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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행되면 재앙" 복지공약 비용 따져보니…

정치권이 쏟아내는 복지 공약에 대해 정부가 각을 세우고 나섰다. ‘숫자’라는 창을 들고서다. 그럴듯하게 부풀린 말 대신 책임 있는 숫자를 놓고 얘기해보자는 것이다. 이렇게 정부가 선거 전에 정당의 공약을 분석해 재정 소요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단단히 각오를 한 셈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재정부 확대간부회의에서 “어떤 정당이 집권해도 재정부가 중심을 잡고 나간다면 여론도 우리 편이 될 것이고 역사가 이를 알아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재정부가 밝힌 정치권 복지 공약에 따른 국민의 추가 부담은 5년간 최대 340조원에 달한다. 다음 대통령 임기 5년 동안을 기준으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내놓은 공약 65개를 분석한 결과다. 올해 1년치 예산(325조원)을 뛰어넘는다. 연간으로는 43조~67조원이다. 이는 올해 복지예산 증가분(6조2000억원)의 7~11배, 복지예산 총액(92조6000억원)의 절반가량이다.

 게다가 복지 예산은 일회성이 아니다. 갈수록 쌓인다. 재정부에 따르면 고령화 등으로 인한 자연발생적인 복지 수요만 추가해도 2050년 정부 빚은 국내총생산(GDP)의 137.7%가 된다. 여기에 5년간 340조원을 쏟으면 국가부채 비율은 측정불가 수준으로 올라가게 된다. 나라가 거덜나게 생긴 그리스의 부채비율은 160%다. 김동연 재정부 2차관은 “이 공약이 다 이행된다면 국가채무 비율은 엄청난 숫자가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디재스터(disaster·재앙)’”라고 말했다.

 개별 공약도 어느 하나 공짜로 되는 게 없다. 가장 많은 돈이 드는 공약은 민주통합당의 무상의료 정책이다. 입원진료비의 90%까지 건강보험에서 부담하고, 본인부담 상한선을 연간 100만원으로 묶자는 내용이다. 당초 민주통합당이 밝힌 필요 예산은 약 7조6000억원. 하지만 복지태스크포스(TF)에 따르면 연간 10조원 넘는 돈이 들어간다.

 양당이 모두 내놓은 복지 공약 역시 만만찮은 예산이 든다.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에 반영되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없애는 공약이 그중 하나다. 연간 4조원 이상 든다. 대학생 반값 등록금 정책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 공약안대로 소득하위 70%에 등록금을 깎아주려면 2조원 넘게 필요하다. 9만7500원인 사병 월급을 40만원으로 올리거나(새누리당), 매월 30만원씩 적립해주면(민주통합당) 연간 1조6000억원이 들어간다. 김 차관은 “정치적 의도는 추호도 없다. 당에 대한 차별, 편견 없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부는 공약 이행에 드는 돈을 마련하려면 세금을 늘리거나 국채를 발행하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국민, 특히 미래세대의 부담이 그만큼 늘어난다는 뜻이다. 재정부는 양당 복지공약이 확정되면 구체적인 ‘대차대조표’를 만들 계획이다. 또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 등 다른 관계부처와 논의해 사안별 복지TF를 꾸리기로 했다. 복지 논쟁의 제2막이 열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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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