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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펀드 선별요건 4가지, 그 중 가장 중요한 요건은…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어떤 금융상품을 택할지 고민하는 이가 많다. 먼저 금융상품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필요하다. 금융상품은 크게 저축상품과 투자상품으로 나눌 수 있다. 저축상품은 운용의 결과를 금융회사가 책임지기 때문에 원리금이 보장된다. 가장 일반적인 은행예금을 비롯해 지급액이 확정된 연금이나 보험이 여기에 해당된다. 자금 용도로 볼 때 단기간에 써야 할 자금은 보통예금(요구불예금)에 넣으면 좋고, 원금을 지켜야 하는 자금은 예·적금에 넣어두면 된다.
반면에 투자 상품은 리스크가 따른다. 잘하면 고수익을 낼 수 있지만 잘못하면 원금까지 축날 수 있다. 주식·채권·선물·옵션·펀드나 변액 연금·보험 등이 그것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금융회사가 책임까지 져주는 저축상품만으로 노후대비를 할 수 있었다. 금리가 연 10%대를 유지한 때문에 물가가 웬만큼 올라도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인플레이션(Inflation·인플레) 리스크를 방어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우선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3~4% 수준으로 낮아졌다.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다. 인플레 리스크가 커진 것이다.

1990년대 이후 세계 경제는 물가 걱정을 별로 안 했다. 물가 하락, 즉 디플레이션(Deflation)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물가안정 시대가 지속됐다. 이 때문에 그동안 많은 사람이 인플레의 해악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인플레의 공포가 커졌다. 위기를 해결하느라 각국 정부가 대량 살포한 자금이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 동향도 심상치 않다.

인플레는 알다시피 돈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연 3%의 물가상승률이 25년간 계속되면 원금 100만원의 가치는 48만원, 즉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예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 저축상품에 가입해 안전하게 노후에 대비한다고 생각했는데, 돈값이 이렇게 추락한다면 후반 인생이 얼마나 고달파지겠나. 따라서 자산의 일부는 리스크를 무릅쓰고 고수익 투자상품에 넣어 저금리·인플레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

노후 대비 금융상품 중 리스크가 따르는 투자상품을 열거해 보자. 적립식 펀드, DC형(투자형) 퇴직연금, 개인연금 펀드, 변액유니버설 등이 있다. 이름은 다르지만 그 토대는 펀드다. 모두 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면서 연금과 보험을 결합한 형태다. 그렇기 때문에 노후자금 마련에 성공하려면 적립식 펀드 투자의 원칙을 제대로 이해함과 동시에 적립식 투자 바구니에 담을 우량 펀드를 고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원칙을 지켜서 적립식 투자를 한다고 하더라도 투자 바구니에 들어 있는 펀드가 불량 펀드라면 투자에 성공할 수 없다.

특히 은퇴 자금을 마련하려고 가입할 투자상품이라면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펀드이든, 연금보험이든 다음 몇 가지 사항을 살펴보고 그 기본이 되는 펀드가 우량 펀드인지를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첫째로 투자자 스스로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는 펀드를 골라야 한다. 요즘엔 각종 파생상품을 섞어 복잡하고 어려운 구조로 출시된 펀드가 많다. ‘○○펀드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낼 수 있다더라’는 소문에 혹해 전문가조차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펀드에 투자해 큰 손실을 입는 경우가 많다. ‘내용을 모르는 상품에는 절대 투자하지 말자’는 것이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투자의 우선 원칙이다.

둘째로 펀드 운용 회사의 평판이다. 펀드에 가입할 때 주로 은행·증권사·보험·협동조합 등을 통한다. 그곳에서 내 펀드를 잘 관리해 줄 거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이들은 펀드를 판매하는 판매회사이자 창구일 뿐이다. 펀드의 운용 성적은 판매사가 아닌 ‘○○투신운용사’ ‘○○자산운용사’와 같은 이름의 운용회사 실력에 좌우된다.

따라서 금융회사들이 권유하는 펀드를 생각 없이 매입할 게 아니라 운용회사가 어디인지, 외부 평판은 어떤지를 확인하자.
셋째로 과거 3년 이상의 운용 성적이다. 과거의 운용 성적이 미래의 성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간 꾸준한 성적을 낸 펀드가 미래에도 안정적 수익을 낼 가능성이 크다. 보통 직전 6개월~1년간의 단기수익률 1등 펀드에 몰리는 경향이 있지만 진짜 실력과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최소한 3년, 가능하면 5년 이상의 장기 운용 성적을 따져보자. 운용 성적은 꼭 1등이 아니라도 좋다. 꾸준히 중상위권의 성적을 내는 펀드가 우량 펀드라고 할 수 있다.

넷째는 펀드 수수료다. 우리나라에서 펀드 투자를 하면서 수수료가 얼마인지를 제대로 확인하는 투자자가 100명 중 1명이나 될까 모르겠다. 특히 주식형 펀드 투자자 중에는 주가만 오르면 1~2%의 수수료쯤이야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 그러나 선진국 투자자들은 펀드를 매입할 때 제일 먼저 보는 것이 수수료율이다. 5년, 10년 또는 그 이상의 장기투자를 하면 수수료율 차이가 전체 운용 성적에 큰 영향을 준다. 미래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운용수익률 못지않게 확정 비용으로 지불할 수수료에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상 살펴본 우량펀드 선별요건 중 가장 중요한 요건은 펀드 운용회사의 평판이다. 노후대비 장기 투자의 성공 열쇠는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수익을 내줄 수 있는 운용 능력이다. 운용회사는 일관성 있는 운용 철학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경영의 독립성이 중요하다. 경영자나 펀드매니저가 수시로 바뀌는 회사는 장기간 투자금을 맡기기에 불안하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운용회사들은 규모는 작더라도 독립 업체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또 스타급 펀드매니저의 기량에 의존하는 운용회사는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 어렵다. 스타가 떠나는 순간 운용 성적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회사가 튼튼한 운용사를 절대기준으로 삼으라는 얘기는 아니다. 펀드 운용 회사에 경영 파탄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내 투자자금이 잘못되지는 않을까’라는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투자자들이 낸 자금과 그 자금으로 매입한 주식·채권 등은 판매사가 돈을 맡긴 보관 은행이 안전하게 지켜준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일반투자자가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파이낸셜 플래너(금융상품 상담사)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다.

강창희(65) 서울대 농업경제학과 졸업 후 일본 도시샤대학원에서 상학 석사를 취득했다. 1973년 증권거래소에 입사한 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현대ㆍ굿모닝투자신탁운용 대표를 거쳤다. 이후 은퇴설계 전문가로 변신해 미래에셋그룹 퇴직연금연구소장 겸 투자 교육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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