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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에 긴장한 J팝, 복사판 걸그룹 만들어서…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세계로 뻗어가는 K팝의 기세는 일본 언론에도 연일 보도된다. 소녀시대의 미국 진출이 별거 아니라는 식의 깎아내리기 기사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K팝 가수들의 활약을 높이 평가하면서 “그러면 제이팝(J-pop)은?”이라고 자문하는 내용들이다.J팝의 세계화를 향한 가시적인 움직임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해 싱가포르·태국·베트남 등에서 J팝을 홍보하는 행사를 한 데 이어, 이번 달 25~26일에는 인도네시아 일본대사관과 인도네시아 관광성이 주최하는 ‘일본 팝컬처 페스티벌’이 자카르타에서 열린다.

J팝 해외 진출의 선두에 서 있는 인물은 국민 걸그룹 ‘AKB48’을 키워낸 아키모토 야스시(秋元康) 프로듀서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높은 완성도를 무기로 세계에 어필하는 K팝의 저력은 대단하다. J팝도 세계를 무대로 해야 한다”는 발언을 줄기차게 해왔다. 지난해 12월 열린 ‘AKB48 신전략 발표회’는 AKB48의 세계 진출을 선언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동안 일본 국내 팬에만 집중해 왔던 AKB48은 최근 SNS서비스 ‘구글플러스(Google+)’를 이용해 전 세계 팬과 직접 소통하는 등 적극적인 교류에 나서고 있다. 콘서트 현장중계, 화상채팅 등 모든 서비스는 한국어·영어·중국어·태국어·인도네시아어 등 5개국어로 번역된다. 아시아를 해외시장 진출의 첫 번째 타깃으로 삼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AKB48의 아시아 진출 방식은 독특하다. 가수가 다른 나라를 방문해 팬 미팅과 공연, 방송활동을 하는 것이 흔히 생각하는 해외 활동이다. 그러나 아키모토 프로듀서는 일본 스케줄만으로도 너무 바쁜 AKB48을 현지로 보내는 대신 인도네시아에 AKB48의 자매그룹인 ‘자카르타48’, 약자로 ‘JKT48’(사진)을 결성했다. ‘JKT48’의 멤버들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치열한 오디션을 통해 뽑힌 인도네시아 소녀들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올여름에는 대만 타이베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TPE48’이 탄생하고, 이어 상하이에서도 자매그룹을 결성할 예정이다. 이렇게 아시아 전 지역에 AKB48의 자매그룹을 만들어 그들을 통해 J팝을 알린다. 그리고 그중 뛰어난 멤버들은 AKB48 멤버로 흡수시켜 ‘범아시아 아이돌 그룹’을 지향한다는 전략이다.

한때 한국 가수들의 일본 활동을 둘러싸고 ‘K팝 국적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일본인들을 겨냥해 만든 멜로디에 일본어 가사로 이뤄진 노래를, 단지 한국 가수가 부른다는 사실만으로 이 음악을 과연 K팝이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소녀 수십 명이 AKB48과 비슷한 의상에 똑같은 춤을 추며 인도네시아어로 번안된 ‘헤비 로테이션(Heavy Rotation)’을 부르는 동영상을 보니 의문은 더욱 커진다. 이것은 J팝인가? 아니면 인니팝인가? 국적과 상관 없이 인간의 보편적 감정에 호소한다는 점에서 음악은 초국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자본과 아이돌 양성 시스템이 그대로 투여됐다는 점에서 본다면 이 음악은 철저히 일본적이기도 한 것이다.

국가라는 단위가 의미를 잃어가는 글로벌리즘과, 그 안에서 자국의 이익을 견고히 하려는 내셔널리즘의 혼재는 21세기의 시대적 특징이기도 하다. 음악산업은 그 제일 앞자리에 서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영희씨는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다. 일본 문화에 빠져 도쿄에서 2년간 공부했다. 일본 대중문화를 보고 평하는 게 취미이자 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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