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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유람선에 발목 잡힌 해양안보

정용수
정치부 기자
2007년 6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무장 없이 평화 없다”며 건설을 지시한 제주 해군기지가 또 한번 장애물을 만났다. 이번엔 15만t 크루즈 유람선이다.

 당초 강정마을 기지는 해군만 사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제주도와 주민들이 민·군 복합항을 요구해 방향이 바뀌었다. 유람선이 드나드는 미국 하와이 진주만 군항이 모델이었다. 와중에 세계에서 가장 큰 15만t급 유람선 2척이 동시에 정박할 수 있는 규모여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이 15만t이 문제가 되고 있다.

 대형 유람선의 안전운항에 지장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퀸 메리(Queen Mary)호와 같은 15만t급 크루즈 유람선은 세계에 7척뿐이다. 세계 일주를 목적으로 건조된 길이 350m, 폭 40m에 이르는 거구다. 이런 유람선 2척이 한 항구에 동시에 정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번 발단은 기술검증위원회의 보고서. 군이 만들고자 하는 방파제의 설계 변경을 언급하고, 배를 돌리는 선회장의 기준을 세계적 추세에 따라 축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대목이 논란을 불렀다. 이를 놓고 정부와 기지 건설 반대 측의 해석이 엇갈린다. 갈등이 격화되자 전진수 기술검증위원장이 “15만t의 크루즈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현재의 설계대로 하더라도 강정마을 정면에 건설될 남(南)방파제는 전혀 문제가 없다. 서(西)방파제의 경우도 예인선을 이용하면 15만t 크루즈의 정박에는 이상이 없다는 게 검증위의 결론이다. 국립해양대의 시뮬레이션 결과도 그렇다. 이 설명대로라면 대형 유람선이 더 늘어나도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현장에선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기지를 만들려는 목적은 우리 교역물동량의 99.8%를 차지하는 남방 항로 보호를 위해서다. 유사시 신속대응을 위한 기동전단도 운용할 예정이다. 제주도청이 실시한 여론조사로 결정된 후보지가 강정마을이다. 이곳은 일제시대부터 전략의 요충지로 꼽혔다. 하지만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들의 반대로 시작된 진통은 ‘평화의 섬’ 논란을 거쳐 ‘환경오염’ 시비, 마침내 15만t 유람선 문제에 이르렀다. 대부분 건설 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문제가 제주기지 전체의 문제로 부풀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금 중국은 항공모함을 시험가동하고 있다. 일본도 자위대의 해양 진출을 엿보고 있다. 국가안보는 긴 안목에서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해양 안보는 대형 유람선이라는 엉뚱한 암초에 발목이 잡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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