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사설] 내 딸이 당해도 방관할 건가

지난 10일 저녁 서울 지하철 7호선 열차 안에서 중1 소녀가 건장한 체격의 10대 남자 아이에게 몹쓸 짓을 당했다. 퇴근길이라 열차 안이 혼잡한데도 건장한 체격의 성추행범은 문쪽으로 소녀를 밀어붙이고, 12분 동안 대놓고 몸을 만졌다. 그런데 공포에 빠진 여중생이 주변 어른들에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애원의 눈길을 보냈는데도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심지어 한 아주머니는 고개를 돌리고, 아예 다른 칸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하니 자기 딸이 당해도 그럴 수 있는지 어른들의 냉혹한 개인주의가 낯 뜨거울 뿐이다.

 물론 어른들의 이런 행동엔 잘못 관여했다가 손해 볼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작용했을 것이다. 범죄를 목격한 사람이 많아도 서로 신고 책임을 떠넘기며 도움 주기를 꺼리는 방관자(傍觀者) 효과가 자주 나타나는 게 대도시 생활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를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의 절박한 처지를 눈감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주위는 폭력으로 넘쳐나고, 결국 방관자 본인이나 그 자녀들도 피해자가 되는 부메랑 효과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로 볼 때 시민들이 서로의 눈치를 살피는 방관자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불의를 알리고 신고하는 도우미로 나서야 모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옆에 있는 범인이 겁나 신고가 망설여진다면 휴대전화를 꺼내 문자로 신고해도 된다. ‘112’를 누르고 지하철 노선과 방향, 현재 역 등을 문자로 적어 보내면 지하철 경찰대가 출동한다. 지하철 열차나 역사 내 눈에 잘 띄는 곳에 신고 안내 스티커를 더 많이 부착하고, 긴급 전화도 좀 더 늘릴 필요가 있다.

 시민들의 낮은 신고 의식을 탓하기 전에 신고를 장려하는 방안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지하철 내 성추행 등은 친고죄에 해당돼 경찰이 신고를 받더라도 범죄자를 검거하고 피해자에게서 처벌 의사를 확인하느라 급급하다. 신고자는 뒷전에 놓이는 셈이다. 이래서야 누가 위험을 무릅쓰고 나서겠는가. 이번 일을 계기로 신고 포상 등 인센티브제 도입도 검토해봐야 한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