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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시시각각] 이상득 장롱, 수상한 7억원

김진
논설위원·정치전문기자
지난 22일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4주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성공한 대통령이라면 국민에게 자랑스러운 4년 성취를 보고하고 마무리 1년 계획을 밝혔을 것이다. 대통령이나 국민에게 뿌듯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가슴이 꽉 막히고, 화가 나며, 가슴을 치고 밤잠을 설친다고 했다. 친인척과 측근의 비리 때문이다.

 이 나라의 죄 없는 국민은 5년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광경을 보고 있다. YS 아들은 정권 취임 4년3개월, DJ 아들은 4년5개월쯤에 감옥에 갔다. 노무현 일가는 퇴임 후에 세상을 뒤집어 놓았다. MB 정권 4년이 지난 지금, 형님 이상득이 조준선(照準線) 위에 올라 있다.

 정권 추락의 비극에서는 단골로 등장하는 소품이 있다. 현금다발, 수표뭉치 그리고 돈상자다. DJ 차남 김홍업의 아파트 베란다 창고에서는 헌 수표 10억원이 발견됐다. 측근과 친구는 회사 직원들을 시켜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고 이 돈으로 다시 헌 수표를 사들였다. 현금은 부피가 크니 압축파일로 만든 것이다. DJ 아들이 주로 이용한 강남 룸살롱은 5년 전 YS 아들이 애용한 곳이었다.

 노무현은 죽었지만 ‘돈상자’ 유령이 지금 유족을 괴롭히고 있다. 보수·우파 시민단체 국민행동본부는 최근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미국 뉴욕 빌라의 구입 비용을 지불하느라 정체를 알 수 없는 13억원을 송금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사건은 지금 대검 중수부가 맡고 있다. 의혹 제기 과정에서 13억원이 든 사과·라면 상자들의 사진이 공개됐다. 이 사진은 전단으로 만들어져 시중에 퍼지고 있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장롱 속 현금다발’이 나왔다. 이상득 의원 보좌관의 10억원대 비리를 수사하다가 검찰은 수상한 돈의 흐름을 발견했다. 의원실 여직원 개인계좌에 2년여 동안 7억원이 입금된 것이다. 이 의원은 자신이 자금을 장롱에 보관하다가 틈틈이 의원실 경비로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부동산 매각 자금과 집안 행사 때 들어온 축의금 등을 모았다는 것이다.

 장롱에 불법자금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장롱만으로도 이명박 정권은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반열에 올랐다. 7억원이 어떤 돈인가. 평균 중산층의 전 재산이요 서민이 평생 꿈꾸는 액수다. 그런데 이 정도는 그냥 ‘남은 거 모아둔 것’이란다. 남은 게 이 정도면 전체 부동산 수입과 축의금은 도대체 얼마였다는 건가.

 이 의원은 선거 때 재산정보를 공개하면서 이런 거액을 빠뜨렸다. 선거공보에 재산을 허위로 적으면 당선무효 사안이 된다. 돌이켜보면 이상득은 오랫동안 ‘무효 국회의원’이었던 셈이다. 국회의원 재산신고에서도 거액을 뺐으니 심각한 법 위반이다. 국회는 이 의원을 징계하거나 사법당국에 고발해야 하는 것이다.

 정권마다 품격이 있었다. 김영삼 정권 초 청와대 부속실장 사건이 터졌다. 가신(家臣) 출신 실장이 바깥에 나가 점심을 먹으면서 부지런히 돈다발을 챙긴 것이다. 정권에는 ‘천격(賤格)’이란 오명이 붙었다. 천격은 DJ 정권의 아파트 베란다로 이어졌고 노무현 정권의 라면상자 주변을 맴돌았다. 천격은 지금 대통령 형님의 장롱을 노크하고 있다.

 4년 전 거의 모든 국민이 ‘이상득 불출마’를 외쳤다.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친인척 잡음이 없어야 한다는 절규였다. 동생과 정권의 성공을 위해 형님 한 사람 희생하지 못하느냐는 애원이었다. 형님이 국민의 충고를 들었다면 정권은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가 대사로 나가거나 교육·봉사 같은 일에 매진했다면 정권 전반에 경각심을 주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다발·뭉치·상자의 행진이 이 정권에서 멈췄을지 모른다. 장롱도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이 가슴을 치거나 밤잠을 설치지 않아도 됐을지 모른다.

 지난 정권에서 수없이 반복된 것, 그래서 장삼이사(張三李四)도 쉽게 아는 걸 대통령 형제만 몰랐다. 영일만에 울려 퍼지는 우울한 형제별곡(兄弟別曲) 속에서 정권의 황혼이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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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