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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광재식 보궐선거’ 또 치르려 하나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어이없는 보궐선거는 2011년 4월 강원 도지사 선거일 것이다. 2010년 6월 지방선거 때 민주당 후보 이광재 의원은 이미 기소된 상태였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정대근 전 농협회장으로부터 모두 1억여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유죄판결까지 받았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공천을 강행했고 이 후보는 당선됐다. 결국 이 지사는 대법에서 유죄가 확정돼 사퇴했고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국민은 세금을 허비했고 강원도민은 행정 혼란을 감수해야 했다. 이 전 지사는 최근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도 ‘이광재식 보궐선거’가 재연될 우려가 있다. 민주통합당 1차 공천자 54명 중 기소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화영(강원도 동해-삼척) 후보는 공천 하루 전날 이광재 전 지사와 함께 기소됐다. 그는 제일저축은행 이외에 현대차 그룹에서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 성동을에 공천된 임종석 사무총장은 보좌관이 삼화저축은행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사건의 공동정범으로 인정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민주통합당은 재판 확정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3번 구속, 3번 무죄’를 기록한 박주선 의원 같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소되거나 1심 유죄라고 해서 무조건 공천에서 배제하는 건 옳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일부 이런 현실이 있다고 해서 기소나 1심 유죄 같은 사안이 공천에서 걸러지지 않는 것 또한 신중하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공천의 정확성과 신중성이다. 일부 ‘무죄 가능성’을 보호해서 얻을 수 있는 가치보다는 ‘유죄로 보궐선거를 치를 위험’을 배제하는 것이 선거의 보편성 차원에서 더 중요한 가치일 것이다. 그리고 당사자 소명이나 객관적인 정황을 고려해 공천심사위가 유죄 여부에 대한 대략적인 판단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당이 이런 과정을 허술하게 하여 결국 보궐선거를 초래하게 되면 책임을 지우게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보궐선거 후보자를 내지 못하게 하거나 선거비용 일부를 부담 지우는 것이다.



 ‘보궐선거 위험’은 2명의 공천자 말고도 더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공천신청자 중에서 기소됐거나 1심 유죄를 받은 이들이 있다. 그렇잖아도 여야 지도부에는 뇌물사건으로 전과자가 됐다가 사면·복권을 받은 이들이 있다. 그래서 ‘전과자 정치 세상’이란 말도 돈다. 이런 판에 형사 피고인이 아무런 제재 없이 공천을 받으면 법 의식은 더욱 약화된다. 공천은 당의 고유한 정치행위다. 그러나 사회와 국정에 끼치는 영향이 크므로 법 감정과 도덕 의식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공천을 잘못해 국가와 국민에게 세금낭비 같은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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