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경제 view &] ‘패스트 투자’의 중독성

박대혁
리딩투자증권 부회장
국내에 패스트푸드 체인이 들어와 처음 햄버거를 먹었을 때의 기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값도 싼 것이 어찌 이렇게 맛있을까 하고 감탄했다.

그 당시 선진국의 일부 지식인층이 쓰레기라는 의미로 ‘정크푸드’라고 비난했을 때도 필자는 좋은 서민음식을 부유층이 비아냥거리는 것이라며 오히려 서양의 패스트푸드를 옹호하기까지 했다.

 주문하면 바로 빨리 먹을 수 있고 보관하기 쉬우며 맛도 좋고 칼로리도 풍부해 패스트푸드가 외식뿐만 아니라 이제는 우리의 식탁까지 장악하게 됐다. 그런데 이러한 패스트푸드가 우리에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 몸을 망치는 것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세균이나 곰팡이 발육을 억제하는 여러 가지 첨가제와 맛을 좋게 하기 위한 인공감미료 등이 다양한 병을 유발하고 있고, 정신적으로는 사람을 참을성 없게 하고 폭력적으로까지 만들고 있다고 한다. 어느 일본 학자는 자살률 증가를 패스트푸드에서 찾기도 한다.

 이러한 패스트푸드의 유행은 투자의 세계에도 찾아왔다. 주부가 안방에서 PC를 통해 주식을 하루에도 몇 번씩 사고팔기를 반복하고, 회사원이 스마트폰으로 주식워런트증권(ELW)을 분 단위로 매매하고, 공무원이 점심시간에 노트북으로 주식 거래를 하고, 한 재벌 회장은 주가지수선물옵션 거래로 수천억원을 날리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패스트 투자의 광풍이 불고 있다. 한국인의 ‘빨리빨리’ 성격과 맞아떨어지면서 한국은 세계 최고의 ‘패스트 투자’ 나라가 돼 버렸다.

 주가에 민감한 정보를 1초라도 빨리 알아내고 남보다 10분의 1초라도 빠르게 매매하면 안전하게 고수익을 얻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망상에 사람들이 패스트 투자 경쟁에 빠진 것이다. 어떤 악한 세력이 펼치는 작전인 줄 알고 있으면서도 마치 불나방이 불속으로 날아드는 것처럼 남보다 한 발 빨리 팔고 나오면 난 안전할 것이라는 착각에 중독돼 버렸다.

 이런 사례가 많지만 그중에 정말 웃지 못할 경우가 정치테마주 열풍이다. 누가 누구를 만났다 하면 그 해당 회사의 주식이 상한가로 올라가고, 대통령 후보와 가까운 회사를 그룹별로 모아 후보자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주가가 춤을 추는 것은 중독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필자가 단언컨대 정치테마와 관련해 오른 모든 종목은 대통령선거 직전에 폭락하게 될 것이다. 정치테마주에 단타매매를 하고 있는 투자자도 이 점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정치테마주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지도 않을 것이다. 자기는 그전에 팔고 나오면 된다는 오판으로 내심 그 스릴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가 몸에 나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사 먹듯이 패스트 투자가 나쁜 줄 알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거기에 빠져 있다. 담배가 몸에 해로운 줄 알지만 그래도 담배를 못 끊는 사람이 상당히 많은 것이 우리의 현실 아닌가.

 그들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패스트푸드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슬로푸드’ 운동을 펼치듯이 ‘슬로 투자’ 운동도 해야 할 때가 됐다.

슬로푸드 개념은 1986년 이탈리아에서 탄생했다. 그해 맥도날드가 로마에 진출하자 이에 대항해 전통음식을 보존하자는 취지로 출발했다가 89년 프랑스 파리에서 슬로푸드 선언문을 채택하고 국제운동으로 공식 출범했다.

 그 후 지속적으로 확산됐는데 그중의 유명한 사례가 영국의 요리사이자 사회운동가인 제이미 올리버가 영국 급식제도를 바꾼 것이다. 이는 역사적 사건으로 꼽힌다. 그는 영국의 한 학교에서 학생에게 가공식품과 냉동식품으로 만든 패스트푸드 대신 근교에서 생산된 싱싱한 재료를 가지고 직접 요리해 슬로푸드를 먹이자 학생의 폭력성이 사라지고 수업 집중도가 향상됐다는 TV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는 영국 급식제도의 대대적인 개선을 이끌어 냈다.

 내가 직접 땀 흘려 번 돈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는 기업가가 운영하는 회사에 장기적으로 사랑으로 투자하는 슬로 투자운동은 대한민국에서 일어났으면 좋겠다. 주식 투자로 세계에서 두 번째 부자가 된 워런 버핏이 “당신은 이 주식을 얼마나 보유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영원히”라고 답한 것처럼.

박대혁 리딩투자증권 부회장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