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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조 백일장] 2월 수상작

장원



외규장각 의궤   김석인






갓 쓰고 도포 날리며 행서체로 눈을 뜬



그믐밤 지워버린 등불 같은 가시연꽃



천 년 더 날숨을 쉴까,



물 위에 들숨 얹어





인질로 끌려가서 불어로 꿈꾸는 동안



5대째 벗어둔 의관 앉은 채로 눈이 멀고



내 깜냥 이제 여기까지



사뭇, 슬픔이 인다





환향의 길에 오른 여인들의 행색처럼



차마 버리지 못할 수모 겪은 저 몸뚱이



그리운 말의 지문을 찾아



겉더께를 닦아낸다





온몸이 먹먹해도 향불 같은 마음으로



끝끝내 잊지 않고 찾아온 너를 위해



천 년 더 들숨 쉬고 싶다,



허공에 날숨 던져



◆김석인=1960년 경남 합천 출생. 경북대 철학과 졸업. 현 김천고등학교 교사.



차상



숟가락, 보시에 관한 짧은 필름     류미월






허름한 국밥집에 번을 서는 밥숟가락



간단없이 목구멍을 들명나명 공양해온



뜨겁게 몸을 녹이는 봉긋 솟은 손등이다





감자 싹 파란 멍울 도려내며 잠재우고



날카로운 칼날대신 예를 갖춘 굽은 허리



얇아진 가장자리엔 눈빛 절로 반짝인다





두레상에 둘러앉아 달그락 화음을 낼 때



이야기꽃 피워 올린 그 몸짓 따사롭다



모질게 닮아지도록 배가 불룩! 큰 보시





차하



눈의 탁본     김경숙






뿌리 깊은 것들 모두 고요를 털어내고



바람의 안부에 낭창낭창 몸을 열 시간



결 마른 산벚나무 가지 위 여백을 채우는 눈





누군가에게 여백은 점자로 읽혀져서



시린 가슴 녹여낼 하롱하롱 꽃이 피고



감격의 악수를 청한 첫 직장 초대장 되고





큰 대자로 엎어져도 영화가 되는 기념적인 날



작은 다짐 밑줄까지 뚜렷하게 찍히도록



모처럼 본심을 내보인 흰 세상을 껴안다



이달의 심사평



의궤·환향녀 엮은 장원작

만만치않은 내공 보여줘




김석인의’외규장각 의궤’는 서사적 구조를 탄탄히 구축한 수작이다. 145년 만에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와 병자호란 때 청나라로 끌려갔다가 돌아온 환향 길 여인들을 동시에 보아내는 눈은 이 작가의 저력이 결코 만만치 않음을 엿보게 한다.



 류미월의 ‘숟가락, 보시에 관한 짧은 필름’은 한 가정의 내력을 그린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숟가락이 우리 몸을 살리는 도구로서의 역할을 잘 표현해냈다.



 김경숙의 ‘눈의 탁본’은 둘째 수 ‘누군가에게 여백은 점자로 읽혀져서’와 같은 발견의 눈을 높이 산다.



심사위원=오승철·강현덕(대표집필 오승철)





◆응모안내=매달 20일 무렵까지 접수된 응모작을 심사해 그 달 말 발표합니다. 늦게 도착한 원고는 다음 달에 심사합니다. 장원·차상·차하 당선자에겐 중앙시조백일장 연말장원전 응모 자격을 드립니다. 서울 중구 순화동 7번지 중앙일보 편집국 문화부 중앙시조백일장 담당자 앞. (우편번호 10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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