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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인 아냐?

내가 고딩일 때 담임선생님은 검정 매직펜으로 ‘사랑의 매’ ‘너희들을 사랑한다’라고 쓴 야구방망이를 번갈아 휘두르면서 아이들을 훈육시켰다. 말이 좋아 훈육이지 폭력에 의한 진압이었다. 하루는 아침자율학습에 10분 늦었다고 열 대를 맞은 적이 있다. 다음 날 엉덩이 상처 때문에 의자에 제대로 앉지 못하고 삐딱하게 앉았더니 자세가 불량하다는 지적까지 받았다. 권위주의 정권의 국가 분위기가 고스란히 교실에서도 재연되었던 시절이다.

어느 친구의 어머니는 ‘내 아이 좀 그만 때리고 사랑으로 지도해 달라’며 담임선생님에게 봉투를 전했다. 폭력은 부패를 불렀다. 또 다른 친구 어머니는 ‘우리 아이 더 때려 달라’며 봉투를 전했다. 부패 또한 폭력을 부른다. 나의 어머니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폭력에 대한 침묵이 부패와 폭력을 진화하도록 했다. 이제 대한민국의 교실은 폭력이 진화하는 ‘갈라파고스’가 되었다. 선생님이 학생을 때리던 폭력이 불과 한 세대를 거치면서 학생이 학생을 때리는 ‘친구 상잔’의 비극적 현상으로 진화한 것이다. 여기에 대응하는 당국의 처방은 ‘시간이 가면 해결되겠지’라는 무사안일주의다.

신학기를 앞두고 학교마다 담임 맡기를 피하고 학생지도교사를 맡길 선생님이 없는 현실. 공교육은 폭력 앞에 무릎을 꿇고 있다. 선생님 눈에 거슬리는 학생이 있으면 “야! 너 나와!”라고 불러내 훈육했던 시절은 ‘아! 옛날이여’가 되고 말았다. 요즘은 “야! 너 나가”라고 한다. 어떤 선생님은 아예 침묵한다. 학생들이 핵폭탄과 같은 무기인 폰 카메라를 각자 소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영상이 뜨는 순간 폭탄이 된다. 여기에 대항할 선생님은 없다.

교육사회학자로 더 알려진 영국의 언어학자 바질 베른슈타인(Basil Bernstein)은 명령이나 지시보다는 이유에 대해 설명을 들은 아이가 세상에 대해 더 많은 호기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식당에서 뛰어다니는 아이에게 ‘무조건 자리에 가만 앉아 있어!’라고 말하는 부모와 ‘뛰어다니면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주니 자리에 앉아 있는 게 좋겠어’라고 말하는 부모는 다르다. 둘 다 말로써 아이를 제지하지만 사용하는 언어코드는 전혀 다르다. 베른슈타인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교육 불평등을 야기한다고까지 말한다.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라 말하는 방식이 문제다. 명령적인 언어코드에 익숙한 학생과 원리적인 언어코드를 습득한 학생 중에서 누가 더 잘 학교에 적응할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 학교폭력은 학생의 언어코드와 학교문화 사이의 충돌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선생님이 언어코드를 바꾸면 학교폭력은 줄어들지 않을까?

2012년 한국 사회의 ‘1020세대’가 사용하는 언어코드는 기성세대와 전혀 다르다. 다른 언어코드를 지닌 이들은 전통이나 권위를 부정하고 고정관념을 해체한다. 10대가 20대가 되면서 언어코드는 전혀 다르게 진화한다. 예컨대 “시집가야지”라고 말하면 화성인이냐는 듯 쳐다보다가 “시집은 가는 게 아니고 가끔 들르는 곳이지요. 다음부턴 ‘결혼해야지’라고 말하세요”라고 가르친다. 요즘 아이들은 재미(fun)와 공부(study)가 융합(funstudy)되기를 바란다. 놀이(play)와 노동(labor)이 묶여서 ‘놀동(plabor)’, 놀이(play)와 정치(politics)가 결합해 ‘놀치(platics)’가 되듯이. 단군 이래 윗세대를 가르칠 능력을 지닌 첫 세대인 우리 아이들은 신인류다.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선 어른들도 언어코드를 바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층과 세대 간의 폭력은 참혹하게 커져 나갈 것이다. 언어코드의 충돌이 문명충돌 못지않게 무서운 이유다.




강성남 서울대 행정학박사. 한국사회과학협의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고 있다.'정보사회와 행정''관료부패의 통제전략'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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