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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의 달인' "점심 한 끼면 남북 문제 해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가 14일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회장과 만나 ‘협상전략’을 놓고 얘기를 나눴다. 최정동 기자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사례 1=중국 상하이 출신으로 인터넷 전화엔지니어인 장이.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벤처 회사에 지원했다 떨어졌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마침 그 회사가 인터넷전화 사업을 타진 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해 무료 컨설팅을 제안했다. 회사의 주요 정보망의 일원이 된 그를 회사는 외면하지 않았다. 그는 꿈의 직장에 입사했다.
#사례 2= 미국 대기업 인사 담당 임원인 크리스토퍼 켈리. 영입하고 싶은 인재의 희망 연봉이 회사 예산보다 높았다. 그 인재의장기적 목표가 ‘MBA 취득’이라는 걸 파악해 “입사하면 회사가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제의했다. 또 “부장 직함을 달았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것도 받아들였다. 그는 출근했다.

#사례 3=미국의 한 대도시. 문 닫기 5분 전쯤 된 한밤의 맥도날드로 한 학생이 들어와 감자튀김을 주문했다. 문 닫기 직전이란 퉁명스러운 설명과 함께 쓰레기통에 들어가기 직전쯤 돼 보이는 눅눅한 튀김이 나왔다.“새로 튀겨달라”고 했지만 직원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학생은 화를 내는 대신 직원 옆에 써 있는 맥도날드 광고 문구를 손으로 가리켰다. “항상 신선함을 보장한다”는 문구였다. “여기 맥도날드 맞나요?” 직원은 튀김기를 다시 켜야 했다.

위의 실제 사례 주인공들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명문 경영대학원 와튼스쿨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의 제자다. 다이아몬드 교수의 협상학 강의를 듣고 ‘사람의 마음과 인생에서 원하는 바’를 얻어낸 사례들이다. 사실아이에게 피아노 연습을 더 시키는 것부터 연봉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 크게는 남북관계 경색 국면 실마리를 찾는 것까지 인생은 협상의 연속이다. 그 과정에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을 제안한 다이아몬드 교수의 강의는 와튼스쿨에서 13년 연
속 최고 인기 강의로 선정됐다.


13년 연속 와튼스쿨의 최고 인기 강의
한국어판 출간과 관련해 방한한 다이아몬드 교수를 14일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IGM)회장이 서울 장충동 IGM 사무실에서 만났다. 전 회장이 설립한 IGM은 국내 기업인을 협상의 달인으로 길러내는 곳이다. 다음은 대담 요지.

전성철 회장(이하 전)=협상전략에 대한 무수한 책과 이론이 있지만 다이아몬드 교수의 책은 상당히 신선하다. 다른 이론들이 머리로 계산을 하고 논리적 전략을 짜라고 하는것과 달리 감성적 접근을 하라는 게 인상적 이다. 이념적ㆍ정치적 분쟁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한국에도 함의가 큰 책 같다.

다이아몬드 교수=말씀대로 내 협상론은 감정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지난 13년간 3만 명의 MBA 과정 학생들을 가르치며축적하고 정리한 결과, 인간적 관계를 쌓고 단계적이며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협상은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에서 온 CEO 출신 학생이 한 얘기인데, 주요 계약 체결을 앞두고 그만 꽤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한다. 하지만 계약 상대방의 장모가 필라델피아에 올 일이 있다는 걸 알고 토요일이었지만 공항으로 나가 영접을 해줬다고 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인 거다. 실수를 만회했고 계약도 잘됐다.

전=신뢰에 기반한 인간 관계를 강조하는 것이 아시아적 가치와도 잘 들어맞는 것 같다.

다이아몬드=내 협상학의 요체와 아시아적 가치는 일맥상통한다. 내 감정을 다스리고 남의 감정도 헤아리는 것이 핵심이다. 내 감정을 앞세우면 협상은 깨진다. 내가 옳고 상대방이 그르다고 주장할 필요가 없다. 협상장은 법정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게 핵심이다. 그러려면 마음을 다스리는 훈련으로 내 감정은 죽이고 남의 감정을 읽어야한다. 이게 아시아적 가치, 질서와 통한다고느낀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 핵심이기때문이다.

전=머리가 아닌 가슴을 중시해야 한다는 발상이 신선하다. 난 대부분의 협상을 남녀간의 첫 데이트에 비유하곤 한다. 뭔가 말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게 있는데, 생각이 너무 많고 내 감정이 너무 앞서서 결국 아무 말도못하고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이아몬드=예를 들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나 한국과 북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뭐가 제일 중요할까? 내가 보기엔 당국자들끼리 만나 편하게 점심 한 끼 먹는 거다. 일 얘기는 절대 하지 말고. 상대방 아이는 몇 살이고, 축구를 좋아하는지 등등, 서로를 알아가고 감정을 나누면서 대화의 물꼬를 트는 거다. 다짜고짜 협상 어젠다를 올려놓으면 감정만 앞세우게 된다. 중요 협상일수록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에 귀를 닫고 자기 얘기만 하려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감정을 고르게 하고 내 말을 듣도록 하면 설득의 길이 열린다. 상대방이 중시하는 가치를 내가 잘이해하고 있으며, 그 가치가 훼손되지 않을거라는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 첫 단추가 감성적 접근을 통한 인간적 관계다.

전=1990년대 말 국경 분쟁을 겪었던 페루와 에콰도르 사례가 떠오른다. 양국 관계가 악화 일로로 치달아 전쟁 가능성까지 대두됐을 때, 두 나라의 대통령ㆍ외교장관ㆍ국방장관이 회동했다. 원칙이 하나 있었다.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 현안 얘기는 일절 하지 않는 캐주얼한 만남을 갖는 것. 한 시간 정도 이런 모임을 가진 후, 현안은 자연스럽게 해결됐고, 두 나라는 바로 평화협정을 맺었다. 98년 1월 얘기다.

다이아몬드=실제로 우리는 상대방을 잘 모르면서 미워하는 경우가 많다. 내 학생 중이란인 여성은 자기가 만난 미국인들은 늘 “난 이란인을 싫어했는데”라고 말하는데 막상 “몇 명을 만났나”라고 물으면 다들 “당신이 처음”이라고 했다고 한다(웃음).

전=교수가 중시하는 단계적 접근법은 뭔가.

다이아몬드=협상이 깨지는 주요 원인 중 하나가 한 번에 모든 걸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망설일 때 그가 친숙하게 생각하는 부분부터 접근해야 한다. 쉬운 예로 내아홉 살 난 아들 얘기가 있다. 방 청소를 시킬때 난 무조건 “청소하라”고 하지 않는다. 대신 “자, 장난감을 놓는 여기를 치워볼래?”라고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방 전체를 청소하게 된다. 정치인들도 한꺼번에 모든 걸 해결하려다 보니 결국 매일 싸움만 하게 된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면 시작
자체를 할 수 없다.“청소해라”보다 “장난감 박스 치워볼까”

전=어떻게 협상론에 관심을 갖게 됐나.

다이아몬드=90년대쯤 주위를 둘러보니 사회는 문제투성이였고 다들 감정을 앞세우고 있더라. 왜 그럴까. 궁금했다. 주변 사람을 조사하고 특히 대화 패턴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자기가 과소평가됐다고 느끼면 상처받고 화를 낸다. 그러다 보면 비논리적으로 되고 머리도 마음도 다 엉망이 된다. 기자를 하면서 객관화 훈련을 받은 것도 도움이 됐다. 또 하나, 사람들은 뭔가 다른 것, 즉 차이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차이를 잘 활용하면 놀라울 정도의 시너지가 발휘된다. 사람들이 서로 의견이 다를 때 아이디어가 세 배 더 많이 쏟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나의 최선과 너의 최선,그와 그녀의 최선을 모으니 그럴 수밖에. 이를 잘 활용하는 게 원하는 바를 성취하는 열쇠 중 하나다.

전=상대의 가치를 활용하라고 하는 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다이아몬드=맥도날드의 가치와 기준을 활용해 감자튀김을 새로 받아낸 학생이 좋은 사례다(사례 3). 마틴 루서 킹 목사도 평등한 권리를 보장한 미국 헌법을 예로 들며 인종차별 철폐 운동을 펼쳤다. 중요한 건 나의 가치를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일단 상대방의 가치를 듣고, 나의 가치와 교환해야 한다. 남편은 휴가 때 일본에 가고 싶은데 부인은 하와이를 원한다고 치자. 남편으로서 좋은 협상법은 “좋아, 그럼 올해는 하와이에 가자. 하지만 일본엔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온천이 있어. 내년엔 일본에 가보는 게 어떨까?”라고 묻는 거다. 내일 이기고 싶으면 오늘은 져야 한다. 내 아들은 만화 보는 걸 너무 좋아해서 걱정인데, 난만화를 못 보게 하지 않는다. 보는 대신 같은 시간을 피아노 연습을 하라고 약속했다. 결국 모두가 행복한 결론이 나왔다. 상대방 의견과 생각을 물어 그들의 가치를 파악하고 협상에 그 가치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상대방을 소중히 여긴다는 믿음을 주는 거다.


다이아몬드 교수 뉴욕 타임스 기자 출신이다. 하버드 로스쿨과 와튼스쿨을 졸업하고 기자가 돼 퓰리처 상도 받았다. 그 뒤 변호사ㆍ컨설턴트로 인생 항로를 틀어 협상 전문가의 명성을 얻었다. 마이크로소프트ㆍIBM 등 세계 100대 기업 중 절반 이상과 유엔 등 국제기구가 그의 컨설팅을 청했다. 강의를 통해 축적한 생생한 사례를 담아 펴낸 책 『더 얻어내는 법(Getting More)』은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됐다. 한국어판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8.0) 역
시 지난해 11월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다. 2월 17일 현재 20만 부를 훌쩍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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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