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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408> 교통카드

‘버카충’이란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10대들 사이에서 쓰이는 은어인데요, ‘버스카드 충천’의 줄임말이라고 하네요. 서울에서만 하루 평균 1078만 명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고 하니, 이런 말이 나오는 게 무리는 아닌 듯합니다. 출퇴근길에, 그리고 등하굣길에 교통카드 다들 쓰시죠? 오늘은 이 교통카드 시스템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까다로운 IT 서비스 기술입니다.

버스에 GPS 통신기 … 승객 승·하차 지점 추적 가능

버스에 올라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가져다 대는 거죠. 여기에서부터 교통카드 시스템은 출발합니다. 버스에 설치된 단말기는 일종의 정보 저장기기입니다. 여러분이 교통카드를 대는 순간 그 카드와 카드가 찍힌 정류장의 위치를 기억합니다. 그리고 내리면서 카드를 다시 대면, 탈 때 기억을 불러옵니다. 여러분이 내리는 순간의 위치에 따라 추가 요금이 부가되는 건 단말기가 여러분의 카드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버스에 설치된 단말기는 각 승객의 교통카드를 기억했다가 내릴 때 위치에 따라 추가 요금을 부가한다. 버스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통신기가 달려 있어 이동 거리를 계산한다. [중앙포토]

 움직이는 버스의 위치를 단말기가 어떻게 인지할까요? 여기에도 비법(?)이 있습니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죠. 모든 버스에는 GPS 통신기가 달려 있어서 거리에 비례해 요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선진국에 가도 이런 시스템은 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도시를 ‘기본요금 구간, 추가요금 구간1, 추가요금 구간2’처럼 나눠 요금을 부과하는 도시는 많지만 정확하게 이동한 거리에 비례해 요금을 부과하는 곳은 서울뿐이라고 하니, 얼마나 까다로운 기술인지 짐작이 갑니다.

 여러분은 타고 내릴 때 한 번만 카드를 대는 것이지만 버스 입장에서 보면 하루 종일 수천 명의 사람이 카드를 대는 셈입니다. 그 많은 정보를 단말기는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버스가 하루 운행을 마치고 차고지로 돌아가면, 단말기에 있는 승객들의 이용 정보를 집계 서버로 전송합니다. 물론 무선으로 전송하죠. 각 차고지에 있는 집계 서버는 매일 새벽 모든 버스 운행이 끝나면 정보를 통합센터로 전송합니다. 센터는 경기도 부평에 있습니다. 여기서 처리하는 승객들의 데이터 정보는 하루 4100만 건에 달한다고 하네요. 통합센터를 운영하는 LG CNS에 따르면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 처리량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데이터가 통합센터로 모이면, 승객이 특정 교통수단을 타고 이동한 거리 등을 감안해 각 운송기관에 요금이 분배됩니다.

 버스에 비해 지하철은 조금 더 간단합니다. 이동하는 전동차가 아니라 지하철역에 단말기가 설치돼 있기 때문이죠. 지하철역마다 고유한 식별 표시가 있어 요금을 계산합니다.

승객 이용정보 1만100㎞ 날아와 LG CNS 부평센터로


서울의 교통카드 시스템이 획기적으로 바뀐 건 2004년입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버스 탈 땐 버스카드를 쓰고, 지하철 탈 땐 종이로 된 정액권이나 일회용 승차권을 썼습니다. 지하철·버스 간 환승은 불가능했습니다. 버스·지하철 환승이 가능해진 게 2004년이죠.

 서울이 ‘메가시티’(인구 1000만 이상 거대 도시)이다 보니 버스 회사만 해도 수십 개에 달하는데 여기에 지하철·마을버스와 광역버스까지 더하면 정말 많은 대중교통 수단이 운행 중입니다. 이 모든 수단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는 건 까다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장비를 설치해야 하고 소프트웨어도 통일해야 하고요.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될 일이죠. 그거 안 한다고 사람들이 출퇴근할 때 지하철·버스를 외면하진 않으니 말입니다. 서울시가 강하게 밀어붙였습니다. 1985년 50만 대였던 서울 시민들의 자동차 보유 대수가 10년 사이 4배(200만 대)로 뛰면서 교통 혼잡이 극심했던 겁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중교통 수단을 말 그대로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버스와 지하철 간 환승 서비스죠.

 그때 설립된 회사가 한국스마트카드입니다. 서울시가 35%, IT 서비스 사업을 하는 LG CNS가 32% 지분을 가진 회사입니다. 그 외 각종 소프트웨어 기업과 카드사들이 나머지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회사가 생기면서 각 버스에 단말기와 GPS 통신 장치를 설치하고 데이터 통합센터를 마련했습니다. 지금은 일반화된 버스중앙차선제도 이때 처음 도입됐습니다. 버스를 간선버스·지선버스 등으로 체계적으로 구분했고, 지하철 정액권·회수권·버스카드 등 산발적으로 운영되던 결제 수단이 교통카드로 단일화한 것도 이 해의 일입니다.

 실제로 효과가 있었을까요? 네, 있었습니다.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2004년 ‘신(新)교통카드 시스템’이 도입된 뒤 승용차 이용객의 14.2%가 대중교통으로 전환했고, 서울시내 교통량은 약 24% 감소했다고 합니다. 하루 평균 대중교통 이용객 수 역시 9.7%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단일 교통카드로 지하철·버스 환승 … 2004년 혁명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폰의 경우 애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으면 휴대폰을 교통카드처럼 쓸 수 있다. [중앙포토]
대중교통 이용이 활성화되면서 교통카드도 편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고객이 늘고 시장이 형성되자 사업자 역시 늘어 경쟁이 시작된 셈이죠.

 가장 대표적인 게 교통카드 기능을 탑재한 신용카드의 등장입니다. 그 전에도 지하철을 탈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신용카드가 있긴 했지만, 종류가 많지 않았죠. 하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신용카드사가 전화 한 통이면 교통카드 기능을 추가한 카드를 발급해 줍니다. 기존 신용카드에 칩을 하나 넣으면 된다고 하네요. 이 칩은 버스에 있는 단말기처럼, 여러분이 타고 내린 위치와 타고 내린 시간 같은 간단한 정보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버스나 지하철에서 내린 뒤 30분 이내 무료 환승이 가능한 겁니다.

 교통카드 기능을 갖춘 신용카드가 생기면서 카드를 충전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카드사가 먼저 요금을 내주면 승객은 한 달에 한 번 카드사에 대금을 지불하는 식이죠. 그래서 후불카드로 불립니다. 충전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서인지 서울의 경우 전체 교통카드 이용자의 60%가 후불카드를 쓴다고 합니다. 후불카드가 아무리 널리 쓰여도 충전해서 쓰는 선불카드도 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여전히 교통카드 이용자의 40%가 쓰고 있습니다.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죠. 10대들이 ‘버카충’이란 은어를 쓰는 건 그래서일 겁니다. 지방에서도 서울에 비해 선불카드 사용률이 높습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애플리케이션 하나만 내려받으면 휴대전화가 교통카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 덕분이죠. 이 애플리케이션은 신용카드와 연결해 놓으면 자동으로 충전되는 기능도 있습니다. ‘잔액이 1만원 아래로 떨어지면 3만원씩 충전한다’는 식으로 설정하면 자동으로 충전된다고 하니 참 편리한 세상입니다.

서울, 1000만 명 넘는 도시 중 유일한 단일시스템

서울시와 같이 모든 대중교통 수단을 단일한 시스템으로 통일한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소도시에선 일부 구현이 되고 있지만 인구 1000만 명 이상의 도시로는 서울이 유일합니다. 서울의 교통카드시스템이 수출될 수 있었던 건 이 같은 이유에서죠.

 현재 서울과 같은 교통카드시스템이 구축돼 운영 중인 곳은 모두 세 곳입니다. 뉴질랜드 웰링턴(2008년)과 오클랜드(2011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2011년)입니다. 한국스마트카드사가 이들 도시에서의 교통카드시스템 구축 사업권을 따냈습니다. 이 중 웰링턴·오클랜드 시민들의 교통카드 이용 정보는 경기도 부평에 있는 LG CNS 데이터 통합센터로 모입니다. 이들 도시의 교통카드시스템 운영자가 데이터 처리 센터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인데, 매달 사용료를 내고 한국의 센터를 빌려 쓰는 겁니다. 뉴질랜드 국민들의 대중교통 이용 정보가 1만100㎞를 날아와 서울 시민 정보와 함께 처리된다니 놀랍습니다.

 서울의 교통카드시스템을 구축 중인 도시도 있습니다. 콜롬비아 수도인 보고타입니다. LG CNS가 지난해 7월 이곳의 대중교통 요금 자동 징수 및 버스 운행관리 시스템 구축사업을 수주했습니다. 시스템 구축과 함께 15년간의 운영권까지 따내 사업 규모가 총 3억 달러(약 3000억원)에 달합니다. 보고타는 2004년 서울시가 버스중앙차로제를 도입할 당시 벤치마크했던 도시인데, 그로부터 7년 만에 교통카드시스템을 역으로 수출하는 쾌거를 이뤄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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