고 싶었다. 관객은 그 결들과 자신의 체험을 조합해 숲을 상상할 수 있다.”

 -메시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스타일 아니었나.

 “이제는 주제가 곧바로 파악되는 영화는 안만들 거다. 재미있지만 먹먹한 느낌이 오래가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경선을 쫓는 문호의 비중이 큰 것도 소설과 다른 점이다.

 “괴물 같은 여자를 사랑하게 된 남자가 그녀가 괴물이 된 과정을 추적하며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그리고 싶었다. 원작자 미유키 여사도 며칠 전 영화 DVD를 보고 어려운 시도였는데 잘 만들었다고 했다.”

 -약혼녀의 과거를 알고 나서도 감싸 안으려는 문호의 행동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다. 경선을 쫓는 문호의 심리는 사랑이라기보다 남자의 자존심이다. 끈질긴 추적 끝에 경선과 마주친 문호가 ‘날 사랑하긴 했니’라고 묻는 건 그런 이유다.”

 -김민희의 열연이 돋보였다.

 “원래 고려했던 배우는 아니었다. 우연히 달력 사진을 보고 제안했더니 무척 적극적이었다. 경선은 극단적인 자기연민 때문에 무너지는 인물이다. 김민희에게 그런 불행한 나르시스트(자기연민) 이미지가 있다. 김민희는 손댄 얼굴이 아니기 때문에 클로즈업할수록 재미있는 얼굴이 나온다.”

 -김민희에게 무엇을 주문했나.

 “자신처럼 불쌍한 선영을 희생양으로 삼는 냉혈녀이기 때문에 불쌍하게 연기하지 말라고 했다. 살인을 저지른 뒤 스스로 뺨을 때리는 연기, 용산역 에스컬레이터에서의 표정연기는 신비로울 정도였다. 그의 열연 덕분에 영화가 더 뜨거워졌다.”

 -나비가 중요한 모티프로 등장하는데.

 “공작나비는 공격받으면 날개를 펴서 가장 화려한 모습으로 적을 위협하는 습성이 있다. 붉은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나비는 행복해지고 싶었지만 결국 늪으로 빠져드는 경선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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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