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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묻어둘까…묵은지처럼 묻어두고 매달 꺼내 먹는 연금보험

# 다음달 퇴직하는 김모씨(59)는 최근 즉시연금보험에 5억원을 넣었다. 친구들과의 저녁 모임에서 “이런저런 투자보다 보험사에 맡기는 게 현명하다”는 얘기를 들은 뒤였다. 설계사를 만나 설명을 들어보니 친구들 말이 맞는 것 같았다.

 김씨의 총 자산은 23억원으로, 노후를 보내기에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살고 있는 집(시가 12억원)과 다른 아파트 한 채(6억원) 등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이다. 은퇴 후 꼬박꼬박 현금 나올 곳이 없었다. 김씨가 연금보험의 종신 수령을 선택했더니 월 270만원이 나왔다. 그는 체질적으로 위험자산 투자를 싫어한다. 오랫동안 회사 임원을 지내 자산은 적잖이 모았지만 본래 재테크에 밝지 않았고 신경을 쓰기도 싫어했다. 금리는 낮지만 은행에 넣고 이자로 생활할까도 고민했었다. 하지만 같은 돈을 넣어도 은행 이자는 세금을 떼는데, 연금보험은 그렇지 않아 매력적이었다.

아들 문제도 즉시연금보험을 택하는 데 한몫했다. 무역업체를 경영하는 아들은 자금이 잘 돌지 않을 때마다 아버지를 찾아와 손을 벌렸다. 일단 돈을 가져가면 깜깜 무소식인 경우가 많다. 그것도 다 김씨가 현직에 있을 때나 가능했던 일이다. 은퇴 후까지 그럴 수는 없었다. 종신형 즉시연금에 넣으면 중도해지를 할 수 없다. 집을 팔지 않는 한 아들에게 돈을 대주고 싶어도 못한다. 아들도 이런 사실을 알 테니 이제 자력갱생해야 한다.

 # 직장인 권모(39)씨는 최근 자동차 사고를 냈다. 이를 수습하는 데 4000만원이 들었다. 집 대출금을 갚느라 저축 등 다른 여유자금은 전혀 없는 상태였다. 금리 8%의 마이너스 통장을 쓸 수밖에 없었다.

박씨는 ‘부채가 있으면 저축이나 투자를 할 게 아니라 무조건 빚부터 상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달 32만원씩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변액연금보험을 보면 골치가 아프다. 고금리 마이너스 대출을 생각하면 당장 해약하고 싶다.

하지만 가입한 지 3년, 지금 해약하면 손해가 크다. 이 상품의 기간별 수익률 예시를 봤더니 10년 이후에야 의미 있는 수익이 발생하는 걸로 돼 있었다.

먼 친척뻘 되는 설계자의 간청에 마지못해 가입했던 보험이다. 그때도 장기간 돈을 부어야 한다는 부담에 망설였다. 설계사는 “보험은 세금 혜택을 받으려면 10년은 기본”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박씨는 지금도 버거운 이 보험을 앞으로 7년 이상 더 유지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열심히 일한 이들에게 은퇴는 축복이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에게 노후는 걱정의 대상이다. 재테크도 좋고 투자도 좋지만 가장 안정적인 노후 대비책은 연금인데, 국민연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재정위기 전까지 유럽의 노인들은 60세 이전에 은퇴해 퇴직 직전 월급의 80%를 연금으로 받으며 풍족하게 지냈다고 한다. 그야말로 먼 나라의 꿈 같은 얘기다. 최근 산업은행에서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1958년에서 63년 사이 출생한 베이비부머가 은퇴 후에도 지금 같은 씀씀이를 유지한다면 개인 연금이 없는 사람의 41.4%는 파산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래서 보험사 연금이 인기다. 보험사는 민간 금융사 중 유일하게 사망할 때까지 연금이 나오는 종신형 상품을 판다. 70년 61.9세였던 평균수명은 2010년 79.6세로 늘었다. 2050년이 되면 86세까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5년간 생명보험사의 연금보험 시장은 연평균 9% 성장했다. 지난해 3월 기준 연금보험 수입보험료는 27조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늘었다. 생명보험사 주력상품인 변액연금보험 시장은 10조원을 돌파했고, 즉시연금보험도 지난해 가입자 9000명, 가입금액 1조5000억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전년인 2010년 즉시연금 가입액은 1조원에 못 미쳤었다.

 하지만 남들이 한다고 ‘덩달아’ 가입할 일은 아니다. 연금보험 선택은 특히 신중해야 한다. 최소한 10년, 평균 20년이라는 긴 세월 돈을 넣는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권씨와 같이 뚜렷한 목적 없이 가입했다가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

 가입 1순위는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이른바 ‘세제 적격’ 연금저축이다. 민주영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소득공제 한도인 연 400만원(월 33만원)까지 우선 연금저축에 가입하고, 더 여유가 있다면 나머지를 연금보험에 넣으라”고 조언했다. 연금저축은 소득공제 되는 대신 나중에 연금을 받을 때 소득세 5.5%를 원천 징수한다. 반면 연금보험은 비과세 혜택이 있다. 양쪽을 섞으면 절세 효과가 극대화된다.

 나이가 젊다면 일단 연금저축만 가입하고, 차차 소득이 늘면 연금보험에 가입하면 된다. 30대 후반과 40대는 주로 변액 연금보험을 택한다. 아직 젊어 노후 준비를 할 시간 여유가 있고, 공격적인 투자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연령대이기 때문이다. 50대를 넘겼는데 준비된 사적 연금이 없다면 즉시연금을 많이 찾는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이런 공식이 들어맞는 건 아니다. 이를 테면, 자산이 많지 않은 노년층이 준비된 노후자금의 대부분을 즉시연금에 묶어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병원비 등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한 대비가 소홀할 수 있다.

종신형으로 연금보험에 가입할 때는 남편보다는 부인 명의로 하는 것도 방법이다. 부인이 더 오래 사는 경우가 많아서다. 남편이 연금을 받다가 사망하면 홀로 남은 부인은 연금 없이 여생을 보내야 한다. 다만 여성의 평균수명이 긴 탓에 같은 보험료를 내도 월 수령 연금은 적다.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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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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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