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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일원화로 승진보다 연임에 더 관심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연임 문제와 법관 근무평정제도를 주제로 한 단독판사회의가 열렸다.[사진공동취재단]
단순히 근무평정제도에 대한 개선 요구인가, 아니면 제도개선을 내건 판사들의 밥그릇 지키기인가.서기호(42) 판사의 재임용 탈락을 계기로 일부 법원에서 판사회의가 열렸거나 열릴 예정이다. 17일 전국 최대 규모인 서울중앙지법과 서울 남부ㆍ서부지법에서 단독판사회의가 열렸다. 이어 수원지법과 광주ㆍ대전ㆍ의정부지법도 이번 주 판사회의를 개최키로 했다.

이날 판사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지금의 자의적이고 폐쇄적인 근무평정제도를 개선해 달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대법원이 지난해부터 평정제도 개선작업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판사들이 집단적 의사표출을 하고 있는 데 대해 “밥그릇 지키기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도 상당하다. 판사회의가 열린 것은 2009년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집회 재판 개입 논란 이후 3년 만이다. 과거처럼 시국이나 이념문제가 아닌 법관 개인의 이해가 걸린 인사제도를 문제 삼아 판사회의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판사회의에서는 근무평정 항목과 기준의 적절성, 평정내용의 공개 여부, 대상자의 평정절차 참여, 불복방안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지법 단독판사들은 “연임심사에서 나타난 문제점이 재판의 독립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 현행 근무평정을 근간으로 하는 연임심사제는 객관성ㆍ투명성이 담보되고 방어권이 보장되도록 개선돼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해 법원장에게 제출하기로 했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근무평정 중 부적격 판단을 받은 판사에게는 매년 사유를 알려줘 의견개진 기회를 주고, 연임 적격 여부가 문제되는 판사에게는 법관인사위에 소명할 기회를 부여할 것 등을 요구키로 했다.

이번 판사회의는 서기호 판사의 재임용 탈락이 계기가 됐다. 그러나 3개 법원 모두에서 서 판사 구명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서 판사 탈락 과정에 절차적ㆍ실체적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하는 판사들도 있었으나 서 판사 개인의 구명 문제는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판사회의는 의결기구가 아니어서 결정의 법적 효력이나 구속력은 없다. 법원 규칙상 법원장이나 대법원장에게 제도개선 등을 건의하는 자문기구로 돼 있다.

잇따른 판사회의 개최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대법원은 이미 내년 도입을 목표로 지난해 말부터 평정을 포함한 인사제도 개선작업을 벌이고 있다. 일선 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데 이어, 인사제도 개선위원회에서 여러 방안을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개선안을 낼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는데 서 판사 연임 탈락을 계기로 판사들이 집단적으로 의사표출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앞으로 이슈가 생길 때마다 판사들이 실력행사하듯 판사회의를 열 수도 있다는 우려다. 한 법조인은 “어느 조직이나 부적절한 사람을 걸러내는 장치는 있게 마련인데 판사들의 집단행동이 자칫 연임제 자체를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도 있다”며 “연임절차는 투명하고 공정해야겠지만 이를 빌미로 재임용 제도가 후퇴하거나 무력화 기도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이번에 표출된 판사들의 의견 중 좋은 제안이 있으면 적극 수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법관들이 이번에 집단적으로 연임제도 문제를 지적하고 나선 것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해 취임 후 추진하고 있는 사법부 개혁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양 대법원장이 천명한 사법개혁의 핵심은 법조일원화와 평생법관제다. 법조일원화는 경력 있는 외부 법조인을 판사로 영입해 농익은 재판을 하자는 것이고, 평생법관제는 판사들이 승진 등에 구애 받지 않고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게 해 전관예우 논란을 없애자는 것이다.

두 제도가 도입되면서 판사들은 ‘법관의 꽃’으로 여겨지는 고등부장 승진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하게 됐다. 한 중견판사는 “사법부 개혁으로 판사들이 승진보다는 연임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젊은 판사들을 중심으로 연임의 근간이 되는 평정의 공정성에 문제의식을 갖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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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