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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라니요? 성공적인 데뷔전이죠

유소연(왼쪽)과 서희경이 지난 12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한다 호주여자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스쳐 지나가고 있다. [멜버른 AFP=연합뉴스]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했고 배운 것도 많았기 때문에 만족해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유소연(22·한화)의 목소리는 밝았다. 역전패에 대한 충격이나 아쉬움은 크지 않아 보였다.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데뷔한 유소연은 지난 12일 호주 멜버른에서 막을 내린 LPGA 개막전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 주 전 열린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호주여자마스터스에 이은 2주 연속 준우승이다.

두 번 다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호주여자마스터스에서는 3타 차 선두로 출발하고도 1타 차로 우승컵을 놓쳤다.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는 17번 홀까지 공동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홀에서 1.2m짜리 파 퍼트를 놓쳐 연장 끝에 미국의 신예 제시카 코다(18)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결과로만 보면 두 대회는 실패라고 할 수 있다.하지만 유소연의 생각은 달랐다. 첫 대회 때는 너무 긴장해 제대로 플레이를 못했지만 두 번째 대회 때는 71번째 홀까지 만족스러운 경기를 펼쳤다고 했다. 마지막 홀에서 집중력이 조금 떨어져 짧은 퍼트를 실수한 것이 유일한 아쉬움일 만큼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고 자평했다.

유소연은 “실패라는 것은 해석하기에 따라 다르다. 우승을 못하면 실패로 비칠 수 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결과보다는 배우는 데 초점을 둔다. LA 레이커스의 매직 존슨은 ‘내가 성공시킨 몇백 개의 3점슛은 몇천 개의 실패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는데 골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두 대회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했고 배움의 시간을 가져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유소연은 어린 시절부터 ‘배움에 열정이 있는 영리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골프를 시작한 유소연은 고1 때인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2관왕(개인·단체)에 오르는 등 화려한 아마추어 경력을 쌓았다. 2008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했고 4년 동안 7승을 거두며 정상급 선수로 자리 잡았다. 운동선수의 길로 들어서면 공부와는 거리를 두는 게 보편적이지만 유소연은 골프를 하면서 바이올린·발레를 배웠고 성적도 반에서 10등 안에 들었다.

유소연을 영리한 선수로 평가하는 이유는 또 있다. 골프는 자기와의 싸움이며 멘털 스포츠다. 선수는 굿샷에 대한 자신감이 넘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실수에 대한 두려움에 떤다. 코스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일관된 경기력을 보여준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유소연은 국내 무대에서 활동할 당시 성공과 실패를 두루 경험했지만 실패를 통해 더 강해지는 선수였다. 프로로 데뷔한 2008년 두 번째 대회(김영주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최혜용(22·LIG)에게 밀려 신인왕을 놓쳤다. 2009년 4승을 거뒀지만 5승을 차지한 서희경(26·하이트)에 이어 상금랭킹 2위에 오르는 데 만족해야 했다. 2010년에는 우승 없이 기다림의 한 해를 보냈다.

유소연은 “스포츠계는 냉정하다. 우승을 못하면 예선에서 떨어지건 2위를 하건 실패로 인식된다. 처음에는 그런 평가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내 중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좋은 이야기건 나쁜 이야기건 받아들이되 잘 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힘들 때일수록 열심히 한 것이 발전의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유소연은 지난해 초청선수로 출전한 LPGA 투어 US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US여자오픈은 LPGA 투어 최고 권위의 메이저 대회다.
호사다마도 있었다. US여자오픈 우승컵을 안고 돌아왔지만 하반기 국내 대회에서 두 차례의 룰 위반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하지만 시련은 이번에도 그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유소연은 “샷에만 전념하면서 골프 룰 숙지에 미흡했다. 그런 일을 겪으면서 많이 반성했다. 실수와 실패 없이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람이니까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실패하면서 배우고 느낀 것을 고쳐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유소연은 지난해 말 미국 팜스프링스로 전지훈련을 떠나 두 달 동안 스윙 교정과 멘털 강화 위주로 훈련을 진행했다. 훈련의 목적은 미국 무대에 대한 준비였다.유소연은 “주니어 때부터 시작해 프로 4년의 시간은 미국에 오기 위한 과정이었다. 새로 태어난 기분도 들고 설렜다. 이제까지 배운 것을 토대로 제대로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준비된 자세는 시즌 오픈부터 두 차례의 준우승으로 이어졌다.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우승 못지않게 값진 준우승이었다.
유소연은 “과거의 나는 기술이나 멘털에서 부족한 선수였다. 스윙이 좋기보다는 감으로 치는 선수였고 감이 왔다 갔다 하면 고전했다. 하지만 몇 해 동안의 경험과 훈련을 통해 달라졌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고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꼭 맞는 것 같다. 실패 없이는 더 큰 성공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늘도 노력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다 호주여자오픈 연장전에서 패한 이튿날 유소연은 코치 이언 츠릭(호주)이 있는 골드코스트로 날아가 일주일간 집중훈련을 했다. 두 대회를 통해 숏게임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은 그는 숏게임 연습에 무섭게 몰입했다.유소연의 스윙 코치인 츠릭은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느끼는 골프다. 유소연은 두 대회를 통해 많은 걸 느끼고 느낀 대로 바꾸고 있기 때문에 올 시즌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소연은 다음 주에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LPGA 투어 HSBC 챔피언스로 LPGA 투어를 이어간다. 올해 목표는 신인왕이지만 투어를 다니며 많은 경험을 쌓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유소연은 “다시 우승 기회가 왔을 때 두 번 다시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우승을 못하더라도 내가 생각해 최선을 다했고 후회 없는 플레이를 할 수 있다면 만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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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