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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업 전 두 눈 깜박깜박, 자기최면 속으로

숱한 골프 교습가들이 “골프는 90% 멘털 게임이며 나머지 10%도 멘털 게임”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과거 골프 영웅들의 멘털 게임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보비 존스는 배의 용골(keel)이 된 듯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며 플레이했다고 한다. 벤 호건은 자신이 조개껍데기 속에 들어가 플레이하는 것처럼 느꼈다고 말했고, 잭 니클라우스는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되는 환상 속에 빠져 플레이했다고 한다. 지난해 5월 타계한 세베 바예스테로스는 물방울 속에 들어가 플레이하는 것 같았다고 회고한 바 있다.

타이거 우즈가 2001년 봄 4개 메이저 대회를 연속으로 우승하며 속칭 ‘타이거슬램’을 기록할 당시 골프심리전문가들은 이렇게 표현했다. “존스·호건·니클라우스·바예스테로스는 멘털 게임의 선구자이며 그들이 석사라면 우즈는 박사처럼 느껴진다.”

우즈가 과거의 골프황제들보다 우월했다고 평가받았던 비결은 무엇일까. 골프작가 존 앤드리서니는 그 답을 '타이거처럼 생각하라'는 책에 담았다. 그는 끈질긴 추궁 끝에 스포츠심리학 박사 제이 브룬자에게서 “우즈가 13세 때부터 존(Zone:운동선수가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게 해 주는 고도의 정신적 집중상태)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비법을 익히게 했다”고 고백하게 만들었다. 더 충격적인 얘기는 우즈에게 잠재의식 훈련뿐만 아니라 최면기법까지 활용한 멘털 게임을 전수했다는 것이다.

전성기 시절 우즈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 그는 셋업하기 전 일정하게 절제된 동작으로 두 눈을 깜빡였다. 최면학 학위와 신경언어프로그래밍(NLP) 인증을 보유한 앤드루 포그는 “우즈의 그런 모습이 자기최면에 들어가기 위한 동작이 아니라면 자신의 학위와 인증을 모두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샷을 하기 전 볼 뒤에 서서 타깃을 응시하던 그의 눈빛엔 치밀한 계산과 차분함도 느껴졌다. 그의 얼굴을 쳐다보면 그가 친 볼이 타깃을 향해 날아가는 모습을 떠올리며 몰입돼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기최면은 우즈로 하여금 자신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차단시키고 몸에 익힌 스윙이 무의식적으로 나오도록 도와줬다.
그의 초능력적 멘털은 2005년 마스터스에서 모든 사람이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웠던 16번 홀 칩샷 버디 같은 드라마를 보여 주기까지 했다. 그는 골프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로 역사에 남을 수 있었다. 적어도 성추문으로 이혼하기 전까지는.

한때 전 세계 주니어 선수가 우즈를 우상으로 여기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 했지만 지금은 대회장에서 우즈에 대해 야유를 보내는 이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희망하는 대로 PGA 투어에서 멋진 우승으로 명예 회복을 할 수 있을까. 2년 전 미국 팜스프링스 골프장에서 만난 여섯 살쯤 된 아이가 “He’s good, but he is a bad guy”라고 한 말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우즈가 투어에서 우승한다고 해서 팬들이 그를 다시 ‘good guy’라고 불러 주지 않을 거란 걸 어쩌면 그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을지 모른다. 지난달 29일 아부다비 HSBC 챔피언십에서 우즈는 공동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에 나섰으나 3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지난주엔 그가 가장 자신 있어 하던 페블비치에서 마지막 날 필 미켈슨과 같은 조에서 경쟁하면서 11타나 뒤졌다. 짧은 퍼트를 다섯 차례나 놓쳤고 18번 홀(파5) 이글 기회에서 3퍼트를 하며 추락하는 모습은 참 묘한 느낌이 들게 했다.

그는 “퍼팅라인이 보이질 않고 마음도 편치 않았다”고 했다. 그의 최면기법으로도 따가운 시선을 극복하기는 힘든 게 아닐까. 다시 황제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선 경기력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최강 무기였던 정신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려면 팬들의 마음부터 얻어야 한다. 어떻게? 그 답은 우즈만이 알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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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