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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이 성장과 복지의 중심이다

더 많은 일자리와 동시에 더 나은 일자리는 우리 모두의 희망사항이다. 그래선지 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도 연일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마치 일거에 고용위축과 고용불안을 ‘척결’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장밋빛 일색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일자리 문제는 하루아침에 생겨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에 대응해 직접적 일자리 창출에 OECD 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으로까지 재정투입을 증대시켰지만 고용률은 거기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그나마 그렇게 만들어진 일자리가 ‘괜찮은 일자리(decent work)’와는 거리가 먼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상황에 따라 직접적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재정투입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 근본책이 되지 못한다. 사정이 절박하다고 해서 미봉책에 의존하면 할수록 문제는 해결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아닌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일자리 문제는 정권다툼 차원의 힘겨루기나 진영(陣營) 논리에서 벗어나 보다 긴 호흡으로 우리 사회경제 전체를 아우르는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핵심은 고용을 중심축에 놓고 경제성장과 사회복지 정책의 틀을 짜는 것이다. 경제성장을 고용증대와 연결시키고 사회복지를 고용친화적으로 가져갈 때만이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우리 현실을 놓고 볼 때 ‘더 많은 일자리’의 돌파구는 서비스 업종과 중소기업에 있다. 제조업과 대기업의 역할을 경시하지 않으면서도 서비스산업과 중소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하다. 그동안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대체로 생산성이 낮아 고용창출력도 낮고 고용의 질도 낮은 부문(운수, 도소매, 숙박 등)에 몰려 있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들 부문의 개선과 더불어 고용창출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부문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그 가운데서 사업서비스, 부동산, 문화 등은 민간부문이 주도해야겠지만 공공성이 높은 교육, 금융, 행정 등은 정부 주도를 필요로 한다. 이와 더불어 복지의료 부문은 민관 합동의 빅푸시(big push)가 요구되는 분야다.

중소기업이 고용의 보고(寶庫)임에는 틀림없지만 역설적이게도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현재 정치권에서 앞다퉈 내놓고 있는 중소기업 지원책은 ‘흘러간 옛 노래’에 불과한 것으로 생각된다. 법으로 중소기업 고유업종을 (재)지정하는 문제도 전체적으로 고용증대 효과를 가져올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의 정규직이 대기업의 비정규직보다 못한 경우가 많은 현실을 직시하면서 중소기업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과의 관계에 있어서 공정거래상의 지위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기업주의 금전적 이익보다는 중소기업의 고용흡수력 제고를 위한 관점에서 기존의 수많은 지원정책을 포함해 정책의 일대 쇄신이 요구되고 있다. 획일적인 법제의 보호보다는 조세, 금융, 홍보, 판로 등의 측면에서 차별성 있는 지원을 통해 기업생태계에서 스스로 생존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정규직 문제도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의 비정규직을 중심에 놓고 풀어가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 인센티브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한 방안일 것이다.

일자리가 최선의 복지임은 이제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점증하는 복지 요구를 지속가능한 사회복지 제도에 담기 위해서도 고용친화적 복지체제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우리가 구축해야 할 고용친화적 복지체제의 핵심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도약(take-off)에 있다. 이는 역사-구조적 맥락을 달리하는 북구와는 당연히 차별성을 갖는 것으로 한국의 사회경제적 여건에서 매우 중시돼야 할 점이다. 이에 비춰 볼 때 현재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복지공약 경쟁은 열만 올리는 가운데 빛을 없앨 위험성이 적지 않다.

일자리 문제는 매우 복합적이다. 문제의 원인도 그러하지만 단순히 보다 많은 일자리만이 아니라 보다 나은 일자리를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복합적인 만큼 문제를 당장 일거에 해결하는 왕도(王道)가 없다는 사실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를 중심축에 놓고 성장과 복지가 맞물려 돌아갈 수 있도록 종합적인 사회경제 정책을 설계하고 유연하게 실천해 나가는 길밖에 없다.



김대환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옥스퍼드대 경제학 박사. 노무현 정부에서 2년간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저서로 '한국 노사관계의 진단과 처방'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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