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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만원 주고 산 차 수리비가 4500만원?


#몇 해 전 독일 브랜드의 SUV를 구입한 회사원 홍모(51)씨. 차를 장만한 지 3개월 만에 앞서 가던 차를 추돌하는 사고를 냈다. 앞범퍼가 쑥 들어간 차의 수리비 견적을 내보니 4500만원이 나왔다. 새 차 가격인 4000만원보다 오히려 500만원이 비쌌다. 공식 애프터서비스(AS) 센터에서 산정한 게 그랬다. 홍씨는 수리를 포기하고 같은 브랜드의 중형 세단 신차를 4000만원에 새로 샀다. 그런데 이번엔 경유 엔진을 단 자신의 차에 주유소 직원이 실수로 휘발유를 넣는 사고가 발생했다. 주유소 측은 “혼유 보험에 가입해 다행이다. 몇 백만원 정도 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수리비는 1500만원이 나왔고, 수리 기간은 한 달이 걸렸다.

 #국산 경차를 ‘애마’로 사용하던 A씨. 얼마 전 차선을 바꾸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고급 수입차의 뒷부분을 긁었다. 공식 AS 센터에서 내놓은 수리비 견적은 1389만8660원. 긁힌 뒷문은 부분 수리를 하는 게 아니라 통째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수리에 22일이 걸렸다. A씨가 가입한 보험사는 수리기간 동안 피해자가 이용한 렌터카 비용까지 합쳐 모두 1876만7000원을 지급했다.

 지난 한 해 국내에서 수입차는 10만 대 이상이 팔려나갔고, 최근 들어 등록 수입차는 총 60만 대를 넘어섰다. 지난달엔 처음으로 수입차(승용 기준)의 월 판매량 점유율이 10%를 넘어섰다. 바야흐로 수입차 대중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 수리비에 대한 걱정은 더 커져 가고 있다. 수입차를 사는 사람이건, 수입차 구입을 꺼리는 이들이건 공통적으로 비싼 수리비를 걱정한다. 한마디로 ‘배(완성차 가격)’보다 ‘배꼽(부품·수리비 등)’이 더 큰 불편한 상황이다. 일부 고급 수입차의 경우 엔진오일 교환에 50만원, 워셔액 교환에 5만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12월 보험개발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차는 주차장 같은 데서 천천히 달리다 충돌했을 경우 수리에 드는 평균 비용이 국산차의 5.3배에 이르렀다. 부품 가격은 국산차의 6.3배, 공임은 5.3배, 도장료는 3.4배였다. 당시 시험에 참가한 수입 3개 차종의 전후면 평균 수리비는 1456만원. 국산차 3종은 평균 275만원이었다.

 전문가들은 수입차 수리비 가격 결정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대림대 김필수(자동차학) 교수는 “수년 전부터 수입차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근 완성차의 가격은 소비자들의 구미를 끌 수준이 됐다”며 “그 이면에서 수입차 업체들이 부품과 수리비 쪽에서 이익을 높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진 완성차 판매 마진을 부품 쪽에서 벌충하고 있다는 소리다. 김 교수는 “외국에서 직접 만들어 가져오는 비용을 감안해도 지금의 가격은 너무나 비싼 것”이라며 “한국의 기술력도 뛰어나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을 통해 정품과 마찬가지의 제품을 국내에서 조달할 수 있는데도 수입업체들이 여전히 독과점을 활용한 해외 조달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원의 조병곤 전문위원은 “현재 우리 자동차의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공임이 최대 3배까지 차이 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특히 수입업체들이 부품과 수리 가격 구조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공식 수입선과 서비스 업체들은 “오해가 심하다”는 입장이다. BMW 공식 딜러인 코오롱모터스 성산서비스센터의 여훈동 지점장은 “우리 정비사들의 등급은 주니어-시니어1-시니어2-마스터로 나뉘는데 이를 위해 엄청나게 공부한다. 수원에는 트레이닝 아카데미까지 있다” 고 말했다. 여 지점장은 “사설 공업사에서 잘못 수리 받으면 안전성까지 문제가 된다”며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공식 서비스센터가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르세데스-벤츠 공식딜러인 한성자동차 방배 서비스센터의 김성태 차장은 “우리는 (수리) 고객을 위한 접객·안내(컨시어지) 시스템이 거의 최고급 호텔 수준으로 갖춰져 있다”며 “장비뿐 아니라 서비스도 최고”라고 말했다. 부품 가격에 관해선 “ 사설 업체에선 중국·대만에서 나오는 가짜를 쓰기도 하는데 눈으로는 구별하지 못한다”며 “안전과 직결되는 부품가를 비싸다고만 하는 건 과장이 포함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필수 교수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통해 부품값과 수리비에 대한 실체가 밝혀져 소비자가 더 이상 피해를 겪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수입차 가격에 거품이 없는지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본지 2월20일자 10면). 또 한국과 유럽연합(EU) 사이에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3~4%였던 관세가 아예 없어졌음에도 여전히 비싼 값을 유지하고 있는 유럽산 자동차 부품 관련 조사 역시 벌일 방침이다.

김혜미·한영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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