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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 아닌 자기만의 꿈을 따르게 하라

“인생은 길다. 지금 하는 일에서 실패한다고 인생의 실패는 아니다.”(석지영 하버드 로스쿨 종신교수)
“호기심은 창의력의 원천이다. 어린 시절 부모가 사온 컬러TV를 뜯어보다 하루 만에 고장 낸 적이 있다. 찬란한 색깔이 어디서 나오는지 정말 궁금했다.”(데니스 홍 버지니아공대 교수)

지난 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라토리엄. 1100여 청중의 눈과 귀가 연단을 주시했다. 웃음과 찬탄이 이어졌다. 강연 뒤에는 질문도 쏟아졌다.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청담러닝이 후원한 ‘비전2020’ 행사에서다. ‘21세기 패러다임과 청소년 비전’이라는 주제를 내건 행사에는 황창규 지식경제부 연구개발전략기획단장,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시간주립대 교수,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석지영 하버드 로스쿨 종신교수, 데니스 홍 버지니아공대 교수 등이 강사로 나섰다.

질문은 석 교수와 홍 교수에게 집중됐다. 꿈을 이루기까지 숱한 역경과 시행착오를 겪었던 점이 참석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으로 보인다. 6세에 미국으로 이민을 간 석 교수는 언어장벽을 뚫기 위해 고심했고, 발레리나의 꿈을 접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아시아 여성으로는 처음 미국 하버드 로스쿨 종신교수가 됐다. 데니스 홍 교수는 한국에서 초·중·고를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세계적인 로봇 공학자가 됐다. 행사를 후원한 청담러닝 김영화 대표와 두 교수의 강연내용, 중앙SUNDAY의 추가 e-메일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 인재상에 대한 의견을 정리했다.

-글로벌 인재는 왜 필요한가.
김영화 청담러닝 대표=21세기를 맞아 글로벌 경쟁은 격심해지는 데 우리나라의 교육시스템은 여전히 많은 학생을 안정된 환경에 적당한 과거형 인재로 키우고 있다. 이른바 ‘면허증(라이선스) 인재’다. 당면한 초경쟁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창의적 역량,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강한 비전을 갖춘 인재가 꼭 필요하다.

석지영 교수=지금의 한국은 6세 때 내가 떠난 한국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더 큰 역할을 해야 할 나라가 됐다. 하버드대 입학식 때 ‘세계 여러 곳을 찾아 여러분을 뽑았다’는 환영사가 기억난다. 이미 대학 이상의 고등 교육은 글로벌한 차원에서 움직인다는 뜻이다. 국내를 기준으로 한 교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글로벌 인재를 구체적인 ‘키워드’로 표현한다면.
데니스 홍 교수=‘창의력’이 가장 중요하다. 내가 만든 ‘스트라이더’라는 로봇은 세 다리를 교묘히 엇갈리며 걷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다. 우연히 공원에서 한 어머니가 아이의 머리카락을 땋아주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창의력은 가르치거나 키우기가 쉽지 않다. 호기심과 시행착오 같은 경험을 통해 커가는 것이라고 본다.

김 대표=창의성은 요즘 화두가 되는 ‘융합’과 맥을 같이한다. 서로 다른 두 가지 이상의 분야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아무리 훌륭한 능력이 있어도 어떤 ‘비전’을 갖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지므로 비전도 중요하다.

석 교수=나는 ‘열린 마음’을 강조하고 싶다. 누구나 현재 하고 있는 학업이나 일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거나, 새로운 기회나 관심사가 생길 수 있다. 이것을 받아들이려면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또 관심사가 새로 생겼을 때 이를 성공으로 이어가려면 ‘몰입’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발레리나의 꿈을 접고 법학으로 방향을 바꿀 때, 발레를 하던 시절의 몰입이 도움이 됐다.

-꿈·목표·비전을 찾고 구체화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석 교수=어떤 목표든 항상 위험(리스크)이 따른다. 이를 감수하고 자신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목표를 정하고 구체화하는 과정 자체가 인재로 성장하는 것을 돕는다. 그러니 자신이 인간으로서 행복한 일이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찾아야 한다.

홍 교수=유행(트렌드)만 쫓아가서는 성공할 수 없다. 자신의 꿈을 따라야 한다(Follow your dream, not the trend). 물론 학생 입장에서는 학교 교육을 충실히 받아야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만 해서는 벽에 부닥친다. 로봇 공학을 하려면 수학(기하학)이나 물리 등 다양한 학문적 바탕이 있어야 한다. 모두 학교 교육과정에 녹아 있다.

김 대표=영어학원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늘 아쉬운 게 학부모들의 태도다. 영어가 중요하니까 무조건 시켜야 한다는 맹목적인 자세랄까. 학생 입장에서 자신의 관심사와, 그걸 미래로 연결할 수 있는 비전을 찾는 게 먼저다.

-학부모나 교사, 교육당국이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무엇인지.
김 대표=학부모들이 종종 실수하는 것이 있다. 자신들이 과거에 가졌던 비전을 자식들에게 투영하는 것이다. 이래서는 ‘자기만의 스토리’가 생겨날 수가 없다. 자기만의 꿈이 없는데, 어떻게 글로벌한 성공이 가능한가.

석 교수=내가 발레리나가 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부모와의 의견 차이였다. 부모는 정규 학교과정을 중단하고 발레학교에 다녀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상황이나 여건, 판단에 따라 어쩔 수 없을 경우에는 특히 자녀와 의사소통을 많이 해야 한다. 자녀가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이 무엇인지,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한번쯤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홍 교수=호기심 넘치는 어린 시절에는 숱한 실수를 한다. 나처럼 집에 있는 전자제품을 망가뜨릴 수도 있고, 때로는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자녀가 실수를 했다면, 그 배경을 따져 너그럽게 이해해 줘야 한다. 교사들에게는 어떤 공부가 ‘왜 필요한가’를 꼭 알려주라고 하고 싶다.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 왜 우리나라의 숱한 산맥들의 이름과 연간 강수량을 꼭 달달 외워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기 싫었고, 시험도 엉망이었다. 그때 필요성을 누군가 말해 줬다면 훨씬 즐거웠을 것이다.

김 대표=최근 불거진 학교폭력 문제를 보면서 느낀 게 많다. 학생들이 자신의 내부에 쌓인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표출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학과 공부 등 한 가지 기준만 강요할 게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탐색해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아 에너지를 쏟아 부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석 교수=나 역시 중·고교 시절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워낙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과 관심이 많았는데, 나 자신이 이걸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대학에 갈 나이가 되어서야 확실히 정할 수 있었다. 부모와 사회 모두 때를 기다려 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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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