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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우글거린 女시신, 살인의 비밀 밝힌건…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 드라마 ‘CSI 라스베이거스’의 가상 장면 하나. 완전범죄를 꿈꾸는 변호사는 불륜관계였던 애인을 살해한 뒤 먼 산속에 버린다. 보름 만에 발견된 시신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부패했다. 악취가 코를 찌르고 주변에는 구더기·딱정벌레가 우글거린다. 현장에 나온 의사들은 “단서를 찾기 힘들다”며 고개를 젖는다. 이때 곤충학자 출신인 ‘길 그리섬’ 과학수사대 반장이 나선다. 그는 현장에서 가져온 구더기를 분석해 사망 시점·원인을 밝혀낸다.

 한국의 ‘길 그리섬’ 반장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전북경찰청 과학수사계의 현철호(43)·김종원(36·여)·김복석(42) 검시관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파리 등을 활용해 사망 사건·사고의 실마리를 풀어내는 ‘법곤충학’을 국내 최초로 2009년부터 연구하고 있다. 최근엔 그동안의 연구성과를 묶은 『법곤충 감식 현장 매뉴얼』을 펴냈다.

그동안 시신감정은 법의학자들의 몫이었다. 의학 전공자들이 시신의 강직상태, 직장의 온도 등을 따져 사망시간을 추정한다. 그러나 1주 이상 지나면 신체가 급속도로 부패돼 근거 자료가 사라진다. 그 대안이 파리·구더기 등 곤충이다.

 “파리는 눈·코·귀·입 등 열린 구멍에 알(구더기)을 낳지요. 구더기는 일정시간(여름 12~15일, 겨울 20~30일)이 경과하면 성충이 됩니다. 현장의 온·습도와 구더기의 성장 단계를 검증하면 시체 경과시간이 나옵니다. 또 구더기의 장내 내용물을 분석해 사 인은 물론 사망 장소를 추정해 낼 수 있지요.”

 법곤충학 연구팀은 이를 실제 사례에 적용해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 6월 22일 전북 군산시 미원동 주택에서 A씨(54)가 죽은 채 발견됐다. 부패가 많이 진행돼 법의학적으로 쓸 만한 자료가 없었다. 그의 딸이 16일 집 청소를 하러 와 그를 본 게 마지막이었다. 연구팀은 현장에서 잡은 곤충을 분석해 사망시점이 17일 오후 3시쯤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같은 내용을 지켜본 검찰 관계자는 “곤충을 활용한 분석이 정밀해 사망 사건 등에 활용할 가치가 높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수사에 공식적으로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초기 단계라 경찰·검찰이 증거로서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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