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맬서스와 피크오일

한두 번 속고도 또 속으면 바보다. 그런데 들으면 또 속고 마는 솔깃한 얘기가 있다. 유래가 불분명한 피크오일(peak oil·석유 생산 정점) 이론도,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의 인구론도 그렇다.피크오일은 전체 매장량의 절반을 써 버려 석유 생산이 줄어드는 지점이다. 그게 가까워졌다거나, 그걸 이미 지나 고갈 직전에 와있다는 주장은 150여 년 전부터 있었다. 1850년대에 이미 화석연료 고갈론이 등장했다.

1874년 당시 주요 석유 생산지였던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4년 내 고갈’을 예상했다. 연방정부도 엉터리 예측을 여러 번 했다. 연방 지질보고서는 1909년에 ‘26년 후 고갈’을 예상했으나 그 시기가 다 지난 39년에는 ‘13년 후 고갈될 것’이라고 했다. 그 무렵 독일 화학업체인 이게 파르벤은 ‘로이나(Leuna)’라는 인조석유를 발명하는 등 대체연료를 찾아내기도 했다. 56년에는 지질학자인 킹 허버트가 종(鐘) 모양의 곡선을 그려 보이며 65~71년 사이에 석유 생산이 정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71년 오일쇼크가 발생해 그의 예측은 적중한 듯했다. 하지만 그 뒤 석유 생산은 오히려 늘었다.

맬서스의 인구론은 인구가 인간의 무절제한 성욕 등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자연의 제약을 받는 식량 생산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할 뿐이라고 한다. 그 결과로 식량 부족, 즉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인류의 미래다. 하지만'인구론'초판이 나온 1798년 이래 200여 년의 역사는 그게 틀렸다는 걸 입증했다. 인구는 피임기술로 조절이 가능해졌다. 출산율은 낮아졌다. 식량 생산은 농업혁명 덕에 인구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인구론의 최대 허점은 기술 발전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맬서스는 산업혁명 초기의 영국에 살았지만 그게 ‘혁명’인 줄 몰랐다.

오류가 많은 인구론은 모습을 바꿔 살아난다. 빗나간 종말 예언이 포장만 바꿔 세상에 다시 등장하는 것과 흡사하다. 1968년 폴 에를리히 스탠퍼드대 교수의 '인구폭탄', 72년 로마클럽의'성장의 한계' 등이 인구론 리바이벌에 성공했다. 거기에 영향받은 한국도 강력한 출산 억제 정책을 폈다.

맬서스류(類)의 인구론은 인구대국 중국의 부상과 함께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얼마 전 세계 최대 곡물회사인 카길은 곡물 가격 하향 시대가 종언을 고했다고 주장했다. 세계 인구가 현재 70억 명에서 2050년 90억 명으로 29% 증가하는데, 식품 수요는 신흥국 고소득층의 소비 증가까지 겹치며 70%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제1, 2차 세계대전 때 채소가 부족해지자 참전국 사람들은 주택의 정원을 텃밭으로 가꿨다. 물류나 식량 공급 부담을 덜어줘 전쟁 승리를 측면 지원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텃밭 정원의 별명이 ‘승리 정원(victory garden)’이 됐다. 맬서스류의 비관론이 엉터리가 된 것은 누구도 예상 못한 승리 정원식(式) 적응력이나 창의력 덕분일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식량이나 석유는 지질학(자연 한계)이 아닌 지정학의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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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