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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 돈의 힘에 휘둘리지 말자

연초 증시를 뒤덮은 단어는 ‘유동성 장세’다. 종합주가지수는 언감생심이던 2000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말만 해도 비등하던 ‘상저하고(上低下高 )’의 논리는 어느새 무색해졌다. 각국의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 QE)가 유럽 악재를 가리면서 증시는 비관론 속에서 ‘상반기 시황이 좋을지 모른다’는 낙관론으로 빠르게 옮겨가는 분위기다.

이번 상승장이 유동성 장세라는 건 분명해 보인다. 주가 상승은 글로벌 유동성의 회전과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전개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통해 유동성 공급의 기간과 양을 대폭 늘렸다. 미국은 양적 완화를 당장 추진하진 않겠지만 장기 저금리 기간을 연장했다. 여차하면 모기지(Morgage, 부동산 담보 저당) 관련 자산의 매입 가능성까지 내비치면서 양적 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일본마저 10조 엔에 달하는 국채 매입용 유동성 정책을 14일 발표했다. 그러면서 선진국 통화발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캐리 트레이드란 저금리 국가의 통화를 빌려 고금리 국가의 통화를 사서 금리 차에 따른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을 말한다.

이런 장면은 3년 새 자주 본 듯하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인한 금융위기 이후 양적 완화라는 말이 처음 등장하면서 2009년 3월부터 전개된 장세와 흡사하다. 2010년 8월 말 미국이 2차 양적 완화를 선언한 뒤 11월부터 자금 투입이 본격 진행되자 역시 전 세계 증시는 유동성 장세에 힘입어 달아올랐다.

유동성 장세의 초기 국면에서는 그동안 돈줄이 말라붙어 고생했던 산업의 대표주들이 빠르게 회복하는 게 보통이다. 돈이 넘쳐나면서 경기 민감형 산업이며 레버리지(차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 주목 받는 것이다. 최근 금융·조선·건설·태양광·정유 등의 업종에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부 정보기술(IT) 업종에서도 돈의 힘으로 급등한 종목이 있었다. 이런 상승세는 기업의 실적 흐름과 큰 연관성이 없다. 최악의 상황만 벗어났다고 판단되면 주가가 반등하는 형국이다.

필자는 얼마 전 이 기고란을 통해 역발상 투자를 권유했다. 최근 벌어진 현상도 그동안의 과도한 하락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발생한 균형 맞추기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 국면에서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수 있을까.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최근 종합주가지수를 2000선으로 볼 때 바닥에서는 이미 230포인트나 상승했고 최고점까지는 220포인트밖에 남지 않았다. 참 어정쩡한 영역이다. 이제 가까스로 원금을 회복한 투자자 입장에서도 난감하다. 추가 매수를 해야 할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주식이나 펀드를 팔고 증시 쪽은 당분간 쳐다보지 말 것인지 선뜻 판단하기 어렵다.

이런 시점에서 가장 위험한 행태는 ‘뒷북 투자’와 ‘본전치기’다. 강한 상승세가 시현될 때는 머뭇거리다가 뒤늦게 추격 매수하고, 주가가 급락하면 머뭇거리다가 뒤늦게 매도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런 투자 방식으로 패닉과 열광의 뒷설거지에 주로 동참한 경험이 있다면 이번에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 현재의 포지션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포트폴리오(자산 배분 내역)에 약간의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주식을 사야 한다면 철저한 기업의 실적 흐름에 근거한 투자를, 팔 거라면 약간의 기회 손실을 각오하는 투자전략이 현 시점에서 최선일 것 같다.

지금은 기업 본연의 펀더멘털(기초 경제여건)로 돌아갈 시기다. 과도하게 떨어진 주가가 어느 정도 올랐기 때문에 앞으로는 기업들의 진검 승부 시기가 온다. 올해도 매출·이익의 성장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종목군들은 더 솟구칠 것이다. 잠시 주춤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저성장의 그늘 속에서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의 2배가 넘는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는 기업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전체 상장사의 전년 대비 영업이익 평균 상승률인 5~10%를 뛰어넘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고려할 필요도 있다.

50여 년 만이라는 2월 강추위가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백화점 의류 매장이 봄 신상품으로 가득 찼다고 봄 옷으로 갈아 입을 수 없는 시기다. 아직은 겨울 의류 세일 매장에서 내복을 구입해 입는 게 더 효과적인 것 같다. 봄이 온 뒤에 새 옷을 갈아 입을지 말지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돈의 힘으로 움직이는 유동성 장세에 섣불리 취하기보다 냉정하게 기업 실적을 되돌아 보자. 투자의 시계는 생각보다 짧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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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