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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생각하는 사람’ 넘칠 때 노벨상 나와

‘자전거 총장’이란 별명이 붙은 베르틸 안데르손 노벨 평의회 이사가 싱가포르국립공과대학교(NTU) 정문에서 포즈를 취했다. 친환경 철학이 강한 그는 지난해이 대학 총장으로 부임한 뒤 캠퍼스 안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NTU 제공
- 한국 방문의 목적은.
“한국의 유수 대학들과 노벨재단·NTU의 교류 협력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19일 방한 첫날 남덕우 전 국무총리, 이상희 전 과학기술처 장관, 조백제 서울디지털대학 총장 등의 환영만찬을 시작으로 서울대·고려대·한양대 등 학계와 협력사업을 논의한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에게는 교육정책을 자문한다.”

- 20년 넘게 일한 노벨재단은 무얼 하나.
“가장 큰일은 노벨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일이지만 학술회의도 연다. 주로 스웨덴에서 진행했지만 앞으론 아시아 각국과 연대한 행사를 많이 하려 한다. 최근 노벨재단 산하 프런티어재단이 아시아 본부를 NTU에 차렸다. 첫 사업으로 4월에 노벨상 수상자와 저명 과학자들이 아시아 고교생들과 교류하는 국제 심포지엄을 연다.”

- 어떤 국제 청소년 심포지엄인가.
“스웨덴에서 주로 미국·유럽 청소년을 대상으로 개최해 온 ‘세계 청소년 노벨상’(글로벌 프런티어 인콰이어상) 행사를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싱가포르에서 연다. 참가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진 뒤 독창적으로 답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이런 과정을 지켜본 뒤 특출한 청소년들에게 상을 준다.”

- 한국 대학들과는 어떤 협력 사업을 벌이나.
“학생·교직원 등 대학 구성원들 간의 교류협력 사업이 우선 추진될 것이다. 올 여름방학에는 NTU가 미국 스탠퍼드와 함께 한국·일본 대학생들을 싱가포르로 초청해 창의력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한양대 산하 아시안리서치네트워크(ARN),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와 함께 추진한다.”

- 창의력 교육 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행되나.
“올해 첫 프로그램에는 스탠퍼드 공과대학 부학장과 MIT의 헬스사이언스기술프로그램 소장이 한국·일본 학부생들에게 과학 발전을 주제로 강연한다. 한국 한양대·서강대, 일본 도쿄대·도쿄공대 등이 참여한다. 올해는 NTU, 내년에는 도쿄공대, 내후년에는 한국 대학에서 차례로 열릴 예정이다.”

- 노벨상 수상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노벨상을 많이 받은 대학은 미국 하버드·MIT 등 보스턴의 유명 대학들이다. 뉴욕과 캘리포니아에서도 수상자가 많이 나왔다. 영국 골든 트라이앵글(옥스퍼드대·케임브리지대·런던대)도 노벨상 수상자를 다수 배출했다. 이들 지역은 경제가 왕성한 곳이다. 노벨상이 배출되는 곳은 혁신과 창조가 이뤄진다. 한국에도 노벨상 수상이 새로운 경제 부흥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 한국에서 노벨상이 나오려면.
“두뇌가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유대인의 나라 이스라엘은 1945년 건국 후 57년 만인 2002년 첫 노벨상 수상자를 냈다. 노벨상은 ‘자유롭게 생각하는 사람들(Free Thinkers)’이 많아져 혁신이 일어나는 어느 ‘임계점(critical mass)’ 이상이 될 때 탄생한다. 한국도 그런 프리 싱커가 많이 배출돼야 한다. 또 글로벌 우수 인력의 유치가 중요하다. 재능 있는 사람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야(brain flow)’ 한다. 미국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최고 학자들을 대량 흡수해 발전했다. 한국도 더 많이 개방해야 한다. 대학에서 우선 영어를 써야 한다.”

한국은 퍼스트무버(시장 선도자)보다 팔로어(시장 추종자) 경쟁력으로 성장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한국의 과학기술 수준은 뛰어나다. 한국인 과학자들이 해외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삼성 같은 세계적 첨단기업도 있다. 한국 유수 대학에 창의력을 불어넣으면 아시아의 모범적인 창조 대학이 될 수 있다.”

- 암기식 교육이 창의력 양성에 걸림돌이다.
“아시아 공통적 고민이다. 어릴 적부터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졌다. 에릭슨 싱가포르 지사 경영진에게 들은 이야기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시키는 일은 잘 하는데 새로운 일을 개척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그런 일은 유럽 사람에게 맡긴단다. 아시아가 세계적으로 리더십을 가지는 시대가 왔다. 자기주도 학습을 권하고 싶다. 스스로 도전할 것을 찾아서 공부해야 한다.”

- 이공계 기피현상도 심각하다.
“세계적인 문제다. 누가 현대사회의 영웅인가. 그동안 영화배우나 금융가가 각광받았다. 새로운 지식기반 사회가 열리면서 첨단 과학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사람이 새로운 영웅이 될 것이다. 젊은이들이 도전적 화두를 진취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새로운 도전은 어떤 게 있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분야다. 친환경 에너지 같은 녹색 경제다. 이런 과제에 도전하려면 과학인들이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위치에 올라야 한다. 과학적 사고가 풍성한 지도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 과학기술은 경제성장과 인류평화의 돌파구이기 때문이다.”

- 노벨상 선정 과정은.
“세 가지 큰 원칙이 있다. 우선, 최상위 지도자 심사 과정(top level peer review)의 엄격함이다. 물리학·화학 등 수상 분야마다 세계 최고 전문가 그룹이 있다. 나도 한동안 화학그룹 의장을 맡아 노벨화학상을 선정했다. 둘째, 학문적 지위에 상관없이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한 사람을 찾는다. 2002년 노벨화학상은 박사학위가 없는 일본 회사원 다나카 고이치에게 돌아갔다. 끝으로 정치적 입김이 허용되지 않는다. 노벨평화상이 그런 논란에 휩싸인다는데…. 다른 나라(노르웨이)가 주는 상이라 잘 모르겠다.”

- 싱가포르 대학의 총장으로 간 이유는.
“싱가포르는 잠재력이 큰 나라다. 변화와 발전 속도가 놀랍다. 최근 5년간 NTU와 직간접으로 인연을 맺었다. 아시아의 혁신작업에 기여하고 싶어서다. NTU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대학이다. 역사는 55년으로 길지 않지만 세계 50위권 종합대학이 됐다.”

-친환경 연구 분야에 관심이 많다는데.
“여름이 되면 알프스에 가곤 한다. 10년 전에 비해 빙하의 양이 터무니없이 줄었다. 어린 시절 스웨덴에서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보통이었다. 오늘날 수도 스톡홀름에는 성탄절에도 눈이 잘 오지 않는다. 북극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2m 높아지면 한국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개인적으로도 친환경 생활을 하려고 노력한다. NTU 총장에 취임하자마자 연비 좋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샀다. 캠퍼스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 구체적인 연구 주제를 들라면.
“자손들이 삶을 이어갈 지구는 녹색 행성이 돼야 한다. 과학기술로 지구 온난화에 맞서 싸우고 높은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다. 특히 식물은 지구에서 가장 영리한 생명체다. 에너지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인간에게 숨을 쉴 수 있게 하는 산소를 만들어주고, 무익한 이산화탄소를 줄여준다. 식물의 광합성을 인공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 화석연료에서 비롯되는 지구 온난화 등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고 환경을 보전할 수 있다.”



베르틸 안데르손(Bertil Andersson)
스웨덴 출신으로 1989년부터 스웨덴 왕립아카데미위원, 2006년부터 노벨재단 평의회 9인 멤버로 일해왔다. 노벨 화학상 수상위원장과 유럽과학연합회장, 유럽과학재단(ESF) 최고위원, 스웨덴 스톡홀름 린셰핑대학 총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국립공과대학(NTU·난양대) 총장에 취임했다. 싱가포르 정부가 미국 MIT와 공동 설립한 NTU는 '싱가포르의 MIT'로 불릴 정도의 국제 명문대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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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