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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만지고 논 아이들 … 졸업 땐 하나하나 얼굴 빚어 선물해요”

경기도 광주 분원초등학교 올해 졸업생들이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전시장에 모였다. 안준철 교장선생님이 만들어 준 각자의 두상이 ‘세라믹스 코뮌’전에 출품됐다. 왼쪽부터 졸업생 한준수·안아현, 안준철 교장, 졸업생 한강산·이준범·이승연.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미래의 스튜어디스, 2012년.’

 흙으로 빚어 구운 소녀상 뒤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긴 머리 찰랑이는 승연(13)이의 꿈이다. 승연이는 17일 경기도 광주 분원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승연이를 꼭 닮은 두상은 이 학교 안준철(60) 교장의 작품이다. 교장 선생님은 짬짬이 6학년 학생들을 교장실로 불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두상을 빚었다. 완성한 두상 뒷면엔 그간 함께 얘기했던 장래희망을 새겨 넣었다.

 분원초교는 조선시대 왕실에서 쓸 그릇을 굽던 관요(官窯) 자리에서 1923년 개교했다. 한 학년에 한 반씩, 전교생 115명 가량의 작은 학교다. 안 교장은 올해 졸업생 22명의 두상을 빚어 졸업 선물로 건넸다. 벌써 6년째다.

 “평생 간직하고, 딸도 보여주고, 아들도 보여줄 거에요.” 승연이의 말이다. “두상 뒷면에 꿈을 적어주는 것은, 이 다음에 네 꿈을 이루라는 선생님의 기원이다. 공부하다가, 살다가 힘들면 이걸 보며 마음을 다잡지 않을까 하면서….” 안 교장의 말이다.

‘불쌍한 사람 도와주는 의사가 되길’. 지난해 졸업생 두상 뒷면에 새긴 글귀.
 분원초등 졸업반 22명의 두상이 서울 나들이 중이다. 26일까지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세라믹스 코뮌(Ceramics Commune)’전에 출품했다. 얼굴의 주인들도 두상을 뒤따라 최근 전시장을 찾았다. 졸업 여행이다. 학생들을 인솔하고 온 안 교장은 “흙을 만질 때는 산만했던 아이들도 주의집중을 잘 하더군요. 감성 교육, 창의성 교육이라는 게 별 건 가요. 하다 보니 다 그렇게 연결이 됩디다”라고 말했다.

 안 교장은 2005년 이곳에 교장 초임발령을 받았다. 폐교된 이 학교 분교 건물에 미술 체험학습장을 만들었다. 그때부터 졸업생들의 두상을 만들었다. 경기도 광주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뭐든 직접 만들며 자랐다. 춘천교대 졸업 이후 내내 경기도 초등학교 교사로 있었으니 40년째다. 교원대학원에서 초등미술교육도 전공했다. 조소·목공 등 예술을 향한 꿈이 교육과 만나니 도자 체험 교육이 이뤄졌다.

 아이들은 흙을 친근하게 받아들였다. 교장 선생님께도 “더 예쁘게 만들어 주세요”“살은 좀 깎아주세요”라며 이것저것 주문했다. “닮은 걸 보고 있자니 기분이 좀 이상해요. 나중에 그러겠죠. 그 때 내가 이랬었지.” 아현(13)이의 얘기다.

 “흙은 원초적인 겁니다. 우리가 살다가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지 않나요”라고 안 교장이 설명했다. 올해 한 학부형이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에 입학하는 아이를 데리고 인사를 왔다. “초등학교 내내 흙 만지며 뭔가 만들고, 선생님에게 두상을 졸업선물 받고 했던 기억이 아이를 이 길로 이끈 것 같아요”라며.

 요즘 학교폭력·왕따 등이 사회 문제다. “가슴 아픈 일이에요. 교육자들이 잘못한 것 같아 죄송스럽기도 하고. 그렇지만 우리 학교 아이들은 자연과 가까이 하고 흙 만지며 함께 어울리고 해서 남에게 잘 배려하고 정서가 잘 순화돼 있는 것 같습니다.”

 분교의 미술체험장에선 학부모들도 학기 별로 모여 도자 작업을 한다. “가족 얘기, 자녀 교육, 학교 건의사항 등 여러 얘기가 오갑니다. 이번 전시 ‘세라믹스 코뮌’이라는 제목처럼 도자를 매개로 한 공동체에서 대화가 이뤄진 셈이죠.”


◆전시정보=‘세라믹스 코뮌’.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화동 우리들의눈 갤러리, 홍지동 상명대미술관 스페이스 제로 등 세 곳에서 26일까지 열린다. 도자 명인들이 만들다 버린 사금파리를 모아 기묘한 형태의 작품을 만드는 이수경, 앰버 진스버그와 조셉 마드리갈이 구운 인체 모양 빵, 시각장애인들에게 미술교육을 하는 사단법인 ‘우리들의 눈’에서 내놓은 작품 ‘장님 코끼리 만지기’ 등이 전시된다. 입장료 성인 3000원. 02-733-8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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